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미 법원, 자동소총으로 흑인 2명 살해한 백인 청년 '무죄'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20 07:12

수정 2021.11.20 07:12

[파이낸셜뉴스]
카일 리튼하우스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컨신주 커노샤 지방법원에서 지난해 8월 25일 발생한 사건에 관해 증언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카일 리튼하우스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컨신주 커노샤 지방법원에서 지난해 8월 25일 발생한 사건에 관해 증언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미국 법원이 19일(이하 현지시간) 지난해 여름 시위 도중 흑인 시위대 2명을 자동소총으로 살해하고, 또 다른 1명에게 부상을 입힌 백인 청년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심각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자동소총 시위대 살해, 정당방위
위스컨신주 커노샤 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AR-15 자동소총으로 흑인 시위대를 살해한 카일 리튼하우스의 혐의는 무죄라고 평결했다. 정당방위를 인정했고,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평결했다.


배심원단이 무죄를 평결함에 따라 판사는 무죄를 선고했다.

판사는 형량은 조절할 수 있지만 유무죄 판단은 배심원단이 결정한다.

AP통신은 유죄 평결이 나왔을 경우 종신형이 선고될 수도 있었던 리튼하우스가 무죄 판결을 받음에 따라 경찰이 될 수 있는 길도 열렸다고 전했다.

리튼하우스는 살인, 살인미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커노샤 지역 백인 경찰이 흑인 시민 제이콥 블레이크를 향해 총을 쏜 것에 항의해 일어난 지난해 8월 25일 인권 시위에 자동소총을 들고나가 시위대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그러나 그의 자동소총 발사는 일부 극단주의자들에게서 법 질서를 지키기 위한 애국적 행위라는 칭송을 받기도 했다.

배심원, 대부분 백인
경찰 후보생 출신인 리튼하우스는 자신이 폭동세력으로부터 시민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커노샤로 향했다고 주장했다.

AP는 법원이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무죄 평결을 내린 배심원단이 압도적으로 백인으로 구성돼 있다면서 지난 사흘 반을 논의해 이같은 평결을 내렸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법원의 무죄 판결 뒤 분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판결로 "나 자신을 포함한 많은 미국인들이 분노하고, 우려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판결을 지킬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판결이 대규모 반대 시위로 번지는 것을 경계했다.

이날 판결에 앞서 민주당의 토니 에버스 주지사는 지난주 주방위군 500명을 비상 대기시켰다.

무죄 판결이 날 경우 시위와 폭동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다.

잭슨 목사 "인권 시위대 사냥 시즌 시작됐다"
반면 흑인이자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이기도 한 만델라 반스 부주지사는 이번 판결을 비판했다.

반스 부주지사를 비롯한 인권운동가들은 이번 판결에 인종차별 기준이 이중으로 작동했다고 보고 있다.

반스는 "지난 수주일간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사태가 현실이 됐다"면서 "판결 전 무죄추정의 원칙은 우리 사법제도로 존중받아야 하지만 이같은 기준이 늘 평등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흑인, 황인 청년들이 살해당한 뒤 사후 재판을 받지만 카일 리튼하우스는 결국에는 배심원단이 무죄를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흑인 인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는 이번 판결로 흑인 시위대의 안전은 보장받을 수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잭슨 목사는 "마치 인권 시위대에 대한 사냥 시즌 시작을 알리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백인 우월자의자들이 마음 놓고 인권 시위대를 향해 총질을 해댈지도 모른다는 경고다.

우파는 환영
인권운동가들과 민주당이 이번 판결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공화당 우파 인사들은 이를 환영했다.

공화당의 스콧 워커 전 위스컨신 주지사는 트윗에서 "지난해 커노샤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아는 우리 모두는 이같은 판결을 에상하고 있었다"면서 "고맙게도 배심원단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판결은 미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판에 영향을 미치고, 인종적 갈등도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조지아주에서는 흑인 청년 아흐무드 아버리 살해와 관련해 백인 3명이 재판을 받고 있고, 버지니아주에서는 2017년 샬럿스빌에서 벌어진 백인우월주의자 시위 사망사건과 관련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편 리튼하우스는 17세이던 지난해 위스컨신 남쪽에 인접한 일리노이주 안티오크 집에서 커노샤로 이동해 길거리에서 불법으로 자동소총을 산 뒤 이를 시위대를 향해 갈겼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리튼하우스가 총을 쏘기 전 시위대로부터 "매우 거칠게 공격당한" 것처럼 보인다면서 그를 두둔했고, 지지자들은 리튼하우스에게 변호비용으로 200만달러 넘게 걷어줬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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