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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드문 광경' 아쉬움 가득한 환송… 기대감 넘치는 환영 [삼성전자 'MR. 사이다' 경계현, 화려한 컴백]

떠나는 곳에선
"삼성전기 역대급 사장"
"말 통하는 MZ형 리더"
계열사 직원들 후한 평가
기다리는 곳에선
실적으로 경영능력 인정받고
공감하는 MZ세대 소통 장인
삼성전자도 분위기 쇄신 기대
'참 드문 광경' 아쉬움 가득한 환송… 기대감 넘치는 환영 [삼성전자 'MR. 사이다' 경계현, 화려한 컴백]
"성과급 덜 받아도 되니까 안 가셨으면 좋겠습니다"(삼성전기 직원).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 전날이었던 지난 6일 저녁 무렵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사진)은 갑자기 "내일 오전 긴급방송을 하겠다"고 공지했다. 사내에서는 '무언가 변화가 있구나'하고 짐작했다고 한다. 인사 뚜껑이 열리자 삼성은 물론 재계가 깜짝 놀랐다. 경 사장이 삼성전자 반도체·부품(DS) 부문장으로 영전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계열사 사장이 그룹 '본진'인 전자의 사업 수장 자리(부문장)로 간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누구도 예상할 수 없던 결과였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 최고위 리더 자리에 오르지 못한 사장급 인사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 지내다 삼성에서의 커리어를 마치게 되는 것이 보통"이라며 "이번 경 사장의 경우는 그야말로 파격"이라고 말했다.

■전기"역대급 최고의 사장" 평가

다소 생경했던 광경은 긴급방송을 한 7일에 일어났다.

이날 방송은 경 사장이 임직원을 위해 마지막 예우를 갖춰 작별을 고하는 자리였다. 경 사장의 감정은 처음부터 고조돼 있었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그동안 고마웠다. 잊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을 떼자마자 왈칵 눈물을 쏟았다. 결국 말을 이어가지 못할 정도로 오열하고 말았다.

경 사장이 석별의 눈물을 흘리자 그 모습을 지켜본 임직원 다수가 실시간 채팅과 게시판을 통해 '같이 울었다'는 글을 남겼다. '가지말라, 가면 안된다'부터 '내 인생의 역대급 최고의 사장님' '기다리고 있겠다. 다시 와달라' '존경하고 사랑한다' 등 '경계현 블루(우울)'와 상실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8일까지 올라왔다.

이후 경 사장은 별도로 사내게시판에 남긴 글을 통해 "코로나로 힘든 상황에서도 모두가 열심히 해줘서 올해 역대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며 "나는 자리를 옮기지만 언제나 전기가 글로벌 부품기업으로 우뚝서기를 바라며 항상 응원하고 함께하겠다"고 못다한 인사를 전했다. 이 이야기는 곧바로 그룹 전체로 퍼졌다. CEO를 좋아하다 못해 저렇게 눈물까지 흘리는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되는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계열사 한 직원은 "이런 게 회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도대체 어떤 분이었는지 너무 신기하고 궁금하다"고 말했다.

■전자, 조직 분위기 쇄신 기대감

또 전자 직원들은 경 사장의 복귀를 대환영했다. 전자의 한 직원은 "'미스터 사이다' 경 사장의 소통능력이 조직 분위기를 어떻게 바꿀지 기대된다"고 전했다.

경 사장의 '화려한 컴백'은 최고의 실적과 업을 통찰하는 경영능력 외에도 MZ세대와 공감하는 소통능력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자는 내년 신인사제도를 시행하는데 경 사장이 그 적임자라고 본 것이다. 동료평가 도입, 승진자 명단 미공개, 직급·사번 가리기 등 전자가 새로 도입하는 제도는 경 사장이 전기에서 이미 실험한 것들이다.

그는 지난해 1월 전기 사장 취임 후 매주 목요일 격 없이 대화를 나누는 '썰톡(Thursday talk)'을 만들었고, 매달 한 차례는 꼭 방송에 나왔다. 2년간 직접 출연 횟수는 20회가 넘는다.'돌직구' 질문에도 피하지 않았다. 한번은 "왜 우리는 전자처럼 많은 성과급을 받지 못하느냐"는 질문에 "전자보다 매출, 이익이 적다.
우리도 생산효율성을 높이면 많이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답변의 내용보다 직원들이 더 바랐던 것은 소통 자체였기 때문에 '사장과 말이 통한다'는 데서 전기 직원들의 만족도가 크게 올라갔다.

전기의 또 다른 직원은 "경 사장은 추상적이지 않고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 구성원 전체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인상 깊었다"며 "권위를 내려놓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추구하는 MZ형 리더"라고 기억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