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정윤경 기자,문동주 기자,이종덕 기자 = '골프의 전설'로 필드를 누볐던 박세리(44)는 은퇴 후 '예능계 블루칩'이 됐다. 명절 맞아 여러 종류의 전을 대용량으로 부치는가 하면, 손수 음식을 만들어 취업준비생들에게 대접하며 청춘의 고민에 귀 기울이고, 야식으로 치킨을 흡입하며 '먹방 명언'을 쏟아냈다.
젊은 세대에겐 '리치 언니'로 통한다. 으리으리한 세리 하우스, 편의점급 팬트리(식품창고) 등 재력을 플렉스(flex·과시) 하는데도 얄밉거나 거부 반응을 일으키기는커녕, "우리 세리언니 하고 싶은 거 다 해"와 같은 응원의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이 한국 골프의 선구자는 2016년 은퇴 후 '인생 2막'이라는 필드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박세리가 지난 15일 뉴스1을 찾았다.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검은색'을 꼽았듯, 블랙 코트에 블랙 바지, 블랙 스트라이프 티셔츠 차림으로. 골프여제의 등장에 조용하던 사무실이 술렁였다.
◇ 박세리는 냉정하고 거만하다?…"재테크에 관심 없어"
-만인의 언니다. 폭넓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뭘까.
▶ 운동선수 박세리는 냉정하고 거만한 사람이라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 아무래도 선수 때는 경기에 집중해야 하니 인상을 쓰거나 웃음기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방송을 통해 인간 박세리의 반전 모습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원래 털털한 성격이었는데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 후배·지인들에게 돈을 아끼지 않고 선물을 하더라. 본인을 위해선 별로 쓰지 않는다고 했는데, 최근 나 자신을 위해 산 선물이 있다면?
▶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베푸는 게 곧 나한테 하는 것 아닌가. 특히 가족에겐 더 잘하고 싶다. 가족의 희생 덕분에 내가 성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날 위한 선물로는 최근에 명품 신발 하나 샀다.
- 사놓고 나중에 '괜히 샀네' 하고 후회한 적이 있나?
▶ 후회할 거면 안 산다. 물건 살 때 수십 번 생각한다. 살지 말지, 나한테 어울릴지 안 어울릴지, 사서 몇 번을 입을지. 물론 마음에 드는 것을 보면 사기도 하는데, 솔직히 많진 않다.
- 박세리 사전에 충동구매는 없다?
▶ 전혀 없다.
- 책에 '재테크를 하지 않는다'고 썼는데, 진짜 안 하나?
▶ 재테크에 큰 관심은 없다. 재테크하려면 부지런해야 하고 정보도 많이 알아야 하는데, 나는 그런 성격은 안 된다. 쉽게 들어온 돈은 쉽게 나간다. 세상에 공짜는 없더라. 열심히 노력해서 열심히 벌고 즐겁게 쓰자는 게 내 생각이다. 돈은 어디에 투자하기보다 전문가한테 맡겨놓으면 된다. 나는 생활비만 쓰면 되는 거고.
◇ 20대 때 '그것'을 알았더라면…인생과 골프, 닮은 점?
- '내 인생 최고의 경기'는 1998년 US여자오픈일까?
▶ 그렇다. 연장전이 가장 최고의 경기였다. 연못(워터해저드)에 들어가 그 샷을 선택했기 때문에 내게 최고의 순간이었던 것 같다.
- 얼마 전 '노는 언니'에서 "20대로 돌아간다면 골프를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20대 때 이미 내로라하는 상을 휩쓸었는데, 왜 아쉬움이 남을까.
▶ 선수로서 현명하지 못했던 것 같다. 돌아보니 가장 중요한 것을 못 하고 선수 생활을 했더라. 그래서 슬럼프도 왔고.
- 가장 중요한 것이라니?
▶ 나 자신 관리, 즉 삶의 균형이다. 골프 선수로 필드에서 에너지를 쏟아부었다면, 집에선 나를 위한 시간을 가졌어야 했다. 운동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하며 충전하는 게 필요한데, 나의 하루는 운동에서 시작해 운동으로 끝났다. 마음의 여유를 1도 갖지 못했다. 그래서 후배들에겐 삶의 균형을 맞춰 선수 생활을 하면 좋겠다고 항상 이야기해 준다.
-20대 때 '균형 잡힌 생활'의 중요성을 알았더라면, 은퇴가 그렇게 빠르진 않았을까?
▶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렇지 않았을까. 물론 사람의 욕심이나 아쉬움은 끝도 없지만.
- 인생과 골프, 닮은 점이 있다면?
▶ 꾸준히 도전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무엇이든 어느 정도 정상에 이르면 요령도 생기고 방식도 알게 돼서 쉬워지지 않나. 하지만 골프는 알면 알수록, 잘하면 잘할수록 더 어렵다. 1초도 방심할 수 없다. 답을 찾기 위해 계속 도전하게끔 만든다.
- 다시 태어나도 골프 선수가 되고 싶을까.
▶ 그렇다. 하지만 여자 선수는 해봤으니까, 다음 생(生)에서는 남자 선수로 도전해 국위 선양을 하고 싶다(웃음).
-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맨발 투혼으로 온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선사했다. 코로나19로 힘든 우리 국민들께 위로의 한 말씀.
▶ 이 또한 지나갈 거라 믿는다. 잃은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듯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나면 더 좋은 날이 오더라. 2022년 새해에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웃는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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