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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發 비축유 방출' 약발 없었다… 유가 오히려 2% 상승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24 17:58

수정 2021.11.24 17:58

바이든, 5000만배럴 방출 지시
韓·日·英·인도 동참 밝혔지만
전세계 하루 소비량에도 못미쳐
中 물량도 제한적일거란 전망
시장선 "석유산업 규제 풀어야"
미국 텍사스주 골드스미스 인근의 원유 시추기 AP뉴시스
미국 텍사스주 골드스미스 인근의 원유 시추기 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베이징·도쿄=정지우 조은효 특파원】 미국을 필두로 전세계 각국의 비축유 방출이 시작됐지만 유가 하락 효과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의 증산과 미국의 석유산업에 대한 규제 철회가 근본 대책이라는 분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전략비축유(SPR) 5000만t 방출을 지시했다. 미국이 2.5일간 소비할 수 있는 규모다. 이날 결정된 비축유 방출 규모는 2011년 리비아 내전에 따른 유가 급등세를 막기 위한 방출 이후 최대 수준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으로 수개월에 걸쳐 중국, 인도, 일본, 한국, 영국과 공조해 비축유를 방출토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머지않아 연료를 채우는 곳에서 기름값이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적인 방출량은 6000만~7000만 배럴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하루 8000만 배럴을 사용하는 세계 원유 시장에 다소 못미치는 양이지만, 최대 몇 달간은 유가상승세를 늦추는 효력을 낼 것으로 기대중이다.

미국 이외에 인도는 500만배럴, 영국은 150만배럴을 방출키로 했다. 일본이 방출할 국가 비축유는 국내 수요의 1~2일분에 해당하는 420만 배럴 규모로 알려져 있다. 연내 입찰 절차를 거쳐, 내년 3월까지 시장으로 나오게 된다. 한국도 조만간 방출유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다.

■"셰일석유 규제 먼저 풀어야"

하지만 바이든의 비축유 방출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바이든이 기대했던 것 같은 유가 안정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비상시를 대비한 비축유 목적과도 어긋난 대응이라는 것이다. 이날 미국의 비축유 방출 발표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유가는 오히려 2% 가량 소폭 상승했다.

OPEC+가 압박을 받아 증산에 나서기는 커녕 비축유 방출에 대한 보복으로 감산 규모를 확대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방출 규모가 시장 기대보다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악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미 석유업체들의 모임인 미석유협회(API)는 비축유 방출로 유가를 잡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석유산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API는 비축유 방출 효과가 "미국 에너지 자원 생산을 독려하는 정책수단과 결합하지 않고서는 단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미 셰일석유는 유가 변동에 신속히 반응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번에는 유가 고공행진 속에서도 생산이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마이너스(- ) 40달러까지 유가가 폭락한 이후 서서히 생산이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 최고치에 비해 12% 적은 규모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환경문제가 제기된 셰일오일 산업을 강력 규제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미-캐나다 원유 수송 사업인 '키스톤 XL파이프라인 프로젝트' 취소를 시작으로,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국내 석유 시추 제한, 화석연료 기업 보조금 지급 중단, 태양광·전기차 확대 등 친환경 정책을 한꺼번에 추진했다. 월가의 투자사들은 정부 시책에 맞춰 일제히 화석연료 투자를 끊으면서 셰일 오일 업계는 운영 자금 대출도 쉽지 않다.

■중국 방출량 소폭 그칠 듯

이번 비축유 방출에 동참한 중국은 '미국의 요구'가 아니라, 중국 경제에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국제 원유가격 하락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논리를 펼쳤다. 미중간 첨예한 경쟁 속에서 미국에 우위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이 비축유를 풀더라도 소량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뤼샹 미국 전문가이자,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국은 주요 원유 수출국이 아니고 비축유도 수개월 치에 불과해 규모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며 "석유 문제는 미중 사이에 작은 거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며 2억 배럴(중국의 40~50일 원유 수입량 수준)의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최근 몇 년 동안 비축유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2020년에는 전년대비 7.3% 증가한 5억4200만t의 원유를 들여왔다고 덧붙였다.

jj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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