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일단 받고보자" 지방예산 年30조 남아돈다 [지자체 불용예산 해마다 30조]

강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21 18:16

수정 2021.12.21 18:51

지자체 불용예산 작년 32조
집행·성과분석 없이 편성에 집중
연말이면 '국비 쟁탈전' 반복
"대개혁 수준으로 손질해야" 지적
"일단 받고보자" 지방예산 年30조 남아돈다 [지자체 불용예산 해마다 30조]
전국 지방정부에서 사용하지 않은 불용예산이 한 해 30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30조원 정도가 정부에 환수되면서 국가예산 활용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예산의 효율성과 집행의 투명성을 위한 정확한 진단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정부 불용예산은 32조원에 달했다. 지난 2016년 34조2000억원, 2017년 32조5000억원, 2018년 35조원, 2019년 32조1000억원이 쓰이지 않았다. 매해 30조원 넘는 예산이 다음해 사업비로 이월되거나 정부에 환수 조치되고 있다.


지자체에서 '국비'라고 칭하는 국가예산은 크게 정부 직접사업비와 국고보조금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국고보조금은 중앙정부가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지방정부에 지급하는 자금을 말한다. SOC사업 예산 매칭비나 각종 사업 교부금 등이 해당한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은 사업의 종료나 취소, 회계연도 정산 시 집행 잔액을 반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음해 사업으로 이어지는 이월금과는 성격이 달라 불용예산 중에서도 보조금 반납은 더 큰 문제로 인식된다.

지난해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지급한 보조금은 83조1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기재부가 환수한 보조금은 2194억원에 달한다. 기재부 이외에 타 부처들은 환수금액 공개를 꺼리고 있어 정확한 환수 규모는 추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보조금 반납이 정부 각 부처별로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보조금 반납 규모는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자체는 매해 연말이면 국비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건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수도권 등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 대다수 지자체가 국가예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게 확보한 예산이 매해 수십조원씩 활용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불용예산에 대한 문제의식은 오래도록 지속됐다. 하지만 편성 위주 구조 속에서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예산은 편성부터 집행, 성과 분석까지 종합적 평가가 이뤄져야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현재의 편성 위주 구조에서는 '예산을 우선 확보하고 보자'는 인식이 팽배하다.

지난 10월 5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불용예산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재정에 대해 제로베이스에서 세출 구조조정과 세입 노력은 정부도 하고 있지만 미흡할 수 있어 국회에도 협조 요청을 드린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불용예산에 대한 정부 정책연구도 부족하다. 정부 정책연구기관들의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정책연구관리시스템을 보면 매해 무수히 많은 예산 관련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지자체 불용예산에 대한 연구는 극소수다. 특히 국가예산 불용액 반납 문제에 대한 연구는 전무하다.


전문가들은 비효율적인 예산 구조 개선을 위해 행정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맞아 정치권이 나서 행정 대개혁 수준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휘석 원광대 행정·언론학부 교수는 "편성 중심 예산 구조라 열심히 예산을 따와서 집행 결과는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고 예산의 비효율성을 꼬집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