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CCTV·위치추적 '감시받는 근로자'… 인권침해냐 근태관리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09 18:18

수정 2021.12.09 18:18

디지털 노동감시 피해 호소 증가
작년 상담건수 1년새 6.5배 훌쩍
"규제하자" vs "업무측정 불가피"
시민사회-재계 찬반 목소리 팽팽
CCTV·위치추적 '감시받는 근로자'… 인권침해냐 근태관리냐
디지털 기술 발달에 따른 근로자들의 노동 감시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디지털 노동감시 규제' 근로기준법 개정을 두고 시민사회와 재계의 찬반 논의가 뜨겁다.

시민사회는 법 개정을 통해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재계는 기술이 고도화된 만큼 세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디지털 노동감시 피해 호소 급증

9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사업장 내 '디지털 노동 감시'로 인한 근로자들의 피해 호소가 늘고 있다. 디지털 노동 감시란 폐쇄회로(CC)TV·인터넷 이용 모니터링·ERP(전사적 자원관리)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근로자의 근태 측정을 가리킨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올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검찰 인권센터에 접수된 디지털 노동감시와 관련한 상담 건수는 2019년 7건에서 지난해 46건으로 약 6.5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내에 접수된 개인정보 피해 신고·상담 건수 역시 2016년 9만8210건에서 지난해 17만7457건을 기록했다.

디지털 전자 기술 설치·운영시 근로자에게 사전 고지 없이 설치하는 비율은 기술 유형별로 39.8~51.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주의 과도한 노동 감시로 인한 피해 호소는 분야를 막론하고 나타난다. 지난 8월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재택근무 시행 이후 직원들의 동의 없이 위치추적 프로그램을 휴대폰에 설치하도록 해 노동부와 경찰에 고발당했다. 당시 노조 측은 "음저협이 사전 동의 없이 직원들의 휴대전화에 설치된 앱에 위치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배달 위치가 노출되는 배달노동자 역시 노동 감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노동자의 경우 노동자의 작업 과정이 플랫폼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잠시만 같은 위치에 정차해 있어도 배달 대행사 측에서 근태 감시에 나선다"며 "하다못해 화장실을 갈 때에도 보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생활 침해"vs"근태 측정 불가피"

이처럼 근로자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법 개정을 통한 디지털 노동 감시를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 등은 지난달 29일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디지털 노동감시 규제와 기본권 보호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입법공청회'에서 디지털 노동 감시 해결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하나 해우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미 십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던 노동 감시 문제가 최근 감시 기술 발달로 많은 시민들이 문제를 인지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디지털 노동 감시 문제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으로 규제가 가능하지만 이 법안은 개인정보처리자(사업주)와 정보주체(노동자)간 관계를 대등하다고 전제하고 있어 근로 계약이 얽혀있는 노사 관계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근로기준법 제17조에 '사용자는 근로계약 체결 시 근로자에게 감시 설비 설치에 관한 사항을 명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시민사회 개정안을 만들어 제안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재계는 일정 수준의 제약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준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노사관계법제팀 팀장은 "근로계약이 체결된 합당한 범위 내에서 근태 측정을 위한 개인적인 사생활의 제약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어 "ERP, 인터넷 이용 내역 등 감시 시스템은 생산설비에 자동으로 부착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노조가 감시 설비 동의권을 갖게 될 경우 설비 도입부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고도화된 기술에 부합하는 입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