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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채운 11찬, 삼광미 명품 밥맛… 집밥만큼 든든하네 [먹어주는 얼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23 16:51

수정 2021.12.23 16:55

세븐일레븐 도시락
고기·생선 손가는 반찬에 밥맛도 일품
두툼한 떡갈비, 고소한 두부 ‘맛있는 한상’
취나물·소고기 볶음 등 8가지 고명 화려
햄과 싸먹는 밥… 맥주 한잔 곁들이면 최고
꽉 채운 11찬, 삼광미 명품 밥맛… 집밥만큼 든든하네 [먹어주는 얼굴]


"편도(편의점 도시락)는 세븐일레븐이 제일 맛있어요. 꼭 한 번 드셔 보세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조카의 말이다. 독서실에서, 학원에서 친구들과 더러 편의점 도시락을 사먹었는데 그중에서 '세븐일레븐표' 도시락이 "일부러 찾아서 먹을 정도로" 입맛에 잘 맞더란다.

"편의점 도시락이 거기서 거기 아닌가"하는 생각과 동시에 "얼마나 맛있길래…" 하는 호기심이 생겨났다. 그래, 다음 도전 상대는 세븐일레븐의 도시락으로 결정했다.

11찬 도시락
11찬 도시락

■11찬도시락으로 푸짐한 한 끼

포털에서 세븐일레븐 도시락을 검색하니 '한끼연구소'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진짜 연구소가 아니라 브랜드 이름일 뿐이지만 뭔가 그럴싸하게 보인다.
'밥소믈리에'가 있다는 대목에서는 도시락에 대한 세븐일레븐의 진심이 느껴진다. 도시락을 담당하는 김하영 MD가 2019년 업계 최초로 자격증을 획득했다고 한다. 시나브로 기대감이 하늘로 솟구친다. 지금껏 편의점 도시락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밥이었다.

세븐일레븐 도시락 중에서 조카가 첫 손가락에 꼽은 도시락이 '11찬도시락'이다. 집밥도 기껏해야 4찬, 5찬인데 이름만 들어도 배가 부른 느낌이다. 떡갈비, 생선가스, 두부조림, 제육볶음, 어묵소시지볶음, 야채계란말이, 김치볶음, 감자야채볶음 등이다. 누구나 좋아할 만한 반찬들로 꽉 채워져 있다. 점심으로 이 정도는 먹어줘야 일할 기운이 나는 법이다.

어라, 나물 등을 담은 빨간색 반찬용기는 분리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편의점 도시락의 일부 반찬은 데울 경우 오히려 맛과 식감이 떨어져 불만이었는데 아주 바람직한 발상이다. 첫 대면부터 세븐일레븐의 작지만 섬세한 배려가 나를 감동시킨다.

반찬 가짓 수가 많으면 맛이라도 없어야 하는데 어느 하나 모자람 없이 괜찮다. 지난 2015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2000만개 넘게 팔린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떡갈비는 데리야끼소스, 생선가스는 타르타르소스가 각각 맛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았다. 특히 떡갈비는 두툼한게 도시락에 든 것 치고는 최상급이다. 하나라는 게 아쉬울 뿐이다.

밥맛도 좋다. 농촌진흥청이 최고 품질로 인정한 명품 '삼광미'를 사용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밥맛의 차이를 구별할 만큼 입맛이 정교하지 않다. 반찬에 비해 밥의 양이 적은 게 흠이라면 흠이다. 밥을 다 먹고 남은 반찬으로 맥주 한 잔은 거뜬할 성 싶다. 속으로 '참을 인(忍)'을 외치며 작은 컵라면으로 맥주를 대신한다.

한끼연구소 떡갈비 한상
한끼연구소 떡갈비 한상
한끼연구소 두부 한상
한끼연구소 두부 한상

■떡갈비 vs. 두부 선택은 ‘둘다’

금요일 퇴근길, 집 근처 세븐일레븐에 들러 모바일 앱에서 미리 주문해둔 '한끼연구소 떡갈비 한상'과 '한끼연구소 두부 한상'을 픽업했다. 푸짐함이 연상되는 '한상'이라는 단어에 이끌려 골랐다. 하나는 저녁에, 하나는 아침에 먹을 요량이다.

만찬에는 고기가 필수다. 그러니 선택은 당연히 '떡갈비 한상'이다. 국내산 한돈으로 만든 떡갈비와 햅쌀로 만든 밥이 주인공이다. 떡갈비 옆에 누운 꽈리고추 3개가 매력 포인트다. 오징어볶음을 비롯해 계란말이, 마늘쫑무침, 무나물, 양파절임도 한몫 거든다.

편의점 도시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떡갈비보다 오징어볶음과 마늘쫑무침에 눈길이 더 간다. 그 맛은 '말해 뭐해'다. 밥 반찬으로 아주 '굿(Good)'이다. 떡갈비는 딱히 느끼함을 찾을 순 없지만 양파절임과의 어울림이 좋다. 이번에는 밥 양이 넉넉해서 도시락을 깨끗하게 비워냈다. 새로운 것을 맛보는 즐거움이 하나 더 늘었다.

