[파이낸셜뉴스] 미국에서 지난 2019년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에 처음 감염된 환자가 현지 수산시장의 노점상이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해당 시장에 방문한 적이 없던 회계원이 최초 환자라던 세계보건기구(WHO)의 주장을 뒤엎는 의견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미 애리조조나대학 진화생물학자인 마이클 워로비 교수는 18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다. 워로비는 2019년 12월 당시 우한의 코로나19 감염 상황을 재구성한 논문에서 초기 확진자 19명 가운데 10명이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을 드나들었거나 관계자들과 접촉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유전자 데이터와 논문, 언론 보도, 초기 환자들의 인터뷰 등을 토대로 확인된 첫 번째 코로나19 환자가 ‘웨이구이샨’이라는 이름의 여성 노점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논문에서 "1100만 명이 사는 이 도시에서 초기 환자의 절반이 축구장 1개 크기의 장소와 연관돼 있다"며 "전염병 유행이 이 시장에서 시작되지 않았다면 이러한 패턴을 설명하기 매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논문은 WHO의 조사 결과와 사뭇 다르다. 올해 초 화난수산시장을 방문했던 WHO 조사팀은 성이 ‘천’이라고 알려진 41세 남성 회계원이 최초 환자라고 판단했다. WHO 조사팀은 천씨가 2019년 12월 8일에 처음 코로나19 증상을 보였다고 추정했다. 동시에 시장 남쪽으로 32㎞ 떨어진 곳에 거주하고 시장에 가본 적도 없는 그가 최초 감염자라면 시장이 코로나19 발원지가 아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워로비는 이에 대해 천씨가 당시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12월 16일부터 코로나19 증상을 호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가 감염 이전에 치과에서 이를 뽑고 열이 나서 항생제를 처방받았다며 천씨가 8일 전후로 보인 증상은 치과 치료와 관련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워로비는 "남성 회계원의 경우 바이러스가 화난 시장에서 확산하기 시작한 뒤 지역사회 감염으로 코로나19에 걸렸음을 시사한다"면서 "이 남성은 자신이 종합병원에서 감염됐다고 믿고 있는데, 아마도 치과 응급진료를 받는 동안 그렇게 됐을 수 있고, 또 출퇴근 중 지하철에서 감염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증상이 시작되기 직전 화난시장 북부를 돌아다니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미 전문가들은 이번 논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안 립킨 컬럼비아대 바이러스학 교수는 워로비의 논문에 대해 "가용 데이터를 재구성한 훌륭한 논문이고, 타당성 있는 가설"이라면서도 "2년 전 일이고 아직은 분명치 않아, (이것만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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