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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있지만 돈없어서 치료 못받는 희귀 심장병 ATTR-CM 환자들 [Weekend 헬스]

홍석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10 04:00

수정 2021.12.10 04:00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
부종·호흡 곤란·피로 주된 증상
심장 침습 前 어렵게 발견해도
급여 적용 못받아 비용부담 커
기대여명 3.5년 적극 치료 중요
유전자형 보험 적용 확대 시급
약 있지만 돈없어서 치료 못받는 희귀 심장병 ATTR-CM 환자들 [Weekend 헬스]
희귀질환은 질환별 환자의 희소성 및 질환에 대한 정보 부족 등으로 인해 그 발생 및 유병 인구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 2019년 희귀질환 통계 연보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에서 공고한 희귀질환은 총 926개로, 2019년 기준으로 총 636개의 희귀질환에서 5만5499명의 신규환자가 발생했다. 전체 질환 가운데 치료제가 허가된 희귀질환은 약 6%에 불과할 정도로 치료 가능한 질환도 많지 않다. 때문에 희귀질환 환자에게 치료제가 있다는 사실은 희망을 넘어 감히 '기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치료제가 있어도 건강보험이 되지 않으면 환자들에게 희망고문이 된다.

■조기진단해 약 복용시 사망률 30%↓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이라 불리는 ATTR-CM은 혈액 내에서 자연적으로 순환하는 운반 단백질인 트랜스티레틴(TTR)이 불안정해지며 심장이나 다른 인체 장기에 쌓이는 치명적인 희귀질환이다.
트랜스티레틴이 심장에 축적되면 심장근육이 점점 뻣뻣해져 심부전을 일으키는데 예후가 좋지 않아 진단 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기대여명은 약 2~3.5년에 불과하다.

ATTR-CM은 크게 트랜스티레틴을 생성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유전성, 돌연변이는 없지만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정상형으로 구분된다. 현재까지 약 120 종류 이상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알려져 있는 유전성 ATTR-CM은 이르면 45세부터 나타날 수 있는데 지리학적으로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한 유병률 파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상형의 경우 대개 60세 이상의 남성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문제는 부종, 호흡 곤란, 피로, 가슴통증이 주된 증상이라 ATTR-CM으로 생각하지 못해 오진 비율도 높아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진단이 쉽지 않고 질환이 확인돼도 이미 치료가 늦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내과 과장은 "숨이 차서 병원을 방문하면 이미 심장에 침습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위험한 상황"이라면서 "초음파, 심전도 검사를 통해 심장 침습을 의심할 수 있지만 정확한 진단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힘들게 진단돼도 치료법도 마땅치 않았다. 장기 부전으로 인한 증상을 관리하며 질병 진행을 늦추는 것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었다. 일부 진행된 ATTR-CM 환자들의 경우 심장 또는 간 이식을 고려할 수 있지만, 고령의 환자가 많고, 기증 장기가 부족한 등의 현실적인 제약이 컸다. 김 과장은 "심장 침습의 경우 치료하면 당연히 효과가 있다"면서 "조기 진단해 제때 약을 복용하면 사망률이 30%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치료제 급여 혜택 안돼 희망고문만

다행히 ATTR-CM 치료제는 있다.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성인 환자 심혈관계 사망률과 관련 입원 감소에 대해 허가 받은 타파미디스는 정상형 또는 유전성 ATTR-CM 성인 환자의 치료를 위해 국내에서 허가 받았다.

타파미디스는 TTR의 선택적 안정화제이다. 타파미디스는 티록신 결합 부위에서 TTR과 결합하며, 4합체를 안정화시키고, 아밀로이드 생성과정에서 속도 제한단계인 단량체로의 해리를 느리게 한다. 특히, 빠르게 진단해 초기에 치료할 수만 있다면 질병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허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비급여 상태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비용효과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에 보험급여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타파미디스보다 용량이 작은 타파미디스 메글루민염이 있지만 타파미디스가 보다 치료 효과가 높다는 것이 김 과장의 설명이다. 유럽의약품청(EMA)에서는 타파미디스의 제품특성요약을 통해 ATTR-CM 질병 진행에 대해 더욱 확실한 임상적 혜택을 얻기 위해서는 가능한 빠르게 타파미디스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심장협회(AHA)도 ATTR-CM의 치료에는 심부전과 부정맥 관리 외에도 치료제를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해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 과장은 "해외의 경우 핵의학과 검사에서 확인되면 치료제를 쓰도록 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급여 기준이 까다로워 제때 환자들에게 약을 투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과장은 "유전자형 환자들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실만으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면서 "유전자형을 시작으로 정상형까지 보험적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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