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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명정권·귀신' 속설에도 기시다, '9년 빈집' 공관으로 이사하는 까닭 [도쿄리포트]

기시다 총리, 11일께 공저(공관)입주 
아베, 스가 두 전직 총리 9년간 비워놨던 곳 
1932년 5월 총리 암살 사건 무대 
"단명정권으로 끝난다"는 속설 
지진 등 위기관리 대응 강화 목적 커
'단명정권·귀신' 속설에도 기시다, '9년 빈집' 공관으로 이사하는 까닭 [도쿄리포트]
일본 총리 공저(공관) 전경. 사진/일본 총리 관저 홈페이지
【도쿄=조은효 특파원】 그간 국회의원 숙소에서 기거해 온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11일께 9년간 '빈집' 상태로 놓인 총리 공관에 입주한다고 7일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일본 도쿄 나가타초에 위치한 총리 집무 공간은 통상 '관저'라고 부르며, 거처는 '공저'라고 한다. 관저와 공저는 같은 부지에 위치한다. 도보 1분 거리다. 지진·태풍 재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 등이 발생할 경우, 새벽이라도 관저로 뛰어들어가기가 용이하다. 위기 관리 대응이라는 차원에서는 공저 입주가 당연하지만, 민주당 정권인 노다 요시히코 총리를 끝으로,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베 신조, 스가 요시히데 두 전직 총리는 공저 입주를 거부했다. 아베 전 총리는 도쿄 시부야 자택에서 출퇴근했으며, 스가 총리는 관저에서 직선거리로 약 500m떨어진 도쿄 미나토구 중의원 숙소에서 지냈다. 두 총리 재임 기간인 총 9년간 '빈 집' 상태였던 것이다.

집이 비어있다고 해서, 유지비가 들어가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제2차 아베 정권 때(2012년~2020년)부터 무려 연간 1억6000만엔(약 16억7000만원)의 예산이 유지비로 투입됐다. 스가 전 총리는 재임 당시, 실제 이 문제로 인해 "위기 관리 의식이 결여돼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올해 2월 13일 밤 11시 8분께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강진(리히터 규모 7.3)이 발생했는데, 총리가 지진 발생 20분이 지나서야 관저에 도착했던 것이다.

'단명정권·귀신' 속설에도 기시다, '9년 빈집' 공관으로 이사하는 까닭 [도쿄리포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로이터 뉴스1
일본 정가에서는 아베, 스가 두 전직 총리가 이런식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저에 입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공저에 입주하면, '단명 정권'으로 끝난다는 속설때문이라는 시각을 보냈다. 일부에서는 "귀신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했다. 공저에서 발생한 과거 사건 때문이다. 공저는 1929년 당초 관저로 지어졌다. 당시 일본에서 인기를 끈 미국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것이란 풍문이 돌기도 했으나, 실제 설계자는 시모토모 무라지라는 일본 대장성 공무원이었다. 준공 후 3년 뒤인 1932년 5월 15일, 이곳에서 당시 총리인 이누카이 쓰요시가 일본 해군 급진파 청년장교들이 일으킨 쿠데타로 암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단명정권·귀신' 속설에도 기시다, '9년 빈집' 공관으로 이사하는 까닭 [도쿄리포트]
일본 총리 공저(공관)내부. 사진/일본 총리 관저

'암살의 무대'라는 딱지에도 실제 일본 총리들은 미야자와 기이치(1991~1993년 재임)와 아베, 스가 두 전 총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공저에서 기거했다. 스가 전 총리가 재임 당시 중의원 숙소에서 머물기로 한 것은 무파벌이란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기숙사 형태인 의원 숙소에서 다른 의원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목적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공저로 들어가게 되면, '고립감'이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속설, 총리 각자의 상황에 따라 비워뒀던 공저가 9년 만에 새 주인을 맞게 되는 것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기시다 총리가 위기 관리를 중시하고 있다는 자세를 어필하고 싶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 수도직하지진 등 대지진, 후지산 분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일본 남부 규슈 가고시마현 도카라 열도 아쿠세키섬 주변에서는 사흘간 규모 1이상의 지진이 150회 이상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도쿄23구를 진앙지로 하는 지진이 발생했으며, 이달 3일에는 야마나시현과 와카야마현에서 약 3시간 간격으로 규모 5 안팎의 지진이 관측됐다.

한편으로는 지난 11월 30일 일본 총선에서 기대이상의 승리를 거머쥔 기시다 총리가 국정운영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전임 스가 총리는 공저 입주 를 거부했으나 1년 만에 단명정권으로 막을 내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