'두부 한상'은 외모에서부터 건강함이 느껴진다. 흑미밥에 큼지막한 두부가 4조각이나 들었다. 적당히 잘 구웠다. 빨간 양념으로 화장을 하고 있는데 살짝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서 두부 옆에 김치제육볶음이 자리를 잡고 있나 보다. 원래 두부와 김치는 찰떡궁합 아닌가. 거기다 고기 씹는 맛을 더하니 환상이다. 초록색병에 든 음료가 자꾸 생각난다.

우엉조림과 연근튀김, 버섯튀김, 어묵볶음, 미니떡갈비가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편의점 도시락에 연근튀김과 버섯튀김은 반칙아닌가. 엄마가 해주시는 집밥에서도 당최 보기 힘든 음식이다. 한 개씩 밖에 없어 아쉽지만 소중하고 맛있는 튀김, 아주 맛있게 먹었다. 비록 맛은 집밥보다 못하겠지만 '세븐일레븐이 도시락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점은 확실하다.

'두부 한상'은 반찬과 밥의 밸런스가 적절하게 맞아 떨어진다. 주말 아침 든든한 한 끼로 딱 좋다.

한끼연구소 전주식비빔밥
한끼연구소 전주식비빔밥

■편도를 뛰어넘은 전주식비빔밥

야근하는 날 저녁은 간단한 것이 좋다. 회사 근처 편의점에 들렀더니 다 팔리고 남은 도시락은 '한끼연구소 전주식비빔밥'이 유일하다. 편의점 도시락을 이것 저것 먹어봤지만 비빔밥은 처음인 듯하다. 마지 못해 골랐지만 "이게 실화냐"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0점 만점에 10점'을 줘도 손색이 없다. 4000원도 안 되는 편의점 도시락이 1만원이 넘는 여느 식당의 비빔밥 못지 않다.

도시락의 위층에는 소고기볶음을 비롯해 콩나물, 당근, 애호박, 표고버섯, 도라지, 취나물, 계란지단까지 8가지 고명이 풍성하게 담겨 있다. 정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특히 취나물이나 도라지는 편의점 도시락에서 처음 만나는 것 같다. 고추장과 참기름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아래층에는 하얀 쌀밥이 적지 않게 들었다.

밥만 전자레인지에 2분 정도 데운다. 각종 나물과 소고기 등은 남겨서는 안 되니 동시에 전량 투입한다. 이제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고 마구마구 비비면 먹을 준비 끝이다. 한 입 먹으면 숟가락을 멈출 수가 없다. 차진 밥과 갖가지 고명이 고추장과 어울려 훌륭한 맛을 낸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바닥을 긁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맛을 다 표현하기가 힘들다. 먹어 보면 안다.

참고로 고추장은 한꺼번에 다 넣지 말고, 반만 넣은 다음 조금씩 추가하면서 간을 조절하기를 바란다(매워서는 절대 아니다). 개인적으로 절반 조금 더 넣었는데 간이 딱 맞았다. 함께 든 참기름은 한 방울도 남겨선 안 된다. 아깝다.

의성마늘햄쌈
의성마늘햄쌈

■‘식사+안주’ 가능한 의성마늘햄쌈

아내와 딸이 자리를 비운 저녁, 맥주 사러 편의점에 들렀다가 '의성마늘햄쌈'을 함께 업어왔다. 햄과 소시지가 가득한 것이 식사와 안주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구조다. 웨지감자(3개)가 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도시락 뚜껑을 열면 특이한 모습에 놀란다. 슬라이스햄 5장이 하얀 쌀밥을 살포시 감싸고 있다. 이름 그대로 햄으로 밥을 싸먹으라는 얘기다. 햄과 밥의 조합은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느끼할 것 같지만 걱정할 필요는 1도 없다. 허니 머스타드소스와 매콤한 김치볶음이 있다.

먼저 도시락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로 한다. 햄쌈을 만들어 한 번은 머스타드소스에 찍어 먹고, 한 번은 김치볶음을 올려서 먹었다. 밥이 조금 질다는 것만 빼면 색다른 느낌이라 좋다. "햄에서 은은하게 마늘향이 난다"는 인터넷 후기를 본 적이 있는데 잘 모르겠다. 햄이 더 두꺼웠다면 맡을 수 있었을 지도.

한국사람 입맛에는 역시 김치가 최고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 그래서 나머지 밥은 김치볶음과 어묵볶음으로 후다닥 해치웠다. 우리가 흔히 아는 그 맛이다. 그냥 '맛있게 먹었다'는 얘기다.

남은 햄과 소시지, 미니돈가스, 웨지감자는 맥주에 양보한다. 뽀드득거리는 소시지의 식감이 유난히 좋다. 미니돈가스는 특별할 것 없는 보급형 돈가스지만 제 역할을 충분히 한다.
웨지감자는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를 거치면서 살짝 눅눅해졌으나 안주로 부족함이 없다.

'의성마늘햄쌈'은 가성비 측면에서 아주 만족스런 도시락이다.
커피빈의 아메리카노 한 잔보다 싼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를 낸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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