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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붕세권

[fn스트리트] 붕세권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으면서 최근 장사를 접는 붕어빵 가게들이 전국적으로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사진=뉴스1
초겨울의 전령인 양 거리엔 다시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맘때쯤 달콤한 팥소를 채운 따끈따근한 붕어빵을 찾는 사람도 많아진다. 붕어빵은 주머니가 얇은 서민들에게 '1000원의 행복'을 선사하는 길거리 간식이었다. 지난해까지도 흔히 2개를 1000원에 팔았지만, 2000원을 내면 하나를 덤으로 얹어주는 인심 좋은 상인도 많았었다.

최근 집 부근의 단골 붕어빵 가게를 찾았다. 처음엔 늘 손님을 반겨주던 할머니가 몸이 불편해 잠시 쉬는 줄 알았다. 하지만 몇 번 헛걸음 후에야 아예 폐업했음을 알게 됐다. 이처럼 요즘 서울 거리에서 붕어빵 가게나 노점상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란다. 오죽하면 붕어빵·잉어빵·계란빵 등을 파는 권역을 가리키는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란 신조어까지 나왔겠나. 더욱이 젊은 층에선 붕어빵을 파는 곳을 알려주는, 같은 이름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신풍속도다.

그렇다면 붕어빵이 왜 길거리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는 걸까. 2일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년11개월 만에 최고치(3.7%)를 기록했다고 하지 않나. 특히 체감물가를 설명하는 생활물가지수는 5.2%나 올랐다니, 붕어빵 장사인들 수지가 맞을 리 만무하다. 원료인 밀가루와 팥 등 원료의 수입가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니, 이 영세 업종이 더는 버틸 재간이 없었을 법하다. 특히 지난달 수입 팥(40㎏) 도매가는 25만7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6.75%가 올랐다고 한다.


이 같은 붕어빵 품귀 현상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와도 무관치 않을 듯싶다. 원료 수입가 급등이 글로벌 원자재난과 물류대란의 나비효과란 점에서다. 장바구니 물가 상승과 함께 여느 해보다 썰렁해진 '붕어빵의 계절'이 더없이 쓸쓸하다. 붕어빵이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간식이기 전에 가족이나 친구, 혹은 연인끼리 따스한 마음의 온기를 전하는 매개체였다는 차원에서….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