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은둔, 개인의 노력만으론 해결 안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숨어버린 사람들 (13) 좌담회 - 은둔형 외톨이를 말하다]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19 16:59

수정 2022.01.16 21:07

사회=김도우 사회부장
부모세대 "노력하면 된다" 인식 깨고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합의 있어야
제대로 된 정의·실태파악 가능해져
단기적 목표 급급한 정책은 성공 못해
무직자 등 '일'의 관점에서 탈피해
기존 사회복지 체계와 다른 접근 필요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빌딩에서 은둔형 외톨이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이 토론에 앞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남기웅 청년재단 팀장,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 김혜원 호서대 청소년문화상담학과 교수(파이나다운청년들 이사장), 김옥란 리커버리센터장, 주상희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 대표, 오상빈 광주시 동구 청소년상담센터장, 김도우 파이낸셜뉴스 사회부장, 남보영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빌딩에서 은둔형 외톨이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이 토론에 앞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남기웅 청년재단 팀장,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 김혜원 호서대 청소년문화상담학과 교수(파이나다운청년들 이사장), 김옥란 리커버리센터장, 주상희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 대표, 오상빈 광주시 동구 청소년상담센터장, 김도우 파이낸셜뉴스 사회부장, 남보영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진=서동일 기자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제도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파이낸셜뉴스가 만난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이들은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실태 파악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몰이해를 타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 본사에서 은둔형 외톨이 전문가를 초청,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에는 가나다순으로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 김옥란 리커버리센터장, 김혜원 호서대 청소년문화상담학과 교수(파이나다운청년들 이사장), 남기웅 청년재단 팀장, 남보영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오상빈 광주시 동구 청소년상담센터장, 주상희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 대표가 참석했다.

은둔형 외톨이 좌담회 전경. 사진=서동일 기자
은둔형 외톨이 좌담회 전경. 사진=서동일 기자


―은둔형 외톨이 곁에 있으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김혜원=은둔형 외톨이가 사회 안에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들의 은둔이 개인적인 원인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에 개인이 노력해서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다. 사회가 제공한 원인 때문에 은둔이 발생했다는 인식을 명확하게 가져야 한다. 그래야 누가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해결책이 마련될 것이다.

▲남기웅=혼자만의 문제로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은둔형 외톨이가 어떤 사람인지 인지할 수 있는 사회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책 당국에서 인식 개선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 좌담회 -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 사진=서동일 기자
은둔형 외톨이 좌담회 -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 사진=서동일 기자

▲김성아=청년들이 극단적인 상황에 봉착했을 때 문을 두드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들은 누적된 실패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이다.

▲김옥란=은둔 활동에 대한 이해를 넓혀야 한다. 이들에 대한 이해 없이 다가왔을 때 2차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사회가 이들에게 "인생 전반에 있어 쉬어가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주상희=우선 부모들의 변화가 필요하다. 은둔형 외톨이의 부모 세대는 모두 '노력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부모가 외톨이에 대한 이해를 하고 사회구성원이 이들을 이해해야 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

▲남보영=은둔형 외톨이의 규모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현재 은둔형 외톨이는 그 규모나 정의에 대한 합의점이 없는 상태다.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의'가 선행돼야 한다.

은둔형 외톨이 좌담회 - 김옥란 리커버리센터장. 사진=서동일 기자
은둔형 외톨이 좌담회 - 김옥란 리커버리센터장. 사진=서동일 기자

▲오상빈=방에서 나오는 시발점이 중요하다. 은둔형 외톨이가 방에서 나오지 않는 한 부차적인 지원체계는 의미가 사라진다. 은둔형 외톨이는 비단 청년 문제가 아니다. 이 때문에 생애주기별로 전 연령층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숨어있는 은둔형 외톨이를 어떻게 만났나.

▲김혜원=얼마 전에 언론에서 인터뷰한 뒤로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결국은 '이게 내 문제구나'라는 생각에 은둔형 외톨이들이 연락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들은 연락을 지속하지 않는다. 단 한 번의 연락이라도 꾸준히 다시 연락하면서 이들을 상담센터로 데리고 온다.

▲김옥란=당사자가 직접 오는 경우가 대다수다. '뭘 해야 하나' '이래도 되나'라는 고민을 오랜 시간 동안 한 뒤에 연락이 오는 것이다. 처음에 만나는 친구들은 모두 자기 신뢰가 없어 열등감이 높은 편이다. 공동생활 초반 과정에서 이런 문제를 모두가 겪는다. 이때 누군가가 옆에서 '괜찮다'고 독려해줘야 한다.

