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구본영 칼럼] '달고나'만 주는 청년 공약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22 18:00

수정 2021.11.22 18:00

[구본영 칼럼] '달고나'만 주는 청년 공약
요즘 20대와 30대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부쩍 커졌다. 여야 대선 캠프가 'MZ세대' 표심 공략에 열을 올리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청년 기본대출을 약속하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을 현행 40세보다 낮추겠단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임을 실감케 한다.

2030 세대는 4년 전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50% 언저리의 표를 몰아줬다. 정권교체의 견인차였다.
하지만 이제는 이들의 대통령 지지율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추세적 흐름이다.

그렇다면 MZ세대가 왜 변심했을까. 4년 만에 현 정권의 행태에 반감이 커졌다는 건 기대만큼 실망도 컸다는 뜻이다. 조국 사태에서부터 대장동 게이트에 이르기까지 현 정권의 내로남불식 위선과 불공정이 1차적 원인을 제공했을 법하다.

물론 문재인정부가 청년 구애 자체를 게을리했던 건 아니다. 예컨대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향,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 등을 시도하지 않았나.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민간부문을 비롯한 전체 일자리는 외려 줄고 청년층에서도 비정규직 일자리 비율만 급증했다. 이들의 올해 상반기 체감경제고통지수가 어느 세대보다 높다는 통계가 저간의 사정을 말해준다.

문 정부 정책엔 특징적 경향성이 있었다. 즉 꼭 해야 할 과제보다는 당장 생색내는 데 치중한다는. 예산을 아낌없이 쏟아부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밀어붙인 게 그렇다. 더욱이 반기업적 규제를 피하려는 기업들과 미·북 대화를 주선하려는 정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걸까. 2017년 6월과 11월, 2021년 5월 등 모두 3차례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국내 기업은 미국에 도합 1000억달러(약 110조원) 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거위 배를 갈라 황금알을 쏙쏙 빼먹은 대가를 보라. 4년간 불어난 나랏빚은 300조원에 육박한다. 앞으로 청년세대가 부담해야 할 몫이다. 대미 투자 확대 약속도 2030세대에겐 복음은 아니었다. 국내 청년 일자리 감소의 예고편이어서다.

그런데도 대선주자들조차 문 정부의 실패 경로를 답습하고 있으니 문제다. MZ세대의 비위를 맞추려는 '청년 마케팅'만 무성해서다. 연간 200만원 청년 기본소득 지급을 선창했던 이 후보 측은 암호화폐 1년 과세 유예와 20대 소득세 비과세 등 더 달콤한 공약을 거론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윤 후보 측도 청년 도약 보장금, 청년 가구 원가 주택 공급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이런 공약들은 지속가능성은 제쳐두더라도 나랏빚으로 돌아온다. 결국 미래세대의 어깨를 짓누를 게 뻔하다. 가뜩이나 MZ세대는 '부모세대보다 더 가난한 첫 세대'로 꼽힐 판이다. 저성장이 고착화된 사회에 첫발을 뗄 때부터 구직난에 시달리면서다.


그러느라 경제의 기초체력을 키울 노동·교육·연금 개혁을 미룬 대가도 청년들이 감당해야 한다. 대선 주자들이 사탕발림이 아닌, 양질의 일자리 제공 등 실질적 정책 공약을 내놔야 한다.
청년들에게 목숨을 건 오징어게임에 참여하라고 '달고나'만 쥐여주는 건 대선캠프가 해선 안 될 일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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