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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리콜 배터리' 재사용 막혀 헐값 폐기 [길잃은 '사용 후 배터리시장']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28 18:35

수정 2021.12.05 17:17

코나EV 등 8만2000대 배터리
5% 값만 받고 민간업체에 매각
수명 남아 ESS로 전환 가능한데
정부, 화재 우려에 재활용 차단
업계 "경제성 충분…법 정비를"
전기차 '리콜 배터리' 재사용 막혀 헐값 폐기 [길잃은 '사용 후 배터리시장']
코나EV 등 현대차의 전기차 리콜 배터리 8만2000여개가 헐값으로 폐기될 위기에 빠졌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월 1조4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리콜후 민간업체에 매각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후 배터리 관련 법규정 미비로 리콜 배터리가 재활용되지 못하고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1대당 배터리 가격은 1000만~2000만원 수준인데, 리콜후 매각가는 50만~60만원에 불과해 심각한 자원낭비와 환경문제를 지적받고 있다. 재활용 업계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사용후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재활용이 활발하게 제도개선을 요구하지만, 아직 관련 법규정이 미비해 대부분 폐기되는 실정이다.

■리콜 배터리 매각 시 폐기처분 조건

지난 26일 정부와 국회,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코나EV 등 1조4000억원 규모 리콜 배터리가 사용후 배터리 등 재활용되지 못하고 헐값에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지난 2월 코나EV 등 국내 2만6699대 배터리에 대한 리콜을 실시했다. 해외 리콜 예정대수(5만5002대)를 포함하면 총 규모는 8만1701대로 1조4000억원 규모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리콜 2만6699대분을 GS건설에 약 160억원 수준으로 매각했다. 전기차 대당 배터리 가격은 1000만~2000만원인데 매각가는 50만~60만원 수준으로 약 5% 내외에 불과했다. 유럽 리콜 물량 3만대 수준은 성일하이텍에 매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현대차가 코나 리콜 배터리를 GS건설에 매각할 당시 폐기처분을 전제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리콜 배터리를 ESS 등으로 재활용할 경우 향후 추가 화재사고 우려가 남아 있다는 이유다.

■사용후 배터리 제도개선…시장 선점해야

하지만 업계에선 추가 안전조치와 대대적인 방제 시설관리 등으로 화재사고를 방지할 기술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탄소제로2050 등을 위해 배터리는 향후 사용후 배터리로 전환돼야 하는데, 이번 리콜 배터리 활용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축적할 좋은 기회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나EV 리콜 배터리는 대부분 새 제품이어서 아직 수명이 길게 남아 있어 사용후 배터리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며 "리콜 배터리를 ESS 등으로 전환해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충분히 투자해서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쌓아야 하는데, 이 같은 기회가 원천봉쇄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사용후 배터리 관련 규정 정비와 공론화를 유도하고, 국회는 법제도를 조속히 제정해야 자원낭비와 환경문제 등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현 정부 말기여서 국회와 공무원이 의욕적으로 움직이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활성화하려면 사용후 배터리를 활용한 ESS가 확대돼야 경제성이 높아진다"며 "지금 리콜 배터리를 잘 활용하면 사용후 배터리 시장 글로벌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
정부가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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