은둔형 외톨이 좌담회 - 김혜원 호서대 청소년문화상담학과 교수(파이나다운청년들 이사장). 사진=서동일 기자
은둔형 외톨이 좌담회 - 김혜원 호서대 청소년문화상담학과 교수(파이나다운청년들 이사장). 사진=서동일 기자

―현재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제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오상빈=실태 파악이 매우 어렵다. 은둔형 외톨이들의 가족과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상황을 남에게 알리기 꺼린다. 심지어 타 지역에 사는 형제들도 사정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실제 광주시에서 실태 파악을 진행할 때 당사자를 발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남보영=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기 어렵다. 어떤 문제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인식과 공감대, 이슈 형성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당사자가 사회에 본인 목소리를 전혀 내지 않고 있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다.

은둔형 외톨이 좌담회 - 남기웅 청년재단 팀장. 사진=서동일 기자
은둔형 외톨이 좌담회 - 남기웅 청년재단 팀장. 사진=서동일 기자


▲남기웅='이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지 못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이들을 장기무직자로 편입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들을 단순히 '일'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기존 청년 정책과 겹치기 때문에 새로운 제도화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김혜원=최근 언론을 중심으로 제도화에 노력을 다해주는 것은 고무적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점은 지자체를 중심으로 대안이 나오고 있는데 우후죽순처럼 나오고 있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해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정책을 만드는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전문가가 없는 은둔형 외톨이 정책은 오히려 문제를 퇴보시킬 수 있다.

―리커버리센터, 파이나다운청년들과 청년재단은 수년간 은둔형 외톨이 곁을 지켰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애로사항이 있다면.

▲김옥란=기존의 사회복지 체계와 다른 접근을 해야 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은둔형 외톨이와 관련된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하나씩 경험하면서 단체를 이끌었다. 몇 년이 지나고 깨달은 점은 가장 필요한 것이 신체건강이라는 점이다. 은둔 생활이 길어지다 보면 불규칙한 수면과 식생활로 건강이 망가진다. 이로 인해 열등감이 생기고 자존감이 무너진다. 재정적 한계는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의 지원은 전혀 없고 민간 지원 사업을 신청해도 2~3년을 유지하다 보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안정적으로 단체를 운영할 수 없다.

은둔형 외톨이 좌담회 - 남보영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진=서동일 기자
은둔형 외톨이 좌담회 - 남보영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진=서동일 기자

▲남기웅=은둔형 외톨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목푯값'을 설정하는 것이 문제다. 은둔형 외톨이의 자립을 위해서는 무한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정책 당국이나 사업 집행국 입장에서 급진적인 변화나 성과를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김혜원=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은둔형 외톨이를 처음 만나본 상담사가 대다수였다. 인력 전문성이 절실한 상황인데, 정부의 지원책이 전혀 없으니 전문인력 양성이 요원한 상태다. 은둔형 외톨이에 특화된 상담 교육이 필요하다.

―정부나 학계의 인식은 어느 정도인가.

▲김성아=정부에서도 해당 문제를 인식하고 관련 정책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다만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단순 취약계층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해가 어려운 상황이다. MZ세대가 대다수인 은둔형 외톨이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김혜원=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학계의 접근이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학계의 접근은 현장성이 결여됐다. 연구자들이 은둔형 외톨이를 만나면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당사자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단순한 인터뷰 형식의 연구가 아닌 1년 이상의 장기적 접근으로 연구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은둔형 외톨이 좌담회 - 오상빈 광주시 동구 청소년상담센터장. 사진=서동일 기자
은둔형 외톨이 좌담회 - 오상빈 광주시 동구 청소년상담센터장. 사진=서동일 기자

―부모협회를 운영하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주상희=은둔형 외톨이가 침잠하듯 그들의 부모 또한 은둔한다. 어머니들이 사회로 나와야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된다. 부모들은 가까운 친인척에게 상처를 받는다. 일반인의 기준에서는 '의지박약'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세대의 눈으로 은둔형 외톨이를 재단했을지 모른다. 무언가를 쟁취하고 이뤄왔던 세대이다 보니 이들을 이해 못하는 부모가 대다수다. 같은 처지를 겪는 부모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와 소통을 이어가야 한다. 경쟁사회가 만든 희생물이다.

은둔형 외톨이 좌담회 - 주상희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 대표. 사진=서동일 기자
은둔형 외톨이 좌담회 - 주상희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 대표. 사진=서동일 기자


―오상빈 센터장은 전국에서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처음으로 수면 위로 올렸다. 소감은?

▲오상빈=은둔형 외톨이는 정서적인 트라우마가 많다. 사회생활도 기술이 필요하다. 은둔형 외톨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적 기술학교'다. 단순 취업을 시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직장'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정책 수요자가 손을 내밀기 어렵다는 특색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책 공급자 입장에서는 다른 정책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은 대인관계 실패를 겪었고 의사소통에 서툴다.
장기간에 걸쳐서 이들을 보듬을 수 있는 사회적 기술학교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김도우 이환주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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