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청주에 사는 80대 A노인은 지난달 자신 소유 건물의 수도요금 고지서를 받고 의아해했다.
한여름에도 8만원씩 나오던 요금이 무려 22만원이나 부과됐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수도요금이 19만원 나올 때는 검침에 오류가 있다고 단순히 넘겼으나 또다시 같은 일을 당하니 황당했다.
지난 6월 건물 1층에 소규모 매장이 새롭게 들어온 것 말고는 전과 달라진 게 없는데 수도요금이 종전보다 훨씬 많이 나온 것이다.
A노인은 옥내 누수 등 물 사용량이 늘어난 것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동의도 없이 수도 계량기에 원격 검침 설비를 설치한 것을 확인했다.
청주시는 올해 29억원을 들여 원거리에 있는 면 단위 지역이나 검침이 어려운 주택·건물 1만6500곳에 무선원격검침시스템을 설치했다.
원격검침시스템은 수도사용량을 상수도사업본부로 실시간 전송해 검침원이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다.
설치는 지난 8월 마무리했고, 올해까지 시범운영 후 내년에는 시스템을 확대 보급할 계획이다.
문제는 원격검침시스템 설치 과정에서 건물주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A노인은 "사전에 의사를 묻지도 않고 이렇게 몰래 설치하는 게 어디 있느냐"며 "계량기도 건물 출입구에 바로 있는데 굳이 여기에 설치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시내에 있는 A노인 건물의 수도 계량기는 1층 출입구 바로 앞에 있어 검침에 크게 어려움이 없다.
원거리 외곽지역이나 출입이 제한돼 검침이 어려운 주택·건물에 원격검침시스템을 도입한 애초 목적에 부합하기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사업을 수주한 민간 업체 7곳이 장비를 손쉽게 설치할 수 있는 대상에 더 가깝다.
민원이 발생해도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도 문제다.
A노인의 경우처럼 시스템 도입 후 요금 문제 등 민원이 발생하면 해당 설비를 가져가 오류 여부를 확인해 민원을 해결해야 하지만, 시는 미온적으로 대응한다.
계량기 시험분석은 관리 책임이 있는 건물주 의뢰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시험분석에 필요한 수수료가 2000원인데 오류가 확인되면 그 비용은 시에서 내지만, 문제가 없으면 의뢰인으로부터 받아야 해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설치는 건물주 동의 없이 해놓고, 이를 가져가 시험분석을 하려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다소 앞뒤가 맞질 않는 수도행정이다.
시 관계자는 "동의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업체에서 그냥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 대상은 현장 검침원 의견을 들어 선정했다. 해당 건물도 마찬가지다"고 했다.
이어 "현재 검침기 시험분석을 하지 못해 오류 여부는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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