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두 번 우는' 학폭 피해자… 행정심판 10건 중 7건은 '기각'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20 18:11

수정 2021.12.20 18:11

올들어 3만7800여명 학폭 피해
작년보다 1만1000여명 늘어
피해 사실 입증에 어려움 호소
심의과정 개선·예방교육 강화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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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우는' 학폭 피해자… 행정심판 10건 중 7건은 '기각'
학교폭력 피해학생들이 학교 폭력 심의 결과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제기해도 70%가 기각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심의 과정에 대한 개선과 교내 폭력 예방 교육 활성화를 강조했다.

■두 번 울상 짓는 학폭 피해학생들

20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올 한해 발생한 학교폭력 피해는 전년도 대비 증가했다.

교육부가 지난 9월 발표한 '2021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 한해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학생 수는 3만7800여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보다 1만1000여명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에 따른 학생 간 대면 상호작용 축소와 등교 수업 확대로 인한 결과로 풀이된다.


학교폭력 증가세와 더불어 피해 학생들의 피해 사실 인정도 쉽지 않다.

지난 7일 학부모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연필로 눈을 찌른 가해 학생을 전학 보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가해자가 과제 제출을 위해 줄 서 있는 제 아이에게 다가와 눈을 연필로 내려찍었다. 눈알이 찢겨 눈 안 내용물이 흘러나와 큰 부상을 입었다"며 "(하지만) 학폭위는 가해 학생이 8살이고 사건의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학교 폭력이 아니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학교폭력 예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피해학생과 보호자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불복할 경우 교육청에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다수가 기각되고 있어 피해 학생들 10명 가운데 7명은 피해 사실조차 인정받지 못한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발표한 '학교폭력 재심 및 행정심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피해 학생이 청구한 학교폭력 재심 및 행정심판 5098건 가운데 70.8%인 3611건이 인용되지 못했다.

■심의 과정서 피해 인지 감수성 필요

전문가들은 행정심판 과정에서 대부분이 기각되는 배경으로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현 제도를 지목했다.

김석민 푸른나무재단 연구원은 "학폭위 처분 불복 이후 행정심판에서의 결과를 뒤집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에 대한 객관적 증거 자료를 추가로 모아야 하는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학교폭력 전문 노윤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사월)도 "올해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피해 유형 1위를 차지한 것이 언어폭력이었다"며 "갈수록 비물리적 폭력이 증가하고 있어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가 서면심리 위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노 변호사는 "행심위 측에서 구두변론을 허용한 경우에 한해서만 피해자가 출석을 할 뿐, 대부분이 서면심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피해 상황이 제대로 참작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행심위가 하루 동안 맡는 사건이 15~20건에 달하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는 '사건을 제대로 보기는 할까'라는 우려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온전히 보호받기 위해서는 심의 과정에서 '피해 인지 감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옥식 한국청소년폭력연구소 소장은 "피해자들이 가장 크게 피해를 호소하는 부분은 가해자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는 것"이라며 "심의위 내 피해·가해 학생 간 분쟁 조정 기능을 적극 활성화해 피해자들의 응어리를 풀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 변호사도 "애초에 심의위에서 제대로 평가되면 행정심판까지 갈 필요가 없다"며 "실제로 제출 자료만 보고 심의위에서 피해 학생들에게 '이렇게까지 힘들 일인데 왜 그러냐'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심의 과정에서 '피해 인지 감수성'을 갖고 피해 학생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교 차원에서의 폭력 예방 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연구원은 "법에 분기마다 교내에서 폭력 예방 교육을 하게끔 명시돼 있으나 학교마다 편차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학생들 뿐만 아니라 교사, 학부모들까지 학폭 예방 교육을 진행해 어떠한 사안이 학폭에 해당되는 지를 알아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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