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이 채 되지 않았던 어린 시절부터 그는 요리를 시작했다. 궁중요리를 하셨던 할머니와 틈날 때마다 김치볶음밥과 라면땅을 만들어주셨던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남다른 미각을 갖고 있었다. 그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면서 어머니가 생업 전선에 뛰어들자, 그는 형과 둘이 남은 집에서 라면볶음부터 간장버터비빔밥까지 소소하지만 다양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진로를 결정해야 했던 고등학교 3학년 때 그래도 다른 친구들보다 요리 하나는 많이 해봤고 자신 있다는 생각에 이 길로 들어섰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프랑스 요리를 공부하던 중 요리에 대한 열정이 더욱 커진 그는 군복무를 마친 뒤 일본 핫토리 요리학교로 유학을 갔고 이후 이탈리아, 일본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고 돌아와 한국에서 인정받는 셰프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25일 김소봉 셰프(37)는 "어린시절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가세가 기울면서 일찍 철이 들었던 것 같다"며 "아버지 장례식에서 사람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다른 사람들을 웃게 해주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고 또 성인이 되면 경제적인 독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진로를 고민하면서 공부는 못해도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이 요리일 것 같다는 생각에 요리사의 길로 들어섰고 누구보다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 어릴 때 생각해왔던 것들을 하나하나 이뤄가고 있다"고 했다.
이와 동시에 한 가지 마음 속에 생긴 철학은 "꿈 앞에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 셰프는 "요리를 배우면서 때로는 낮은 처우에 월급을 떼이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적도 있었는데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싫었다"며 "내가 당했던 부조리한 경험을 답습해 대물림하고 싶지도 않고 또 요리사를 꿈꾸는 이들, 후배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고 황무지 같은 요식업계에 세련된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낮은 임금을 버티지 못해 셰프의 꿈을 접는 등 경제적인 이유로 꿈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없게 하고 싶었다. 동시에 허황된 환상보다는 현실적인 부분에서 꿈에 대한 답을 찾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그가 6년째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바로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월드비전의 '꿈 멘토'로 활동하는 일이다. 월드비전이 지난 2011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꿈꾸는 아이들'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멘토데이' 활동에서 그는 한국의 취약계층 아동과 청소년 중 요리사를 꿈꾸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하고 요리 수업 등 재능 기부에 꾸준히 나서고 있다.
김 셰프는 "2015년 월드비전과 함께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결식아동을 위해 도시락 100개를 만들고 찾아가는 행사에 참여하게 된 이후로 계속 인연을 맺게 됐다"며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돼 시간을 쪼개어 가며 월드비전의 다양한 나눔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월드비전과의 활동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내가 가진 재능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그 선한 영향력이 나에게도 향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나눔을 실천하면서 만난 학생들과의 교류도 내게 활력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씩 요리사의 꿈을 꾸는 아이들로부터 SNS 다이렉트 메시지도 받고 있는데 가능하면 모두 답을 하려고 노력한다. 요리사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좋은 어른으로서 본보기를 보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 삶의 자세 또한 더욱 가다듬게 된다"고 했다.
김 셰프는 "힘든 세상 속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겠지만 저도 이렇게 해왔기에 모두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삶으로 보여주고 싶다"며 "앞으로도 제가 있는 자리에서 제 인생과 제게 주어진 일들을 단단히 세워나가면서 동시에 행복을 나누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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