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넥슨이 지난 2020년 한국 게임사 최초 연매출 3조원이란 대기록을 쓸 수 있었던 배경에는 '던전앤파이터'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던전앤파이터(던파)는 지난 2005년 출시된 PC 온라인게임으로, 당시 게임 좀 한다는 10대~20대들 사이에선 안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 흥행에 성공한 던파는 2008년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대륙의 국민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넥슨이 밝힌 던파의 누적 매출은 21조원(180억 달러). 그러니까, 출시 이후 16년간 연 평균 1조3000억원씩을 벌었다는 이야기다.
'넥슨의 얼굴' 던파가 다음해 1분기 모바일게임 '던파M'으로 등장한다.
◇ 던파M에 떠오른 '그때 그시절'
던파M에 접속한 후 가장 먼저 느낀 건 '향수'였다. 학창시절,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삼삼오오 동네 PC방으로 달려가 컵라면을 시켜놓고 던파에 접속했다.
내 캐릭터 명은 's최강의검사7'. 헌옷을 입고 있는 캐릭터가 불쌍해 용돈을 모아 '캐쉬 아이템'을 입혀줄 정도로 애착을 가진 게임이었다.
내가 너무 커버린 탓일까, 게임 재미가 사라져서일까. 자연스레 던파와 멀어지게 됐지만 14년만에 '모바일'로 만난 던파는 나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캐릭터들은 얼굴에 주름하나 없이 그 얼굴 그대로였다. BGM도 그때 그 음악이었다. 가슴이 콩콩 뛰었다. MBC '놀면뭐하니'에서 완전체 SG워너비를 마주했을 때의 기분이랄까.
◇ PC 게임이 '스마트폰'으로 들어갔다
단연 눈에 돋보이는 건 모바일 게임의 필수 기능인 '자동 전투'가 없다는 점이었다.
자동 전투는 이용자가 직접 캐릭터를 조작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해도 자동으로 전투가 되는 기능이다. 게임의 주이용층인 학생과 직장인이 이동시간에도 게임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장치로, 한국 대부분의 모바일 RPG 게임이 이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던파M은 자동 전투 기능을 과감히 삭제했다. '보는 게임'이 아닌 '하는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실제 1시간 정도 게임을 이용해본 결과, PC 게임에서 느낄 수 있었던 이른바 '손맛'이 모바일 기기에서도 느껴졌다. PC 던파를 휴대폰에 축소 시킨 것 같았다.
◇ 수동 전투는 '양날의 검'이었다
물론 모든 게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다. 던파의 핵심은 10여 개의 '스킬'을 섞어가며 빠르게 몬스터를 처치하는 일명 '액션 쾌감'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화면 한쪽 구석에 10여개의 스킬 버튼이 집중돼 있는 탓에, 스킬을 빠르게 누르기가 쉽지 않았다. 버튼이 2개씩 겹쳐 눌려져 내가 원하는 스킬 대신 다른 스킬이 작동되는 일이 빈번했다.
어쩌면 던파M이 내세우는 '수동 전투'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바일 게임의 강점은 단연 '이동성'이다. 다만 던파M은 세밀한 조작이 필요한 탓에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즐기기가 어려웠다.
즉, 던파M은 자리에 앉아 '각' 잡고 해야 하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진정한 게임팬들에게는 강점이 될 수 있지만, 신규 이용자 유입 측면에서는 약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 던파M에 필요한 '원작, 그 이상의 무언가'
게임업계 관계자들과 커뮤니티 반응을 종합하면 던파M은 소문대로 '잘 나온 게임'이었다. PC 온라인 게임의 재미를 스마트폰에 구현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이 느껴졌다.
다만 마음 한편에서 느껴지는 아쉬움. 그건 '원작 그 이상의 무언가'였다.
PC 던전앤파이터가 전성기를 누리던 지난 2006년과, 지금 2021년은 세월만큼이나 대중의 '게임 감성'도 크게 변했다. 던파M이 원작의 재미를 재현했다는 이유로 '성공'하리라 단언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
가만 생각해보면, JTBC '슈가맨'이나 MBC '무한도전-토토가'에 출연한 과거의 스타들도 대중의 향수를 자극하지만, 그들에 대한 관심도 향수처럼 쉬이 사라지는 게 대부분이다. 과거의 명성만으로, 현재를 이겨낼 수 없다.
물론 던파M이 게릴라 테스트에서 보여준건 '일부'다. 오는 2022년 정식 출시를 앞둔 던파M. '원작 그 이상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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