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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학살' 전두환·노태우 사망…닮은 듯 달랐던 행보

뉴스1

입력 2021.12.26 09:01

수정 2021.12.26 09:01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12·12, 5·18과 관련해 법정에 서 있는 모습 © News1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12·12, 5·18과 관련해 법정에 서 있는 모습 © News1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으로 11일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9.3.11/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으로 11일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9.3.11/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9일 오후 경기 파주시 통일동산 내 동화경모공원에서 열린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안장식에서 아들 노재헌 변호사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 2021.12.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9일 오후 경기 파주시 통일동산 내 동화경모공원에서 열린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안장식에서 아들 노재헌 변호사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 2021.12.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가 23일 오전 광주 오월기억저장소에서 전두환씨의 사망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겠다. 전두환은 죽더라도 5월의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2021.11.23/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가 23일 오전 광주 오월기억저장소에서 전두환씨의 사망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겠다. 전두환은 죽더라도 5월의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2021.11.23/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편집자주]다사다난한 2021년 신축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 광주·전남은 코로나19로 2년째 고통이 계속됐다. 17명의 사상자를 낸 학동 건물 붕괴 참사, 김홍빈 대장 실종 사망, 여수 실습생 사망 등 안타까운 사건도 많았다. 5월 학살 최고책임자인 전두환·노태우의 '진실 규명' 없는 죽음도 시민들에겐 상처를 남겼다. 반면 광주형일자리인 광주글로벌모터스 캐스퍼 출시와 수년간 논란을 빚은 민간공원 특례사업 정상화, 73년 만에 명예회복 길이 열린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등은 희망을 안겼다.

<뉴스1 광주전남취재본부>는 올해 10대 뉴스를 선정해 5일에 걸쳐 나눠 싣는다.

(광주=뉴스1) 고귀한 기자 = 1980년 '5월 광주'를 피로 물들인 학살 주범이자 11∼12대 대통령인 전두환씨, 13대 대통령인 노태우씨가 올해 사망했다.

전씨는 지난 11월23일, 노씨는 10월26일로 28일 차이를 두고 각각 세상을 떴다.

두 사람의 삶의 궤적은 비슷했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역사적 평가는 갈렸다.

그들은 5·18 이후 41년 동안 광주시민에게 단 한 차례도 직접 용서를 구한 적이 없다.

5·18을 폭동이라고 폄훼했다.

하지만 전씨는 마지막까지 사죄는커녕 책임을 부인한 반면, 노씨는 가족들을 통해 용서를 구했다.

전씨와 노씨는 12·12사태 이후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과정에서는 자위권 발동 결정과 헬기 지원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이들은 각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5·18과 관련된 진실은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하거나 망언·왜곡을 하면서 광주를 더욱 아프게 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았지만 이후에도 '헬기사격은 없었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 출석 당시엔 발포명령자를 묻는 질문에 "왜 이래"라고 말하며 화를 내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건강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하면서도 골프를 치는 모습이 포착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

2019년 12월12일에는 서울 강남의 한 고급식당에서 5·18 광주학살의 책임이 있는 정호용, 최세창씨 등과 호화점심을 즐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어진 2심 법정에서도 전씨는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건강을 이유로 궐석재판을 주장했다.

변호인을 통해 5·18 당시 헬기사격을 끝까지 부인한 전씨는 항소심 결심 공판을 며칠 앞두고 사망했다.

이 때문에 전씨의 형사재판은 무기한 연기돼 공소 기각이 검토 중이며, 회고록과 관련한 민사재판은 소송수계 절차로 지연되게 됐다.

헬기 사격을 비롯해 암매장·행방불명자 등 5·18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기대했던 광주시민들에겐 원통함만이 더해졌다.

반면 노씨는 2019년 5월 신군부 지도자의 직계가족 중 처음으로 아들인 재헌씨를 국립5·18민주묘역으로 보내 참배와 함께 사죄의 뜻을 밝혔다.

당시 거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노씨는 '5·18묘역에 다녀와야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언급했고 재헌씨가 대신 묘역을 찾았다.

재헌씨는 이후에도 같은 해 12월과 지난해 5월, 올해 4월 등 4차례 국립5·18민주묘역을 찾아 오월영령들에게 참배하고 사죄했다.

오월어머니집, 옛 전남도청 등을 직접 찾아 둘러보고 유족들에겐 죄송한 마음을 표명하기도 했다.

특히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지난해 5월29일에는 아버지의 이름이 적힌 조화를 오월 민주영령에게 직접 헌화했다. 당시 노씨의 조화에는 '13대 대통령 노태우 5·18 민주영령을 추모합니다'라고 쓴 리본이 달렸다.

민족민주열사묘역(망월동 구묘역)을 찾아 5·18 당시 독일 기자였던 힌츠펜터 추모비를 살펴본 후 이한열 열사 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한열 열사 묘에는 미리 준비한 어머니 김옥숙씨의 조화를 올려놓았다.

노씨의 부인 김옥숙씨도 대통령의 취임식 직후인 1988년 2월25일 광주 망월동 묘역(현 5·18구묘역)에 잠들어 있던 이한열 열사의 묘에 헌화하고 참배했다.

노씨는 유언을 통해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그럼에도 부족한 점 및 저의 과오들에 대해 깊은 용서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들은 마지막 모습은 5·18에 대한 다른 행보만큼이나 크게 달랐다.

전씨의 장례는 가족장인 반면, 노씨는 국가장으로 치러졌다.

국가장법에 따르면 전·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 등은 국가장 대상이다.

다만 국가장의 목적은 '국가·사회에 현저한 공훈이 있거나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서거한 경우' 장례를 경건하고 엄숙하게 치르는 데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장 제한규정이 모호한 탓에 지난달 노씨 사망 당시 국가장법 개정 필요성이 다시 언급되기도 했다.

그는 전씨와 같이 내란죄 등으로 복역해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했지만 국가장을 진행했다. 당시 정부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국가장을 진행하되 정부 분향소는 설치하지 않고 지자체 조기 게양도 독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씨와 달리 전씨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무력진압 등을 마지막까지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발언하는 등 국민적 공분을 샀다. 900억원이 넘는 추징금도 25년 동안 미납했다.

정부의 이런 결정은 전씨의 경우 과오에 대해 나름의 반성의 뜻을 표한 노씨와 다른 행보를 보여온 것을 고려해 국가장을 치르지 않기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시민들은 이들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분노와 허탈감을 표하면서도 5·18 진상규명을 위한 여정은 계속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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