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갈등의 경북 학교 조리실] <상> 상대적 박탈감 커지는 공무직 조리사

뉴시스

입력 2021.11.25 07:00

수정 2021.11.25 07:00

기사내용 요약
공무원-공무직 조리사 동일직종이지만 처우는 딴판
공무직 "공무원 조리사는 방학때도 월급받고 공무직을 보조로 생각해"
공무원 "책임감 다르고 학교가 공무원 조리사 더 선호"
조리실 종사자들, 조리보다 공무원 시험 준비에 열중

[안동=뉴시스] 지난 달 20일 전국 교육공무직들의 파업으로 학교 급식실에서 밥 대신 빵과 우유를 먹고 있는 한 초등학교의 학생들. (사진=뉴시스 DB) 2021.11.24
[안동=뉴시스] 지난 달 20일 전국 교육공무직들의 파업으로 학교 급식실에서 밥 대신 빵과 우유를 먹고 있는 한 초등학교의 학생들. (사진=뉴시스 DB) 2021.11.24

[안동=뉴시스] 류상현 기자 = 경북도내 학교 급식실에서 공무원 조리사와 공무직 조리사, 영양사와 영양교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경북도교육청 등 교육당국도 이를 해소할 방안 마련이 쉽지 않다. 뉴시스는 일선 학교 급식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들 직종간의 갈등이 어떻게 발생, 전개되고 있는지 상, 하편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상>편은 상대적 박탈감 커지는 공무직 조리사, <하>편은 영양사-영양교사 사이 갈등도 심각 순으로 출고한다.

◆ "공무원 조리사는 방학에도 월급 나오는데…"

24일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11월 현재 경북에는 공무원 조리사가 321명, 공무직 조리사가 410명 근무하고 있다.



공무직 조리사는 조리사 자격증을 가진 학교의 조리원을 대상으로 면접을 통해 채용되고 있다.

공무원 조리사는 경력직과 공채로 나눠 채용된다. 경력직은 50인 이상의 급식업체에서 3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조리사를 대상으로 한 공무원 시험, 공채는 조리사 자격증을 가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무원 시험 합격자로 채용되는데 시험 과목 수가 공채가 더 많다. 경북에서는 경력직 20%, 공채 80% 비율로 공무원 조리사를 채용한다.

현재 경북의 학교 조리실에서는 이들 공무직 조리사와 공무원 조리사간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공무직 조리사들은 수년 전부터 국가인권위와 교육부의 판단을 근거로 공무원조리사와 공무직 조리사간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주장하며 경북교육청에 두 직종간의 차별을 없애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차별의 한 가지가 방학중 무급이다.

공무원 조리사에게는 급식이 없는 방학에도 기본급은 물론이고 위험수당, 시간외 수당까지 지급되지만 같은 급식실에 근무하는 공무직 조리사는 실업자가 된다는 것이다.

두 신분간의 연봉은 근무연한이 길어지면서 차이가 커진다.

경북공무직공무원노동조합에 따르면 1년 이하 공무직 조리사의 연봉은 무임금인 방학을 제외한 연 300일 근무로 따져 2210만원인 반면 공무원 조리사(9급1호봉. 성과상여금 S등급 기준)의 첫 연봉은 2904만원으로, 공무직이 공무원의 76% 수준이다.

5년이 지나면 공무직 조리사들은 연봉이 2405만원, 공무원 조리사(8급4호봉. S등급)는 3487만원으로 공무직이 공무원의 69%로 낮아지며 격차는 더 벌어진다.

20년이 지나면 공무직은 2990만원, 공무원(7급17호봉. S등급)은 5612만원으로 공무직이 공무원의 53% 수준이다.

이후부터 공무직은 임금이 더 이상 오르지 않지만 공무원은 7189만원을 받을 수 있는 6급32호봉(37년 근무)까지 근무할 수 있어 공무직 연봉은 공무원의 42% 밖에 되지 않는다.

◆ 학교 조리실은 조리보다 공무원 시험 공부 열풍

이런 여건에서 공무직들이 가장 참기 힘든 것은 자존심에 대한 상처다.

이소윤 경북공무직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공무원 조리사들은 공무직 조리사들을 아예 공식적으로 '부조리사'라고 부르면서 자기 아래 사람 취급한다"며 "함께 근무할 때 조리실 청소와 설거지도 하지 않으며 공무직 조리사들에게 작업 지시까지 내린다"고 말했다.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학기까지만 해도 공무원 조리사와 공무직 조리사가 함께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모두 32곳이었다.

경북교육청은 이들간의 갈등이 깊어지자 전보 등의 조치로 이 가운데 10곳을 해결해 11월 현재 22곳이 남아 있는데 점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상황이 되자 공무직 조리사들은 본연의 업무보다는 공무원 조리사가 되기 위한 시험공부에 열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조리실에서 조리사는 영양사나 영양교사의 지시를 따라야 하지만 공무원 조리사들은 공무직인 영양사의 지시를 잘 따르려고 하지 않아 영양사들은 공무원 조리사가 있는 곳에 함께 배치하지 말 것을 경북교육청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무직 조리사들의 주장에 대해 공무원 조리사들은 노조의 주장이 사실과 많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전위숙 경북도 공무원조리사회 회장은 먼저 '조리사 2명 근무 학교에서 조리사간의 갈등'에 대해 "3식을 해야 하는 고등학교에서 1명의 공무원 조리사만 있어 너무 힘들어 '보조'를 조건으로 공무직 조리사가 채용된 것이 조리사 2명 근무의 시작"이라며 "처음에는 갈등이 없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동등한 신분을 요구해 지금과 같은 갈등으로 발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공무원 조리사는 급식실 청소와 설거지도 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 "공무직 조리사 근무하기 가장 힘든 경북"

공무직 조리사들은 전국에서 경북이 가장 근무하기가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직종간의 갈등으로 현재 전국 17개 교육청 가운데 14개 교육청은 1997년부터 공무원 조리사를 채용하지 않고 있지만 경북교육청은 매년 채용하고 있다.

공무원 조리사를 채용하는 3개 교육청 가운데 전남과 경남교육청은 민원이 많거나 섬 지역 등 근무여건이 힘든 곳에 공무원 조리사를 배치하지만 경북교육청은 이같은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 두 직종 갈등 해결 방안에 경북교육청 '난감'

공무원-공무직 조리사 사이의 이같은 갈등에 대해 경북교육청은 난감한 입장이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과거 담당 직원들이 공무원 조리사는 파업을 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는 교장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공무직 조리사의 공무원 전환을 시작했는데 이 후 이 두 직종간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해소방안을 찾으려고 했지만 당사자들의 의견 차이가 커 쉽지 않았다. 그래서 최적을 방안을 찾고자 외부 용역을 의뢰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소윤 노조위원장은 "공무원 조리사와 처우가 같게 되면 단체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 이 사안은 용역까지 의뢰할 정도로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교육감 의지 하나로 간단히 해결된다"며 "현재 급식실에서는 공무원이 되기 위한 공부 열기만 뜨겁고 급식에는 관심이 적어 식중독 등 급식사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위숙 경북도 공무원조리사회 회장은 "급식실에서 공무직 조리사와 똑같은 일을 하고 있으며 근무여건이 편한 곳에 공무원 조리사들이 우선 배치되고 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우리도 힘든 곳에 배치된다"며 "공무원 조리사는 공무직 조리사보다 책임감이 더 있다. 그래서 일선 학교에서도 공무원 조리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두 직종 간의 갈등이 이처럼 심각하지만 경북교육청은 '용역 의뢰 후 선거 이후 적용'이라는 다소 느긋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근본 해결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내년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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