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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윤석열 네거티브 규제 약속, 관건은 실행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16 18:00

수정 2021.12.16 18:10

규제의 틀 바꾸겠다면서
노동이사제 찬성은 뭔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가 1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최태원 회장(오른쪽) 등 경제인들을 만났다. 윤 후보는 "국민 안전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철저하게 네거티브 규제로 제도를 바꾸겠다"고 말했다.사진=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가 1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최태원 회장(오른쪽) 등 경제인들을 만났다. 윤 후보는 "국민 안전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철저하게 네거티브 규제로 제도를 바꾸겠다"고 말했다.사진=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규제의 틀과 법 토대의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국민 안전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철저하게 네거티브 규제로 제도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를 찾아 최태원 회장 등 경제인을 만난 자리에서다.
"기업이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게 하려면 민간이 알아서 하게 둬야 한다"는 말도 했다.

기업인들로선 반색할 이야기다. 규제완화는 재계의 숙원이다. 그중에서도 규제를 현행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꾸는 게 소원이다. 그러나 과거 정부 사례를 보면 규제완화는 지도자가 말만 한다고 저절로 굴러오는 호박이 아니다. 네거티브 전환 약속이 진심이라면 윤 후보는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한다. 포지티브 규제는 기업이 할 수 있는 것만 나열하는 수동적인 방식이다. 네거티브 규제는 기업이 해선 안 될 것만 나열한 뒤 나머지는 다 허용하는 능동적인 방식이다. 기업은 자연 네거티브 방식을 원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1월 당선인 시절에 전봇대 규제를 비판했다. 전남 목포의 대불공단에 갔더니 대형트럭이 폴(전봇대) 때문에 커브를 틀지 못해 애를 먹는 모습을 봤다는 것이다. 재임 중 이 전 대통령은 규제완화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진 못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대통령도 철옹성 규제 장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규제혁신 투사를 자처했다. 규제를 '암덩어리' '쳐부술 원수'에 비유하는 등 험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2014년 3월엔 장관들과 기업인들이 두루 참석한 가운데 7시간 동안 청와대 끝장토론을 주재했다. 인터넷 쇼핑 규제를 상징하는 '천송이 코트'도 이때 나왔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역시 규제 시스템 전체를 네거티브로 바꾸는 데는 실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규제를 풀기보다 더 세게 묶는 데 주력했다. 2019년부터 규제 샌드박스제를 도입한 것은 나름 성과다. 그러나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공정거래법·상법·산업안전법·화학물질관리법 개정 등 기업 발을 묶는 대형 규제를 신설하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였다. 이래선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잔챙이 규제를 아무리 풀어봤자 소용없다. 심지어 이재명 후보도 규제완화를 약속한다. 이 후보는 지난주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경쟁 효율을 저해하는 규제는 완화, 철폐하고 효율을 높이는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완화 말은 쉽다. 관건은 실행력이다. 오랜 세월 규제차익을 향유해온 기득권 세력을 넘어서려면 정권을 건 사투를 각오해야 한다. 아쉽게도 윤 후보는 벌써 재계의 우려를 사는 말을 했다. 그는 15일 한국노총 지도부를 만나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재계는 노동이사제가 공공에서 일단 물꼬를 트면 점차 민간으로 확산될 것으로 본다. 노조가 이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노동이사제는 경영 자율을 침해하는 최강 규제다.
네거티브 규제 전환과 노동이사제 도입을 동시에 약속하는 건 그 자체로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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