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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기사] 미 국방수권법안(NDAA)...‘나무’를 넘어 ‘숲’을 보는 통찰력 필요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20 17:31

수정 2021.12.20 22:02

[AP] 미 연방의사당.
[AP] 미 연방의사당.
[파이낸셜뉴스] 지난 15일 미 의회 상원에서 찬성 89표 vs 반대 10표로 7700억달러 규모의 2022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이 통과됐다. 앞서 하원은 363:70의 찬반 표차로 법안을 가결한 바 있다.

이번 상원에서 통과된 법안은 상·하원 타협안으로 막판까지 민주·공화당 간 밀당이 지속되었으나, 민주당이 획기적(sweeping) 사법개혁과 여성징병제에서 한발 물러나는 대신 공화당은 부채상한 상향에 동의하는 것으로 절충한 결과다.

이번 국방 예산엔 최근 러시아로부터 침공 위협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중국의 침공 가능성이 거론되는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도 포함됐다.

우크라니아군 지원을 위한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구상’에 3억달러, ‘유럽 방위 구상’에 40억달러, 발트해 안보 협력 프로그램에 1억5000만달러 등이 배정됐다.

중국과 관련해선 ‘태평양 억지 구상’(PDI)에 71억달러가 책정됐다.


대만 방어 지원과 미 국방부가 중국의 신장 지역 강제 노동과 관련된 물품을 조달받지 못하도록 한 조항도 명시됐다.

다만, 한국에 배치된 미군 2만8500명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2021회계연도 NDAA에 포함됐던 주한미군을 2만8500명 이하로 줄이는 데 예산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조항은 빠졌다.

이번 NDAA에서 한국과 관련한 사항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일관성을 이루며 평화롭고 안정적인 한반도라는 공동목표를 지원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약 2만8500명의 주한미군의 주둔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회의 입장을 표명한 한 문장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본회의를 통과한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 경기도 평택 소재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블랙핵 정보융합센터(IFC)'를 설치토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자료=미 2022회계연도 NDAA 캡처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본회의를 통과한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 경기도 평택 소재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블랙핵 정보융합센터(IFC)'를 설치토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자료=미 2022회계연도 NDAA 캡처
■美 전영역작전(ADO) 다영역특임부대(MDTF) 창설에 따른 ‘전략적 유연성’ 불가피
지난 9월 하원에서 통과시켰다가 삭제된 항목은 △미국은 한국 및 일본과 같은 다른 지역 동맹국과의 양자 관계를 유지 및 강화하고, 침략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에 기존의 강력한 군사 주둔을 유지해야 함.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한국·일본·독일·인도 등을 파이브 아이스에 포함시킬 경우 이점/한계 등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내년 5월 20일까지 의회에 제출 등이다.

상기 관련 논란이 계속되자, 펜타곤 대변인은 “어떤 식으로든 동맹 태세를 변경할 계획이나 의도가 없다는 점을 확언” “한·미동맹과 병력 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전념” “어떤 변화가 있건 간에 언제나 동맹국인 한국과 보조를 맞춰 동맹의 결정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해명했다.

하지만 앞으로 주한미군의 규모·구조·역할이 변화할 가능성은 상존해 보인다.

미국의 전영역작전(ADO) 또는 다영역작전(MDO) 수행을 위해 현재 5개 부대가 창설되고 앞으로 3개의 부대가 추가로 필요해 총 8개의 MDTF(다영역특임부대)가 필요하다.

