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을 다룬 '비극의 탄생' 북콘서트가 오는 4일 서울 영등포구 와이피센터에서 열린다. 이 사건은 박 전 시장이 사망하면서 사실관계를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원순 전 시장 사건은 경찰이 공소권 없음으로 형사사건을 마무리했지만,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한 행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후 잠잠해진 여론은 '비극의 탄생'이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3월19일에 출간돼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박 시장 재임시절 서울시청 출입기자였던 저자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시장실에 근무했던 전·현직 공무원, 고소인 측 변호사와 여성단체 대표를 포함해 50명을 인터뷰해 '비극의 탄생'을 펴냈다.
손병관 기자는 3일 서울 종각에서 기자를 만나 "출간 9개월이 지나서야 북콘서트를 여는 이유는 책 홍보보다 평가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박원순 사건에 관해 청중들의 질문에 즉답하는 형식으로 궁금증을 해소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북콘서트 청중은 마감된 상태지만 저자는 "여성단체, 국가인권위, 여성가족부 관계자들을 위해 비워놓았다"고 말했다. 저자는 박원순 사건이 래디컬(radical, 급진) 페미니즘, 미디어 리터러시, 증거재판주의, 국가기관의 신뢰성 등과 관련해 많은 의미를 함축한다고 밝혔다.
저자는 "한 가지만을 놓고 얘기해도 1시간 넘게 굉장히 깊이 얘기해야 될 의제들"이라며 "이번 북콘서트에서는 래디컬 페미니즘에 집중하기 위해 2030여성 2분을 모셨다"고 말했다.
'비극의 탄생' 북콘서트에는 저자를 비롯해 박원순 유족의 법률대리인 정철승 변호사, 페미니즘 연구자 권윤지씨, 권보람 참자유청년연대 대표가 참여한다.
저자는 "페미니즘은 밖에서 보면 모든 여성들(의 권리)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만 여성계 내부에서도 다양한 결이 존재한다"며 "기득권·권력층 남자와 약자 여성의 구도로 남녀 편 가르기 식의 시각은 굉장히 잘못됐다"고 말했다.
여성계 일부에서는 '비극의 탄생'이 성범죄 가해자를 옹호하는 책이라고 규정하며 '2차 가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3월17일 박원순 사건 고소인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책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정한 사실을 오히려 부정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고도 말했다.
저자는 "책은 박원순 시장의 모든 행적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내용만 담은 게 아니다"라며 "다만 취재 과정에서 Δ코드명 '잔디'로 지칭된 고소인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들이 경찰 진술조서에서 없거나 현격히 빈약했고 Δ무릎 호, 네일아트, 문자 전송 등 둘 사이의 상황도 잔디의 사후 기억에 의해 재구성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저자는 박원순 사건의 본질에 대해 "박원순 시장이 스스로 만든 유니버스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스스로 그냥 파멸하는 길을 택했다"고 "(박 시장이) 잘못했다고 정말로 생각했다면 (유서 등을 통해) 분명히 밝혔겠지만 시장은 답을 못 찾고 나머지 사람들한테 숙제로 넘긴 셈인데 이제 그걸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의외로 저자는 박원순 시장이 잘했던 정책보다 아쉬운 지점과 실패한 정책을 더 기억했다. 그는 "박원순 시장이 성자나 영웅으로 그려져서는 안 된다"며 "재임 기간 중에 전임 서울시장들을 만나서 고견을 청취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에 수상한 리콴유 세계도시상만 하더라도 공적에 이명박의 청계천, 오세훈의 DDP가 다 포함됐다"라며 "박 시장 혼자 잘해서 받은 상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당시에 말씀드렸지만 박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도 설명했다.
'미세먼지 절감 위한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실행에 실패했지만 오히려 박원순 시장의 진면모를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도 했다. 저자는 "'대중교통 무료 정책'처럼 박 시장의 많은 정책이 대중의 집단지성을 믿고 가는 측면이 있었다"며 "현실에서는 그게 잘 안 되는 것이 뻔했는데, 그런 면에서 박 시장은 성공 여부를 떠나서 밭을 가는 농사꾼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비극의 탄생' 북콘서트는 4일 서울 이후에 18일 광주광역시 등 지방을 순회한 뒤 다시 서울에서 2차 북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저자는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비극의 탄생은 원래 쓰려고 했던 책이 아니었는데 첫 저작이 됐다"며 "한국 현대사를 제 시각으로 해석한 책을 지난 10년간 준비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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