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인면수심' 친족 성폭력 매년 400건… "조기발견 대응해야"

김해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26 17:40

수정 2021.12.26 17:40

가족 이해관계에 신고 어려워
대다수 범죄가 드러나지않아
피해자 8~9세때 성추행 시작
학교 등서 관찰·상담 중요해
'인면수심' 친족 성폭력 매년 400건… "조기발견 대응해야"
'친족 성폭력' 범죄가 매년 400건, 하루 한 건 이상 발생하는 가운데 범죄 특성상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족 성폭력 사건은 올해도 이어졌다. 경북 포항시에서 10세 친딸의 몸을 더듬는 등 강제추행한 50대 남성이 지난 17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수년간 의붓딸과 그 친구에게 성범죄를 저질러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50대 남성이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신고에 엄청난 각오 필요"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상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과 강제추행은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400건 넘게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459(강간 123·강제추행 336)건으로 2019년 440건(강간 122·강제추행 318) 대비 조금 늘었다.


하루에 1건 넘게 친족 성폭력이 일어나는 꼴인데 실제로는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은 '암수 범죄'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가정 폭력과 성폭력은 다른 범죄보다 암수율이 높은 범죄"라며 "친족 성폭력은 이 둘이 합쳐진 특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족 관계라는 특수성이 범죄를 '덮는' 주요소다. 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는 "친족 성폭력에는 피해자와 가해자뿐 아니라 온 가족의 이해관계가 달렸다"며 "처음에 범행이 드러나면 가정에서 가해자가 '죽일 놈'이 되기는 하겠지만 그를 신고해 처벌받게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타인에게 당한 성폭력은 가족의 조력과 응원을 받을 수 있는데 친족 성폭력에서는 그러기가 사실상 어렵다"며 "진술해 줄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 않지만 모두와의 관계에서 단절될 수 있다는 정도의 각오를 해야 신고로 나아갈 수 있는 사건이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 지원을 하다 보면 가정이 파탄 나고 집안 망신이 될까 봐 밝히지 못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어렵게 신고 한 후에도 가해자의 고모라든지 삼촌, 작은엄마, 큰엄마 같은 사람들이 와 피해자 본인이 아닌 부모를 설득해 고소 취하를 하게 하는 등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경우도 많다"고 강조했다. 통계도 이같은 정황을 뒷받침한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강간·강제추행죄의 범죄자와 피해자 관계가 '동거친족'인 경우는 1.8%에 불과했다. 하지만 여성가족부 '2020년도 성폭력 피해 상담소·보호시설 등 지원실적 보고'에 따르면 성폭력사건의 가해자 유형이 친족·친인척·배우자인 경우는 14.5%로 직장 관계자(16.2%) 다음으로 많았다.

■"분리·모니터링 보완해야"

친족 성폭력이 시작되는 것은 피해자가 8~9세 정도에 불과할 때가 많아 범행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변호사는 "이런 영역은 가정에 기대하기 어렵다"며 "학교가 관찰과 상담을 통한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리 조치'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 진술이 가장 중요한 증거인데 가정에서 분리하지 않으면 진술이 오염되거나 피해자의 처벌 의사를 유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환경에 놓이게 하는 것"이라며 "지금 분리가 조금 되기는 하는데 아이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분리 후 자발적으로 돌아간 피해자 상태를 밀접하게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친족 성폭력 사건이 있었을 때 용기 낸 피해자가 이후의 삶을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게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특히 피해자가 미성년자면 별도의 독립된 쉼터 같은 곳에서 생활하며 안전하게 교육받고 성인으로 성장해 갈 수 있게 하는 제도를 광범위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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