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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심뇌혈관센터' 급제동… 장성군 14년 공든탑 무너지나 [fn패트롤]

황태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28 18:16

수정 2021.11.28 18:16

질병청 용역 재실시… 예산도 불용
2007년 전남대와 유치계획 발표
2017년 문정부 100대 과제 선정
오송·대구와 의료삼각벨트 형성
질병청 용역결과 맞춰 사업 재검토
장성군민 센터조속설립 한목소리
전남 장성군이 국립심뇌혈관센터 신속 설립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연일 떠들썩한 가운데 군민들이 지난 22일 센터 조속 설립을 위한 전군민 궐기대회를 갖고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장성군 제공
전남 장성군이 국립심뇌혈관센터 신속 설립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연일 떠들썩한 가운데 군민들이 지난 22일 센터 조속 설립을 위한 전군민 궐기대회를 갖고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장성군 제공


【파이낸셜뉴스 장성=황태종 기자】인구 5만명의 작은 농촌 도시인 전남 장성군이 국내 심뇌혈관질환 분야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국립심뇌혈관센터 신속 설립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연일 떠들썩하다.

올해 실시설계 및 부지매입비로 43억7000만원의 예산이 배정됐는데도, 주관부서인 질병관리청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업무를 넘겨 받은 후 새로 실시한 용역을 근거로 사업을 제때 추진하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질병관리청에서 조직 및 인원 확대 등을 이유로 올해 배정된 예산을 불용 처리키로 한데 이어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아예 계상조차 하지 않으면서 군민들은 지난 14년간 펼친 유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으로 크게 우려하고 있다.

■장성군 2007년 센터 유치 계획 발표

장성군은 전 국민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하는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국가 차원의 연구·관리가 시급한 실정을 감안해 지난 2007년 전남대병원과 함께 국립심뇌혈관센터 필요성 및 장성 유치 계획을 발표했다.


군은 1만명 서명운동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부 및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센터 설립 필요성과 함께 장성군이 최적지임을 강조하며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권역별 심뇌혈관질환센터' 우선 구축 방침 등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와 광주전남 3대 상생공약에 채택되면서 비로소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당시 주관부서인 보건복지부는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 타당성 기본계획' 용역을 실시했고, 장성군은 광주연구개발특구 첨단3지구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일찌감치 대상부지를 확보한 결과 군은 지난해 12월 실시설계비, 부지매입비 등 정부 예산 43억7000만원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국립심뇌혈관센터는 장성 미래 먹거리 마련에 획기적 계기

국립심뇌혈관센터는 국내에서 심뇌혈관 질환을 연구하고 임상실험을 총괄 시행하는 곳으로, 대학병원 부설 형태로 치료에 초점을 맞춰 운영되는 권역별 심뇌혈관질환센터와는 성격과 범위가 다르다.

장성군은 광주연구개발특구 내에 위치한 장성 나노산단이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광주과학기술원, 한국광기술원, 한국심뇌혈관스텐트연구소, 나노바이오센터, 전자통신연구원, 광주테크노파크 등과 인접해 있어 연구기관 설립의 최적지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고 강조한다.

또 충북 오송, 대구와 함께 국가 의료 삼각 클러스터를 형성해 지역의 균형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특히 장성군민에게 양질의 일자리와 막대한 부가가치 창출 등 미래 먹거리 마련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순조롭게 진행되던 센터 설립은 지난해 질병관리청이 신설돼 주관부서가 바뀌면서 결과적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보건복지부 용역 결과(사업예산 490억원 규모)로는 기능과 역할이 제대로 된 센터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 4~10월 자체 용역을 진행했다. 이를 토대로 사업비 1900억원, 부지 3만8000㎡(1만1500평), 직원 570명 조직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미 지난해 말에 확보했던 예산 43억7000만원에 대한 불용 조치 방침을 정했다. 더욱이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계상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 14년간 유치노력 물거품 위기

장성군은 총력 대응에 나서 광주광역시, 전남도, 광주광역시의회, 전남도의회, 전남시장군수협의회, 전남시군의회의장협의회 등에 '국립심뇌혈관센터 신속한 설립 추진 공동대응 및 결의문 채택'을 협조 요청했다. 군민들도 지난 22일 센터 조속 설립을 위한 전군민 궐기대회, 24일 센터 조속 설립을 위한 청와대 궐기대회를 이어가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24일 청와대 궐기대회에서는 유두석 장성군수와 지역 군의원, 사회단체 대표 등 4명이 현장에서 삭발까지 감행하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4일 센터 신속 추진을 건의하러 온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김한종 전남도의회 의장과의 만남에서 "새로운 용역 결과에 맞춰 일정 규모 인력과 시설을 갖춘 정부연구기관 설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관계부처와 논의를 거쳐 최적의 방안을 도출해서 추진할 계획으로, 장성에 처음으로 시작된 추진배경도 공감하며 잘 알고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유두석 장성군수는 "5만 장성군민이 14년간 노력한 산물이자 문재인 대통령 선거공약인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 정부예산을 질병관리청이 불용시키려 한다.
이는 정부에 대한 지역민의 기대와 믿음을 저버리는 일"이라면서 "340만 전남도민과 광주시민, 특히 센터 유치를 위해 쉼 없이 달려온 장성군민의 눈물겨운 호소를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hwangta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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