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유한양행의 조단위 기술수출 성과를 이끈 주역들이 잇달아 사직서를 던지고 새 둥지를 틀었다. 이쯤되면 인재를 잃었다고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할 텐데 실상은 다르다. 오히려 긴밀한 협력 관계로 더 큰 그림을 그리게 됐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유한양행은 이들과 다시 연을 맺고 새로운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유한양행의 인수합병(M&A)와 기술수출(라이선싱 아웃) 등 투자업무를 총괄해온 김재교 전 유한양행 전무가 지난 10월 메리츠증권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업쪽에 몸을 담게 된 김 부사장은 앞으로도 유한양행과 연을 이어갈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부사장은 <뉴스1>과 전화통화에서 "유한양행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면 외부에서 조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그동안 유한양행에서 투자 관련 업무를 총괄해왔다. 유한양행이 지난 2015년부터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진행해온 여러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와 기술수출 대부분이 그의 손 끝에서 이뤄졌다.
특히 유한양행이 2019년 1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신약물질을 다국적제약사 길리어드에 무려 7억8500만달러(약 88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던 성과도 김 부사장의 전략을 통해서였다.
이 신약물질은 당시 유한양행이 여러 합성신약 후보들을 골라놓은 초기 단계에 불과했지만, 김 부사장은 이 후보물질들의 연구성과와 시장가치 평가 등을 종합해 빅딜을 성사시켰다.
또 2018년 다국적제약사 얀센에 폐암신약물질 '레이저티닙'을 12억5500만달러(약 1조4000억원)에 기술수출했던 것도 김 부사장의 공이 컸다. 유한양행이 지난 2012년 국내 기업 한올바이오파마에 약 300억원 규모로 지분투자한 뒤, 6년만에 투자수익률 100% 이상을 올렸던 것 역시 김 부사장의 투자전략 성과다.
아울러 2019년 4월 성균관대학교 교수 2명과 아임뉴런바이오사이언스(이하 아임뉴런)사를 공동설립한 김한주 대표이사도 유한양행의 이 같은 기술수출의 일등공신이었다.
김 대표는 유한양행 재직 당시 중앙연구소 BD(사업개발) 팀장(이사)이었다. 그는 길리어드에 기술수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길리어드와 가장 많이 만났던 인물이다. 김재교 전 전무가 기술수출 규모 등을 결정하는 역할을 했다면 김한주 전 이사는 핵심 실무를 맡았던 것이다. 김 전 이사는 이외 얀센과 베링거인겔하임 등 기술이전에도 주요 역할을 했다.
유한양행은 아임뉴런이 설립된지 약 3개월만에 60억원을 투자하며 김한주 대표와 연을 이어갔다. 이 회사는 뇌질환 등 난치질환 치료법을 개발하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현재 관련한 여러 플랫폼 기술 특허를 보유 중이다. 유한양행은 최근 아임뉴런, 성균관대와 함께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내 중추신경질환(CNS) 연구센터 건립에 나서기도 했다.
유한양행의 신약물질 개발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남수연 지아이이노베이션 사장도 유한양행과 협력 관계에 있다.
유한양행 연구소장 출신인 남 사장은 지난 2010년부터 R&D 분야를 이끌며 유한양행을 신약개발사로 탈바꿈시킨 인물로 평가된다. 남 사장은 2019년 길리어드에 유한양행 신약물질이 처음 기술수출됐을 당시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와 전화통화에서 축하를 했다는 후문이다. 남 사장은 당시 퇴사한 상태였다.
남 사장은 2016년 유한양행에서 나온 뒤 인츠바이오를 거쳐 2018년 지아이이노베이션에 합류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신약개발 전문기업으로, 면역항암 후보물질 'GI-101'과 알레르기 치료 후보물질 'GI-301' 등을 개발했다. 유한양행은 전략적 투자자로서 2019년 지아이이노베이션에 60억원을 투자해 지분 3.6%를 취득했고, 올해는 100억원 규모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5%로 끌어올렸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7월에는 총 1조4090억원(계약금 200억원) 규모로 지아이이노베이션의 GI-301 물질을 기술이전받기도 했다. 이 계약은 일본을 제외한 전세계 사업권을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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