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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쥐가 먹은 초미세플라스틱, 새끼 뇌까지 퍼졌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14 14:05

수정 2021.12.14 14:05

생명공학연구원, 세대간 전이와 자손의 뇌 발달 문제 발견
실험쥐. 생명공학연구원 제공
실험쥐. 생명공학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희귀난치질환연구센터 이다용 박사팀이 초미세플라스틱의 세대 간 전이와 자손의 뇌 발달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향후 초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해결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정책이나 제도 마련, 저감을 위한 방안 모색에 필요한 과학적 근거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다용 박사는 14일 "육상 포유류인 생쥐에서 초미세플라스틱이 어미 쥐에서 새끼에게 전달되는 경로와 분포를 밝혀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박사는 "노출량이 많은 경우 자손의 뇌 발달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초미세플라스틱은 미세플라스틱이 쪼개져서 형성되는 플라스틱 입자로 크기가 1㎛(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이하로 매우 작아 관찰 또는 검출이 매우 어렵다.

연구진은 동물모델인 생쥐에게 녹색 형광을 입힌 초미세플라스틱을 먹였다.
이 쥐가 낳은 새끼는 어미의 젖을 통해 초미세플라스틱이 여러 장기에 축적됐다. 특히, 플라스틱 입자가 자손의 뇌 조직에도 일부 분포하는 것을 관찰했다.

또한 초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어미 쥐에서 태어난 새끼는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되지 않은 개체에 비해 몸무게가 증가했다.

적은 양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경우에는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어미 쥐에서 태어난 새끼에서는 뇌의 구조적 이상이 발견됐다. 특히,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영역인 해마 영역에서 뇌 신경세포 형성을 담당하는 신경줄기세포의 수가 감소한 것이다.

또한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생쥐에서 태어난 새끼는 다 성장한 후 뇌의 생리학적 생화학적 기능에 이상이 관찰됐다. 암컷의 경우는 인지능력 저하도 나타났다.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쥐의 새끼에서는 신경세포 기능의 필수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 감마아미노뷰티르산)의 생성량에 변화가 일어났다. 행동 실험을 통한 인지능력 측정 결과 암컷에서는 일반 쥐에 비해 인지능력 떨어진 것이다.

이 박사는 "향후 실제 환경에서 인체에 노출되는 미세플라스틱 양과 생물학적 영향에 대한 심도 있는 후속 연구와 조사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분야 유수 저널인 '유해물질 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11월 19일(한국시각)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한편, 최근 미세플라스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환경과 생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연구되고 있지만, 어미를 통한 미세플라스틱의 세대 간 전이와 자손의 뇌 발달 영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미세플라스틱은 5㎜ 미만 크기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으로 크기가 작아 하수처리시설 등에 걸러지지 않고 바다와 하천으로 유입돼 환경 문제를 초래한다.
이를 먹이로 오인해 섭취한 물고기를 다시 인간이 섭취하게 되면서 장폐색 등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가 되고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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