그런데 3개 MDTF 신설을 위한 인력획득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물론 MDTF 신규부대 창설을 위한 인원을 어떻게 획득할 것인지 등 MDTF의 본격적 운용단계에서 주한미군 규모·배치·구성 등 ‘전략적 유연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육군대학원 예하 전략연구원(Strategic Studies Institute: SSI)이 작성한 '미 육군 변환: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초경쟁과 육군전구 설계(An Army Transformed: USINDOPACOM Hypercompetition And US Army Theater Design)' 보고서엔 "한국 군은 재래식 지상방어에서 더 큰 책임을 떠맡을 것"과 "한국방위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공약이 불변하고,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2028년에도 유지될 것이나 한·미 방위협력은 향후 10년간 ‘진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송승종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는 "근본적 가정은 남한이 재래식 지상방어에서 더 큰 책임을 떠맡을 것"이라는 점과 "분명한 것은 북한이 계속 탄도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의 개발, 시험 및 실전배치를 지속하지만 재래식 군사력이 위축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어 "전작권 전환 및 보다 강력한 전영역(full-spectrum) 능력을 지향한 군 현대화가 한국군의 자신감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대규모 지상전을 위한 주한미군의 긴급소요(contingency demands)를 감소시켜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송 교수는 "대규모 지상군을 포함한 주한미군은 한국군의 보완 및 증강을 위해 한국에 계속 주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한국의 재래식 군대와 대규모 연합연습을 실시하는 역내 미 육군 대비태세의 일차적 초점은 향후 10년에 걸쳐 한·미 연합군 지원을 위한 임무특정(mission-specific) 분야 예를 들면 '전투지속지원·방호·화력·임무형지휘(mission command)·정보 등으로 강조점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송 교수는 "지구촌 거의 모든 전선에시 미·중 대결구도가 격화되고 대만 갈등도 위기국면이 조성되고 있서 지금부터라도 “대만에서 무력충돌이 벌어지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전략과 대안을 마련해 나갈 때"라고 조언했다.

경기도 평택 소재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의 U-2S 고고도정찰.
경기도 평택 소재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의 U-2S 고고도정찰.
■美 신냉전시대 인·태지역 동맹국 안보 확대 전략, 전환 읽는 통찰력 필요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국방수권법이라는 ‘나무’를 넘어선 국제정치의 ‘숲’을 보는 통찰력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미 의회가 국방정책에 제도적 구속장치를 제공하는 2022년 국방수권법(NDAA)을 이번에도 가결시켰다. 국방수권법에는 획득, 조사·평가, 작전 및 유지, 군 병력, 군인사 정책, 의료 등 방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 시기 포함되었던 ‘주한미군 감축’ 조항이 미포함되며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우선 감축을 저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사라졌다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국방수권법에 담긴 주한미군의 중요성에 대한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반 센터장은 "SEC. 1250에는 약 2만8500명의 주한미군은 한반도와 지역안정에 중요하다는 점을 명시했다(1293쪽). 특히 숫자를 명시했기에 간접적이지만 감축 제한을 대체하는 효과는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주한미군이 감축되는 빗장이 풀린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해석과는 별도로 국방수권법안을 가지고 일희일비하는 것은 근시안적 사고라는 것이다.

반 센터장은 이어 "현재 국제정치가 창출해내는 신냉전 역학으로 인해 주한미군이 한국에만 고착되는 군사력이 될 수 없는 구조적 압력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지켜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대중국견제가 공고해지고 있고 중국도 러시아 등 다른 국가와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국제정치 역학은 주한미군도 ‘전략적 유연성’의 대상이 되게 하는 압력이 된다는 점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 센터장은 "주한미군이 한반도뿐 아니라 '역내 모든 동맹국 안보를 위한 보장전력(a reassurance to all our allies in the region)'으로 변화하는 것"이라며 "주한미군의 존재와 역할이 단지 한반도 문제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적시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평택 소재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계류돼 있는 미군 헬기들.
경기도 평택 소재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계류돼 있는 미군 헬기들.
2021년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한반도 문제뿐 아니라 이를 넘어서는 역할의 확대를 담았다. ‘인도·태평양’ ‘남중국해’ ‘대만’ 등 탈한반도적 용어들이 대거 등장했다.

지난 12월 53차 한·미 군사당국간의 SCM 공동성명에서도 ‘대만해협’ 문구가 포함되었고 양국 장관은 “규칙기반 국제질서의 중요성”을 확인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국방수권법의 ‘주한미군 감축’ 조항 삭제라는 단편적 사안에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러한 조항과 정부의 행태를 흐름과 구조라는 차원에서 살펴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는 것이다.

즉 ‘나무’와 ‘숲’을 모두 보아야 하는 것이다.
국방수권법이 ‘나무’라면 신냉전이라는 국제정치는 ‘숲’이다.

숲 차원에서 보면 ‘전략적 유연성’이 주한미군에도 적용되지 않으리란 기대는 희망적 사고다.
이러한 냉철한 인식이 있어야 국익과 안보를 위한 통찰력 있는 정책이 가능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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