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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생각지 못했다"…발상의 전환 불러온 검은피부 인체해부도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14 15:11

수정 2021.12.14 15:11

검은 피부의 태아 임신 해부도, 온라인서 뜨거운 반응
나이지리아 25세 의학도, 지금껏 못 본 삽화 직접 그리겠다 결심
미국에선 인종 다양성 부족한 의학 삽화가 오진으로 이어진다
출처 = 트위터 치디베레 이베 계정 갈무리
출처 = 트위터 치디베레 이베 계정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발상의 전환으로 기존의 '평범한' 인체해부도를 재해석한 그림이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해부도 속 아기와 엄마의 피부가 살구색이 아니라 검은색이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의 의학도 치디베레 이베(25)는 지난 11월 25일(현지시간) SNS상에 태아를 임신한 배를 그린 인체해부도 사진 한 장을 올렸다. 흔히 시중에서 보이는 살구색 피부의 인체해부도와 다르게 뱃속 태아와 임신한 엄마의 피부가 검은색에 가까운 진한 갈색을 띠고 있다.

14일(현지시간) ABC뉴스에 따르면 이베는 "독학으로 의학 삽화가 공부를 하면서 대부분의 인체 그림이 검은 피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레퍼런스가 필요해서 찾으려 해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가 직접 새로운 그림을 그려보도록 독려했고, 그는 다양성을 보여주는 의학 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노력을 인정받아 그는 현재 국제 신경외과 저널의 수석 의학 삽화가가 되었고, 우크라이나의 키예프 의과대학에 진학해 신경외과의로서 꿈을 펼칠 예정이다.

치디베레 이베 / 출처 = 트위터 치디베레 이베 계정 갈무리
치디베레 이베 / 출처 = 트위터 치디베레 이베 계정 갈무리

한편, 외신에서는 미국의 의학 삽화들이 인종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 워싱턴대학교 패트리샤 루이 사회학 교수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의학 교과서 4종에 나온 의학 삽화 4000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어두운 피부의 이미지는 4.5%밖에 없었다. 삽화의 77%는 피부가 밝았으며, 나머지 21%는 중간 밝기였다.

루이 교수는 의사들이 밝은 피부색의 삽화를 접하면서 '전형적인' 환자가 백인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피부암 환자를 그릴 때도 흑색종이 생긴 밝은 피부만을 그린다는 문제점을 짚었다. 미국에서 흑인이 피부암 말기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백인의 3배에 달한다.
"피부암이 어두운 피부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의사들이 잘 알지 못해서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온라인 상에 올라온 이베의 그림에 대해 누리꾼들은 해부도에 대해 '한번도 갈색 피부를 한 의학 삽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도 못했다', '아름답다', '계속 이런 작품을 그려달라'라는 반응을 보였다.


해당 게시물은 14일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9만 8천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yesyj@fnnews.com 노유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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