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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균의 골프장 산책] '골프대중화의 메카' 군산CC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19 08:58

수정 2021.12.19 13:12

국내 단일 골프장으로는 최다인 81홀
회원제 코스도 2016년 대중제로 전환
올 내장객 28만2천명, 개최 대회 97개
그린피 전국 최저, 코스 컨디션 최고 수준
지역경제 활성화 면에서 오거스타 닮아        
국내 최다인 총 81홀을 보유해 골프 대중화에 앞장 서고 있는 군산CC. /사진=군산CC
국내 최다인 총 81홀을 보유해 골프 대중화에 앞장 서고 있는 군산CC. /사진=군산CC
군산(전북)=정대균골프전문기자】우리나라 골프 성지(聖地)는 서울한양CC다. 골프사적 관점에서 본다면 그렇다. 하지만 '누구나 합리적 가격에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시대'라는 골프 대중화 관점에서 따져보면 그 영예를 차지할 골프장은 따로 있다. 단일 골프장으로는 국내 최다인 81홀을 보유하고 있는 전북 군산시 소재 군산CC가 그 주인공이다.

2007년에 판교 신도시 절반 가량인 총 면적 429만7521㎡(128만평)의 폐염전에 새생명을 불어 넣어 탄생한 이 골프장의 캐치 프레이즈는 단연 '골프 대중화'다. 박현규, 김춘동 두 창업주의 창업 의지다.
그 덕에 전국적으로 많은 골퍼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골프 명소가 되면서 군산CC는 군산시의 주요 먹거리가 된 지 오래다.

차이는 있지만 마치 매년 4월 둘째주에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개최지 오거스타내셔널GC가 그 소재지인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시티의 1년 먹거리를 책임지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으로 최근 2년간은 그 전과 다르지만 마스터스 기간이면 오거스타에는 시의 전체 인구인 20만명보다 많은 25만명의 관광객이 몰려 든다. 시의 연간 경제 수입의 10% 가량이 마스터스 주간에 창출되는 이유다.

군산CC도 오거스타GC 못지 않게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작년 한 해 군산CC를 찾은 내장객은 20만3000명이었다. 올해는 이른바 '코로나19 특수'로 그 수가 대폭 늘어 12월 중순까지 28만2000명이 라운드를 즐겼다. 동절기로 접어 들면서 내장객수가 다소 줄긴 했지만 성수기 때는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풀 부킹이었다. 이는 온전히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군산CC의 시그니처홀인 레이크코스 8번 아일랜드홀. /사진=군산CC
군산CC의 시그니처홀인 레이크코스 8번 아일랜드홀. /사진=군산CC
지역 경제에 활력소가 되는 것은 일반 내장객 뿐만 아니다. 이 곳에서 개최되는 크고 작은 다양한 대회도 한 몫을 한다. 올 한 해 군산CC에서는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군산CC오픈을 비롯해 97개의 대회가 열렸다. KPGA 67개, KLPGA 15개, 학생대회(초.중.고.대학) 15개 등이다. 동절기를 제외하곤 1년 내내 대회가 열렸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군산CC를 한 번도 밟지 않은 프로는 없다'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한 마디로 한국골프를 책임질 스타 배출의 요람인 셈이다.

군산CC는 개장 초기만 해도 화장기 없는 '자연미인'에 비유되곤 했다. 그러나 열 다섯살의 군산CC는 그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끊임없는 자가발전을 거쳐 다소 거칠고 투박했던 모습이 싹 사라졌다. 우선 회원제로 개장했던 레이크-리드 코스(18홀)를 2016년에 대중제로 전화하면서 '완전한 대중제'로 거듭났다. 레이크-리드코스를 제외한 나머지 63홀 페어웨이 초종을 4년전 전주-익산코스를 시작으로 양잔디에서 중지로 전면 교체한 것도 업그레이드의 한 단면이다.

혹서기 때 군산CC에 오면 으레껏 맞닥뜨려야 했던 베어그라운드 페어웨이와 누더기 그린은 이제는 찾아 볼 수 없다. 대신 그 자리는 양탄자마냥 푹신하고 촘촘한 중지로 채워졌다. 저렴한 그린피에 코스 컨디션까지 최상이니 '가성비갑'이라는 칭찬 릴레이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사시사철 기분 좋은 라운드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군산CC의 그린피는 현재 전국에서 가장 낮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린피가 주중 9만5000원, 주말 13만5000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른바 '코로나19 특수'로 그린피를 다소 인상해 주중 12만원, 주말 16만원이다. 그러나 카트비가 무료라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금액은 그 보다 3만원 가량 낮은 셈이다.

군산CC가 가성비 최고인 이유는 또 있다. 다름아닌 클럽하우스 식사다. 음식의 퀄리티는 국내 내로라하는 프라이빗 골프장 수준인 반면 가격은 반값이다. 풍미는 지역에서 나오는 제철의 신선한 재료가 담보한다. 요즘엔 매생이 굴 떡국이 인기다. 주말 조식에만 운영하는 뷔페도 군산CC가 왜 '맛집' 인지를 알게 한다. 종류와 맛 모두에서 왠만한 호텔 수준이다. 이용 금액이 1만원이라고 하니 '1만원의 행복'인 셈이다.

겨울이면 철새 도래지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많은 새들이 찾아 오는 군산CC. /사진=군산CC
겨울이면 철새 도래지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많은 새들이 찾아 오는 군산CC. /사진=군산CC
2011년 11월에 골프텔까지 개장하면서 명실상부 체류형 골프장의 면모를 갖췄다.

총 1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오픈한 골프텔은 2인실(49.59㎡)부터 가족단위의 4인실(76㎡·109㎡), 6인실(148.7㎡), 8인실(158.6㎡) 등 총 100실 규모다. 동절기에 골프텔과 연계한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면 훨씬 합리적인 가격에 기분 좋은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군산CC를 얘기하는데 있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고향과 정'이다. 그래서일까, 그 곳에 가면 '찐포근함'이 느껴진다. 아마도 전주, 익산, 정읍, 남원, 부안, 고창, 김제 등의 코스 이름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홀은 정읍 코스 3번홀(파7)과 김제코스 1번홀(파6)이다.

정읍 3번홀은 블랙티잉그라운드 기준 1004m로 세계에서 가장 긴 홀이다. 길이에서 따와 '천사홀'이라는 닉네임이 붙었지만 레귤러온에 성공하려면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아 실제 골퍼들 사이에서는 '악마홀'로 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즐기는 골퍼들 사이에서는 꼭 경험하고 싶은 '골프 순례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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