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대면 거래 줄어든 탓
최근엔 벽걸이보다 탁상용 인기
상가·주택 밀집 지역은 수요 꾸준
최근엔 벽걸이보다 탁상용 인기
상가·주택 밀집 지역은 수요 꾸준
15일 서울 역삼동 강남역 인근 은행 점포들은 연말 답지 않게 조용한 분위기였다. 보통 은행 업무가 아니더라도 달력을 얻으러 발걸음을 하는 고객들로 붐비는 때인데 올해는 달력을 찾는 시민들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은행 직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공짜인 은행 달력이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웃돈 붙어 팔리는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기업은행 강남대로지점 직원 A씨는 "3~4년 전만 해도 이맘때가 되면 달력이 없어서 다들 구하려고 여기 저기 움직였는데 올해는 거의 소진되지 않았다"며 "그래서 그런지 인근 점포에서 달력 일부를 달라고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근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도 상황은 비슷했다. KB국민은행 종합금융센터 직원은 "옛날에는 상담 고객들이 꼭 달력을 달라고 해서 업무도 늦어지고 달력도 빨리 소진됐다"면서 "올해도 달력 문의가 꽤 있긴 한데 업무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에서는 원래는 벽에 걸어두면 돈이 된다는 미신에 벽걸이용 달력이 인기가 더 많았지만 최근에는 탁상용 달력을 훨씬 많이 찾는다고 귀띔했다. 신한은행 역삼동지점 직원은 "현재 지점에 있는 달력은 전체 10% 정도 남은 상태"라며 "4~5년 전만 하더라도 벽걸이 달력을 원하는 고객이 많았는데 최근엔 탁상용 달력을 원하는 수요가 많아졌다"며 "본사에서 지점으로 물량을 보낼 때도 탁상용 10 대 벽걸이용 1의 비율로 보내왔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강남대로금융센터점은 유일하게 달력이 모두 소진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달력을 받고도 추가로 더 달라고 하는 고객이 많다"며 "수량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어렵다고 했더니 화 내고 나가셨다"고 말했다. 또 "달력이 추가로 확보되면 연락을 달라고 부탁하는 고객도 있었다"고 했다.
은행업계는 이처럼 과거와 달리 최근 은행 달력 수요가 줄어든 가장 큰 요인으로 코로나19를 꼽는다. 대면 거래 빈도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달력에 대한 수요도 자연스럽게 작아졌다는 것.
신한은행 관계자는 "요즘에는 환경 문제, 코로나19 등으로 달력을 찾는 고객이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며 "보통 수요에 맞춰서 달력을 제작하는데 최근 제작 수가 줄고 있다. 앞으로도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제작 수는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동네 은행'들은 아직 은행 달력의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일부 지점에 따라 은행 달력에 대한 수요는 꾸준한 편"이라며 "상가 밀집 지역, 고령자 밀집 주택가 등에서는 여전히 수요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 권준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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