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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한국의 스푸트니크 1호를 꿈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26 18:00

수정 2021.12.26 18:00

[차관칼럼] 한국의 스푸트니크 1호를 꿈꾸다
지난 10월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우주를 향해 날아올랐다.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최초의 발사체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컸다. 사실 우주시대는 지금으로부터 64년 전, 1957년,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의 성공적 발사와 함께 시작됐다. 스푸트니크 1호는 미국과 러시아의 경쟁구도를 무너뜨리면서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우주기술이 비대칭 전력의 핵심이 되는 전략기술이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이 사건을 '스푸트니크 순간'이라고 부르게 되며, 순수연구 차원의 과학기술이 국가 존망을 좌우하는 국가 대항전의 대상으로 떠오르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지금의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은 과거의 '스푸트니크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우주뿐 아니라 인공지능, 양자, 합성생물학 등과 같이 안보·경제 면에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는 첨단기술이 새롭게 등장하게 되고, 미국과 중국은 첨단기술 확보를 위해 세계 1, 2위 다툼을 치열하게 이어가고 있다. 미래 전쟁의 양상도 초연결된 지능형 지휘통제 시스템을 활용해 무인 자율로봇으로 전투를 하고, 바이오 파운드리로 응급 바이오소재를 신속히 생산하는 이른바 기술패권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미국과 중국으로 재편되는 기술패권 경쟁은 글로벌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 공급 부족, 요소수 사태로 우리는 공급망 리스크를 피부로 느꼈으며, 공급망 리스크가 첨단기술로 확장될 경우 산업·경제·안보 차원의 충격은 더욱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글로벌 기술패권 다툼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우리의 독자적 또는 초격차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얼마 전 범정부 차원의 '국가필수전략기술 선정 및 육성·보호 전략'이 수립됐다. 국가 생존을 좌우하는 국가필수전략기술 10개를 선정해 국가 역량을 총결집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이제는 과학기술을 산업 육성의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구시대적 발상을 넘어 안보·외교 등으로 확장되는 국가 생존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를 들어 양자기술은 슈퍼컴퓨터로 1만년 걸리는 문제를 200초 만에 해결하는 파괴적 기술로, 안보 차원에서 암호체계 무력화와 보안 강화라는 양면성을 가지는 매우 중요한 기술에 해당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양자기술력은 선도국 대비 63%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빠른 추격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 산학연 거점 연구기관을 육성해 장기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선도국과 전략적 기술협력도 확대해 나가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조만간 국가필수전략기술 10개 분야별로 기술경쟁력에 맞는 맞춤형 지원방안을 담은 세부 로드맵을 마련하고, 국가가 책임지고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도 구축해 실행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우리의 과학기술은 일본 수출규제에서도 소재·부품·장비 산업위기 극복에 기여하고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리튬이차전지 세계 1위, 세계 최초 5G 상용화 달성 등 괄목할 만한 실적도 견인해왔다. 기술패권 시대는 우리나라에 위협인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과학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첫걸음으로 시작한 '국가필수전략기술'의 육성과 보호전략이 우리나라를 과학기술 강국으로 인도하는 '한국의 스푸트니크 1호'를 창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경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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