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일단 지르고 보는 '무고죄' 급증… 처벌 강화하면 사라질까

송주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02 18:28

수정 2021.12.02 18:28

작년 4685건… 5년새 1086건 ↑
기소율 줄었지만 잇단 실형 선고
형량 강화 목소리에 찬반 논쟁
"억울함 해소" "피해자 보호 안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 "무고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청년들의 의견이 많았다. 성폭법에 무고 조항을 신설하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 "성범죄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무고죄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유승민 국민의힘 의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성범죄 무고죄에 대한 처벌 강화 주장이 나오면서 사회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에 찬성하는 측은 "억울한 죄인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반대 측에선 "성범죄 피해자 보호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일단 지르고 보는 '무고죄' 급증… 처벌 강화하면 사라질까

■증가하는 '무고죄'

2일 통계청 '범죄 발생 및 검거 현황'에 따르면 전체 무고죄 발생 현황은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16년 3617건이었던 무고죄 발생건수는 2017년 3690건, 2018년 4212건, 2019년 4159건, 2020년 4685건으로 증가했다.
5년 새 1068건 증가한 것이다.

무고죄 관련 실형을 선고한 법원 판단도 잇따르고 있다.

인천지법 형사7단독(황성민 부장판사)은 2일 무고 혐의로 기소된 31살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자신의 외도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내연관계였던 남성을 강간죄로 무고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11월 28일 청주지법 형사1단독(남성우 부장판사)은 직장동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허위 고소한 30대 여성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다만 검찰에 따르면 무고죄 기소율 자체는 2016년 4.3%에서 2019년 2.9%로 감소하는 모양새다.

시민들은 성범죄 무고죄 형량 강화에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모씨(29·남)는 "무고죄 형량 강화에 찬성한다"며 "성범죄 재판은 여성의 진술이 결정적이라 무고를 증명하는 것이 어렵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주변에선 만약을 대비해 핸드폰 녹음 기능을 켜둬야 한다는 불만도 있다"며 "무고죄 형량을 강화해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모씨(32·남)는 "성범죄 피해자들은 사회적으로 가해자보다 약자인 경우가 많다"면서 "무고죄 형량 강화로 부담이 커지면 피해 사실 자체를 말하기 어렵고 피해자 보호도 힘들 것 같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시민사회, 무고죄 형량 강화 '물음표'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은 성범죄 무고죄 형량 강화에 신중론을 펼쳤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무고를 당했다고 주장한 사람 중 유죄 판단을 받는 비율은 1%도 안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성폭력이 무고일 수 있다는 판단 자체가 가해자의 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범죄 피해자들을 상담하다보면 무고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무고죄나 명예훼손 고소 같은 보복성 역고소로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도 성범죄 신고율 자체가 굉장히 낮은 상황이다.
특히 데이트 폭력 등 친밀한 사이에서 발생한 사건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며 "성범죄 무고 형량 강화는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성범죄 무고에 대해선 당연히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무고죄는 이미 존재하는 법이고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성범죄 무고죄 형량 강화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오히려 경찰이나 검찰이 증거주의에 입각해 제대로된 수사와 기소를 하는 것이 중요해보인다"고 말했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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