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국내 승용차 평균 판매가격이 4759만원을 기록한 가운데 내년에는 평균 5000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각종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되면서 내년부터 차량 가격 인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차량 가격 인상이 본격화되면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은 개선될 것으로 관측되지만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부담은 내년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8일 현대차·기아의 올해 3·4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9월 현대차가 국내에서 판 승용차의 평균가격은 4759만원으로 지난해 보다 576만원(13.8%) 상승했다. 플래그십 모델 G90이 이달 출시되고, 내년 차량 가격 인상이 본격화되면 평균 가격이 5000만원을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평균 판매단가가 오른 이유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요인이다. 제네시스 G80의 경우 모든 선택사양을 포함한 가격이 8905만원에 달하는데 올해 국내에서만 5만대가 넘게 팔렸다. 다만 3·4분기부터 가격이 오른 연식변경 모델 판매가 본격화된 측면도 있다. 올해 5월 출시된 2021년형 그랜저 가격은 최대 25만원 올랐다.
기아의 상황도 비슷하다. 7~9월 국내에서 판 레저용차량(RV) 평균 단가는 4140만원으로 집계돼 4000만원대를 돌파했다. 이는 쏘렌토, 카니발 등 중대형차 중심으로 판매가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연식변경 모델의 가격인상도 영향을 미쳤다. 기아는 올해 연식변경을 통해 새로운 로고를 장착하면서 쏘렌토와 카니발 등 주요 차종에 대한 가격을 올렸다. 7월 연식 변경된 카니발의 경우 최상위 모델 가격이 4378만원으로 전년보다 142만원 인상됐다.
아직까지는 인상폭이 크진 않지만 내년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완성차들이 차랑 가격을 본격적으로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차 열연강판 값은 올 들어 149%, 냉연강판은 112% 뛰었다. 같은 기간 마그네슘과 알루미늄 가격도 각각 146%, 49% 올랐다. 현대차도 6일 2022년형 싼타페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최대 240만원 올렸다. 특히 최근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되면서 출고는 계속 지연되고 있지만 자동차 구매 수요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인기 차종의 경우 1년 이상을 대기해야 할 정도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선 원가 상승분을 차량 가격으로 전가시킬 수 있는 적기인 셈이다.
해외도 차량 가격 인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의 신차 평균가격을 보면 9월 4만5000달러로 전년동월 대비 12% 상승했다. 도요타, 폭스바겐 등 완성차뿐만 아니라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경우 한국, 미국, 중국 등 주요 지역에서 최근 차량 가격을 올렸다. 모델Y의 경우 올해 상반기 국내에 처음 판매됐을 때 가격이 롱레인지 기준 6999만원이었지만 여러 차례 가격인상을 거쳐 지금은 7899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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