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대는 4년 전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50% 언저리의 표를 몰아줬다. 정권교체의 견인차였다. 하지만 이제는 이들의 대통령 지지율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추세적 흐름이다.
그렇다면 MZ세대가 왜 변심했을까. 4년 만에 현 정권의 행태에 반감이 커졌다는 건 기대만큼 실망도 컸다는 뜻이다. 조국 사태에서부터 대장동 게이트에 이르기까지 현 정권의 내로남불식 위선과 불공정이 1차적 원인을 제공했을 법하다.
물론 문재인정부가 청년 구애 자체를 게을리했던 건 아니다. 예컨대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향,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 등을 시도하지 않았나.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민간부문을 비롯한 전체 일자리는 외려 줄고 청년층에서도 비정규직 일자리 비율만 급증했다. 이들의 올해 상반기 체감경제고통지수가 어느 세대보다 높다는 통계가 저간의 사정을 말해준다.
문 정부 정책엔 특징적 경향성이 있었다. 즉 꼭 해야 할 과제보다는 당장 생색내는 데 치중한다는. 예산을 아낌없이 쏟아부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밀어붙인 게 그렇다. 더욱이 반기업적 규제를 피하려는 기업들과 미·북 대화를 주선하려는 정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걸까. 2017년 6월과 11월, 2021년 5월 등 모두 3차례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국내 기업은 미국에 도합 1000억달러(약 110조원) 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거위 배를 갈라 황금알을 쏙쏙 빼먹은 대가를 보라. 4년간 불어난 나랏빚은 300조원에 육박한다. 앞으로 청년세대가 부담해야 할 몫이다. 대미 투자 확대 약속도 2030세대에겐 복음은 아니었다. 국내 청년 일자리 감소의 예고편이어서다.
그런데도 대선주자들조차 문 정부의 실패 경로를 답습하고 있으니 문제다. MZ세대의 비위를 맞추려는 '청년 마케팅'만 무성해서다. 연간 200만원 청년 기본소득 지급을 선창했던 이 후보 측은 암호화폐 1년 과세 유예와 20대 소득세 비과세 등 더 달콤한 공약을 거론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윤 후보 측도 청년 도약 보장금, 청년 가구 원가 주택 공급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이런 공약들은 지속가능성은 제쳐두더라도 나랏빚으로 돌아온다. 결국 미래세대의 어깨를 짓누를 게 뻔하다. 가뜩이나 MZ세대는 '부모세대보다 더 가난한 첫 세대'로 꼽힐 판이다. 저성장이 고착화된 사회에 첫발을 뗄 때부터 구직난에 시달리면서다.
그러느라 경제의 기초체력을 키울 노동·교육·연금 개혁을 미룬 대가도 청년들이 감당해야 한다. 대선 주자들이 사탕발림이 아닌, 양질의 일자리 제공 등 실질적 정책 공약을 내놔야 한다. 청년들에게 목숨을 건 오징어게임에 참여하라고 '달고나'만 쥐여주는 건 대선캠프가 해선 안 될 일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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