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쓰레기 더미서 종량제 봉투만 '슬쩍'...경찰은 "절도죄 아냐"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19 10:56

수정 2021.12.19 10:56

한 여성이 서울 은평구에 있는 쓰레기 더미에서 종량제 봉투만 챙기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 여성이 서울 은평구에 있는 쓰레기 더미에서 종량제 봉투만 챙기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파이낸셜뉴스] 얼마 하지도 않은데 굳이 저럴 필요까지 있을까. 누군가가 버린 쓰레기 봉투를 열어 내용물은 버리고 종량제 봉투만 챙겨 달아난 여성이 폐쇠회로(CC)TV에 잡혀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러분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게재됐다. 서울 은평구의 한 빌라에 산다고 밝힌 작성자는 “16일 오전에 쓰레기가 담긴 종량제 봉투를 빌라 앞에 내놨다”며 “이날 오후 12시 30분쯤 한 여성이 제가 버린 쓰레기 봉투를 풀고 쓰레기를 쏟아버린 뒤 종량제 봉투만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빨간 모자를 쓴 이 아줌마는 주위에 사람이 있나 두리번거리다가 저의 종량제 봉투 상태가 좋았는지 가져가셨다”면서 “해당 장면은 모두 CCTV에 포착돼 확보해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게시자는 “구청에 전화하니 종량제 봉투를 가져간 것은 절도에 해당한다며 경찰서에 문의해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곧장 경찰에 전화했지만 제가 쓰레기 봉투를 버린 것이니 절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돈으로 종량제 봉투를 구매한 것이고 그렇다면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경찰에 따져 물었고, 경찰 측은 “맞는 말이긴 하지만 절도라고 하기엔 기준이 애매해서 도와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게시자는 이후 “다음날 구청에서 전화가 왔다”며 “(구청이) 도와줄 수 있는 것은 경고문 부착과 주민센터에 전달해 수시로 관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도움이 감사하긴 하지만 명확하게 잡을 수 있다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거나 이런 내용에 대해서는 도움을 받을 수 없으니 그마저도 답답하다”라고 글을 마쳤다.


실제로 이같은 사건들이 주택가 곳곳에서 목격되며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해당 지자체에선 어질러진 쓰레기를 치우는 것 외엔 뾰족한 해결책이 없고, 주민들의 신고를 받은 경찰도 절도죄로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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