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무리 먼 거리라도 쉴 곳 있다면"… 떠도는 가정 밖 청소년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16 17:53

수정 2021.12.16 17:53

갈 곳 잃은 가정 밖 청소년 (下) 쉼터 부족 심각
지자체·민간이 쉼터 설치 떠안아
쉼터 턱없이 부족해 보호 힘들어
자립지원수당제도 기준 까다로워
퇴소 청소년 다수가 수당 못 받아
"아무리 먼 거리라도 쉴 곳 있다면"… 떠도는 가정 밖 청소년
가정 밖 청소년들이 온전히 보호 받기 위해선 균형적인 쉼터 설치와 자립지원 수당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시·도 지자체에 쉼터 설치를 맡긴 탓에 현재 가정 밖 청소년 수 대비 전국 청소년쉼터 쉼터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 '자립지원 수당제도' 역시 까다로워 쉼터 퇴소 청소년 다수가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쉼터 부족해 통학 2시간 거리에 머물어

16일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등에 따르면 청소년 쉼터는 성별과 머무를 수 있는 기간 별로 일시(7일), 단기(최대 9개월), 중장기(최대 3년)로 세분화돼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지역에는 유형별(일시·단기·중장기) 청소년쉼터 수가 천차만별로, 경상북도의 경우 중장기 쉼터는 3곳, 단기 쉼터는 2곳인 반면 일시 쉼터는 없다. 또 인천의 경우 일시 쉼터는 4곳에 이르나 중장기·단기 쉼터는 각 2곳에 불과하다.
이에 현장에서는 쉼터가 유형별 기능이 달라 균형적인 설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마재순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협회장은 "일시 쉼터의 경우 도움이 필요한 거리 위 아이들을 찾아 다니는 업무를 주로 맡으며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단기·중장기 쉼터에서 맡는데 많은 지자체에 여전히 쉼터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포 소재 학교를 다니는 한 청소년은 김포에 단기·중장기 쉼터가 없어서 통학 2시간 거리에 있는 인천 쉼터에 머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불균형 현상은 정부가 쉼터 설치 사업을 지자체와 민간에 떠넘긴 탓에 심화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청소년쉼터를 운영 중인 A씨는 "여러 지역을 오가는 가정 밖 청소년들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쉼터 사업은 '정부 사업'으로 추진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 "현재는 지자체나 민간이 설치 의사를 밝히면 정부가 일부 예산을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지자체·민간이 안 나서면 쉼터 설치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쉼터 나가서도 문제

쉼터를 나가서도 문제라는 것이 쉼터 운영자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가정 밖 청소년의 자립을 돕는 '청소년쉼터 퇴소자 자립지원 수당' 제도를 시행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까다로운 신청기준 때문에 수혜를 받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홍정민 민주당 의원이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자립지원 수당 지급 대상자는 11명에 불과했다. 올 상반기 중장기 쉼터를 퇴소한 18세 이상 청소년이 135명임을 감안하면 8.14%에 불과한 수치다.

수당 자격 요건은 올해 1월 1일 이후 쉼터를 퇴소한 18세 이상 청소년으로, 퇴소 전 3년 동안 2년 이상 쉼터를 이용하되 직전 1년은 연속적으로 쉼터에 머물러야 수당 지급 대상자로 선정된다. 하지만 이러한 요건이 쉼터 입·퇴소를 반복하는 가정 밖 청소년들의 특성과 맞지 않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쉼터 운영자 A씨는 "가정 밖 청소년들은 가정에서 애착 형성이 잘 안된 경우가 많아 쉼터에 와서도 선생님이나 다른 아이들과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이를 견디지 못한 아이들이 쉼터를 오고 나간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쉼터 운영자 B씨는 "한 아이는 두 달만 더 머무르면 수당 대상자에 해당됨에도 쉼터를 퇴소해 매우 안타까웠다"며 "심리적으로 불안한 시기인데다 가정 환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 '1년 연속' 요건은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문제를 개선해가겠다고 설명했다.
여성가족부 청소년자립지원과 관계자는 "단기 쉼터에 머무는 아이들의 경우 수당 지급 대상에 제외된다는 점 등 현장의 지적을 수렴하고 있다"며 "아직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추후 문제점을 개선해가겠다"고 밝혔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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