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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호황인데 핵심원료 생산 줄인 中… 전기차업계 비상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19 18:01

수정 2021.12.19 19:26

수요 급증에도 채굴 줄이고 있어
코발트 가격 전년比 83% 치솟아
이산화티타늄·수산화리튬도 상승
"中 의존도 높은 품목 대비해야"
배터리 호황인데 핵심원료 생산 줄인 中… 전기차업계 비상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전기차 시장이 호황인데 반해 광산 채굴은 줄고 물류 공급망 차질까지 빚어지면서 중국 내 수산화리튬, 이산화티타늄,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원료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자국 공급량이 부족하면 요소수처럼 수출을 통제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원료는 이미 수출 가격 인상을 공지하면서 '불똥'을 예고했다.

19일 중국 금융정보업체 윈드(WIND)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한국의 중국 의존도가 83.5%에 달하는 중국산 수산화리튬(순도 56.5%) 가격은 t당 19만1000위안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4만8000위안과 견줘 298%가량 폭증한 것이다. 수산화리튬은 전기차용 이차전지의 핵심인 양극재 제조에 쓰인다.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출력 등 성능을 좌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터리용 중국산 탄산리튬(순도 99.6%)도 전년대비 375% 치솟은 t당 22만3000위안으로 기록됐다. 리튬은 호주·칠레 등에서 주로 채굴되지만 61%는 중국에서 가공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리튬 주요 수입국 가운데 중국 비중은 51%다.

중국 의존도 70.1%(한국무역협회 1~9월)의 코발트도 이차전지 양극재 생산에 사용된다. 양극재 원료 중 가장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발트는 세계 채굴량 78% 가량이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 나오지만 이 가운데 절반이상은 중국 자본이 소유 중이며 72%는 중국에서 가공된다. 즉 코발트 역시 중국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지난 13일 중국 내 코발트(순도 99.8% 이상)의 시장 가격은 t당 48만2900위안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83% 가량 올랐다. 지난해 12월부터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해 올해 1월 초엔 30만 위안을 넘어섰고 10월 이후 40만 위안대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50만 위안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해코발트의 평균 현물가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같은 날 기준 48만4000위안으로 전년보다 82% 가량 가격이 뛰었다. 세계은행(WB)은 각국이 탈탄소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코발트 수요가 2050년까지 최대 585%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주요 소재인 이산화티타늄 가격도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이로 인해 중국 이산화티타늄 대표기업인 롱바이그룹을 비롯한 6개 업체 가운데 2곳은 지난 14~15일부터, 나머지 4곳은 내년 초에 t당 판매가를 중국 내수용은 1000위안, 해외 수출용은 150달러 각각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증권시보는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 수출량에서 7개월 연속 전년동기대비 증가세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10월 수출 평균가격은 t당 2918달러다. 중국의 3대 수출국인 한국·인도·브라질의 합계 무역량은 3만7900t으로 전달보다 21% 가량 늘었다.

이차전지 음극재용 천연흑연(중국 의존도 87.7%)의 경우 "중국 기업들이 손에 넣을 수 있는 흑연 수요가 시장에 충분치 않다"고 주요 외신이 전하면서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중국에서 이같이 전기차 배터리 원료가 부족한 것은 중국 정부의 탄소저감 정책과 지원 전략 덕분에 전기차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이 우선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신에너지차 생산량은 1년 전 대비 각각 10월 127.9%, 11월 112% 늘었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에 전력난까지 겹치면서 생산·가공 공장 운영은 수시로 멈춰서고 물류 이동에 차질이 빚은 것도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국 저장성은 아예 항구에서 도시로 진입하는 물류 통로를 차단했다.

중국 내 전기차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오미크론 출현 △미중 갈등에 따른 비축유방출 계획 사실상 무산 등으로 생산·가공 현장의 걸림돌은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향후 난관을 더하고 있다.

중국 둥관증권연구소는 중국 전기차 내수 판매량이 올해 240만대에서 2025년 75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배터리 탑재량은 같은 기간 각각 120GWh, 375GWh 등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기업과 정부는 오래 전부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중국 자원개발 및 배터리 업체들은 해외 주요 광산을 사들이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올해 8월 관련 부처가 이산화티타늄을 국가전략자원비축 물자에 추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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