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선거의 계절… '선 넘을 듯 말 듯' 정치풍자 콘텐츠 빵 터졌다 [Weekend 문화]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17 04:00

수정 2021.12.17 04:00

4년 만에 돌아온 'SNL코리아'
대선주자에 표정관리 힘든 질문 투척
공중파에선 '개승자' 화제의 중심에
OTT 웨이브 드라마 '청와대로 간다'
세련된 정치 블랙코미디로 배꼽 잡아
시즌2 요청 있을 정도로 인기몰이
DJ 승리 이끈 엄창록 실화 모티브
영화 '킹메이커' 이달 개봉 앞둬
"휴가 때 (배우 김부선이 출연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닮았다는) '아수라' 중 하나만 본다면 무엇을 보시겠습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쿠팡플레이의 'SNL코리아'에 출연했을 당시 받은 질문이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다시 부활한 정치 풍자 코미디가 장안의 화제다. 여기에 정치 소재 영화·드라마와 대선판에서 펼쳐지는 각당 후보들의 활동을 고스란히 반영한 웹소설까지 등장해 눈길을 모은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면서 정치·선거 관련 문화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에이스토리가 제작중인 정치시트콤 '청와대 사람들'에선 배우 차인표가 대통령 역을 맡았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면서 정치·선거 관련 문화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에이스토리가 제작중인 정치시트콤 '청와대 사람들'에선 배우 차인표가 대통령 역을 맡았다.
OTT 웨이브가 제작한 정치블랙코미디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OTT 웨이브가 제작한 정치블랙코미디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SNL코리아' '개승자' '이상청' 되살아난 정치 풍자 코미디

18대 대선을 앞두고 'SNL코리아'는 '여의도 텔레토비' 코너를 통해 대선 후보의 특징을 절묘하게 잡아낸 콩트로 화제를 모았다. 폐지 이후 4년 만인 지난 9월 다시 선보인 'SNL코리아'는 정치 풍자 코미디의 부활과 함께 '인턴기자 주현영'이라는 스타를 탄생시켰다. 이 '20대 여성 사회 초년생' 캐릭터는 '주기자가 간다' 코너를 통해 2030세대의 표심을 사로잡고 싶었던 이재명, 윤석열 대선후보 등을 만나 민감한 질문을 서슴없이 던졌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무슨 영화를 보겠냐는 질문에 "둘 다 안 보고 싶다"고 했다가 "이미 둘 다 봤다. '아수라'가 더 재미있었다"라고 답했다. '부인 김건희 리스크'가 있는 윤 후보는 '다시 태어나도 현 부인과 결혼하기 vs 대통령 되기'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대한민국 코미디 역사상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수많은 유행어를 만들어냈던 KBS '개그콘서트'는 폐지 이후 약 1년6개월 만인 11월, '개승자(개그로 승부하는 자들)'로 되살아났다. 개그맨들이 13개 팀을 이뤄 개그 실력을 겨루는 서바이벌 형식으로, 검찰의 압수수색 등 시사 풍자 코너가 적지 않다.

정치인 소재 드라마도 대선 정국과 맞물려 인기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시즌2 요청이 있을 정도로 세련되게 배꼽을 잡는 정치블랙코미디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여성 정치인이 갑작스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되고, 그녀의 남편인 정치평론가가 납치되면서 동분서주하는 1주일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사회를 비추고 비튼다. "남편이 김성남이라고 했지? 유시민 되고픈 잔잔바리! (보좌관에게) 김성남 SNS 다 캡쳐해 둬." "안다. 공무원이 꽃길만 걸을 수 없다는 거… 하지만 정치! 정치가 도대체 뭐길래" 등 정치인 뒤에 있던 보좌진과 '어공'(어쩌다 공무원), '늘공'(늘 공무원)의 세계를 전문적으로 그려낸 것도 볼거리다. 웨이브의 김용배 커뮤니케이션전략부장은 "웨이브만의 특색 있는 장르를 선보이고자 방송에서 다루기 힘든 정치블랙코미디 장르를 기획, 윤성호 감독에게 연출 의뢰했던 작품"이라며 "오픈 첫날 신규 신청자 유입·시청시간 1위를 기록했고, 꾸준히 신규 유료가입자를 견인하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또 '킹덤' '지리산'을 제작한 에이스토리는 내년 대통령 선거 전에 정치풍자 숏폼드라마 '청와대 사람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임기 3년차인 대통령에게 갱년기와 레임덕이 동시에 찾아온다는 설정의 이야기로 'SNL코리아'의 극본을 썼던 김민석 작가,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총괄PD를 맡았던 안상휘 PD가 대본 집필을, 영화 '오케이 마담'의 이철하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설경구와 이선균이 주연을 맡은 '킹메이커'는 1960~70년대를 배경으로 정치인과 선거전략가의 이야기를 그린 정치 영화다.
설경구와 이선균이 주연을 맡은 '킹메이커'는 1960~70년대를 배경으로 정치인과 선거전략가의 이야기를 그린 정치 영화다.

■영화'킹메이커' 웹소설'식당 대선후보 박종원'

12월 개봉 예정인 영화 '킹메이커'는 '선거판의 여우'로 불렸던 고 엄창록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선특수를 누릴지 주목된다. 이 영화는 두 인물의 삶을 통해 '올바르다고 믿는 목적을 위해 올바르지 않은 수단도 정당한지'를 묻는다. 1960~70년대를 무대로 정치인 김운범(설경구)의 선거 전략가를 자처한 서창대(이선균)는 기존엔 상상치도 못한 '네거티브' 선거 전략을 펼치고, 낙선만 하던 김운범에게 금배지를 안긴다. 둘은 빛과 그림자처럼 '브로맨스'를 나누나 '목적과 수단'이 모두 정당하길 바라는 김운범과 달리 "세상을 바꾸려면 우선 이겨야 한다"는 서창대는 결국 접점을 찾지 못한다. 실제 '심리전'에 능했던 엄창록은 불법선거가 판을 치던 당시, 상대 정당인 척 위장하고 선물 줬다 다시 뺏기 등 기상천외한 수법을 써 표심을 얻었다. 전라도와 경상도 간 지역 감정 조장도 그의 작품. 이러한 전술로 그는 실제로 '킹메이커'의 전설을 썼다.

또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엔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이름을 패러디한 '식당 대선후보 박종원'이 연재중이다. 스타 사업가이자 방송인인 백종원은 2018년 실제 국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바 있는데, 소설의 주인공 박종원 대표가 이때 정치를 결심하고 국회의원을 거쳐 제20대 대선에 출마한다는 설정이다. 방송작가로도 활동 중인 '듀스원' 작가는 "매일 대선판에서 펼쳐지는 각당 후보들의 활동을 거의 그대로 반영하면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출판계는 아예 대선특수를 노리는 출판물로 넘친다. 주요 후보 관련 서적이 상반기부터 쏟아져 수십권이 넘는다.
'구수한 윤석열'(4월), '윤석열의 본심:심리학자 김동철의 대권주자 행동심리 분석'(7월), '윤석열의 뉴카테고리'(8월), 스타사진작가 강형호와 함께 만든 어록사진집 '지금은 이재명'(7월), '이재명의 나의 소년공 다이어리'(7월), '이재명의 9회말 끝내기'(12월)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올해 정치·사회 분야 인기 책인 '조국의 시간'과 '추미애의 깃발'을 능가하는 베스트셀러는 아직 없다.
12월 1~7일 기준 정치·사회 베스트셀러를 보면 오히려 '난세의 영웅, 허경영을 아십니까'가 2위를 기록, 윤석열·이재명 두 유력 후보의 책보다 더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