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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현실" 이재용, 연말 사업구조·인사·조직 '대수술'[뉴 삼성이 온다]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25 18:02

수정 2021.11.25 18:16

(2) 지배구조 용역 결과 맞춰 본격화
신사업 추진 전담조직 신설·개편
5년 만에 M&A 재개할지도 주목
준법·ESG '뉴삼성' 주요 축으로
"냉혹한 현실" 이재용, 연말 사업구조·인사·조직 '대수술'[뉴 삼성이 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에서 돌아와 첫 메시지로 '냉혹한 현실'에 대한 위기의식을 강조하면서 올 연말 '뉴삼성'을 향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재계에서는 인사, 사업구조, 조직개편, 지배구조 등 앞으로 연쇄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전담조직 신설이나 대형 인수합병(M&A), 준법,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신노사문화 등 이 부회장이 가석방 이전부터 강조해온 변화가 올 연말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뉴삼성, 신사업·M&A 속도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다음달 초 정기 임원인사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시작으로 삼성에 변화가 시작될 전망이다.

재계가 주목하는 분야는 5년 만에 대형 M&A를 재개할지 여부다.
삼성전자의 M&A는 지난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중단됐다. 삼성전자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3월 말 연결기준 현금성 자산만 128조원 수준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미국 내 선행 연구조직을 찾아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강조했다. 이미 투자를 시작한 시스템 반도체 외에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전장사업, 바이오 등 차세대 먹거리에 과감한 투자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인수합병으로 덩치 불리기가 시작됐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부문을 10조원에 인수했으며, 삼성전자의 경쟁사 퀄컴은 1조원짜리 스타트업 누비아를 사들였다. 인텔의 팻 겔 싱어 최고경영자는 반도체 업계에 M&A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주역으로 나서겠다고 공공연하게 발표한 상태다. 이에 삼성도 반도체 분야에서 영역 확대를 위해 팹리스(설계)나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등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조직개편에서는 신사업을 책임질 조직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내부에서는 이미 김현석 사장 직속으로 시작한 로봇 사업화 태스크포스(TF)가 115명 규모로 덩치를 키운 상태다. 또 이번 미국 출장에서 직접 챙긴 인공지능 분야도 현재의 선행연구 조직 단계에서 한 발 더 구체적인 형태로 꾸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준법·ESG·노사문화 강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52주년 기념식에서 변동성과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경영시스템 전환을 화두로 꺼냈다.

또 준법경영에 노력하고 ESG 실천을 과제로 꼽았다. 이는 이 부회장이 향후 신노사문화 정착을 비롯해 준법과 ESG를 경영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점을 대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조직·인사 시스템 개편과 함께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와 주요 관계사들로 구성된 TF가 삼성 지배구조 개편 방안과 관련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연구용역을 맡긴 보고서가 연말께 나올 예정이다.

이 보고서 결과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뉴삼성'에는 준법·ESG가 중요한 축이 되지 않겠느냐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또 연구용역 결과에 이 부회장의 의지를 반영해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그룹의 지배구조 주요 연결고리들이 출자 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전략실 대신 투자와 M&A 등을 전담할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이를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미전실'과는 역할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지금 약 120조원 정도의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투자하기 위해서는 그룹 전체의 사업을 검토할 조직이 필요하다"며 "오너를 보필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그룹의 전략적 투자 방향을 분석하고 결정하기 위한 조직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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