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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피하자" 현장 긴장모드… 감독기관은 인력도 다 못 채워 [중대재해법 한달 앞으로]

기업들 사고 후 처벌 대비에 집중
안전체계 짜느라 현장인력 빼가기도
출범 6개월차 산업안전보건본부
주요직 아직 공석 "시행착오 불가피"
"처벌 피하자" 현장 긴장모드… 감독기관은 인력도 다 못 채워 [중대재해법 한달 앞으로]
기업들이 내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는 첫 번째 사례를 피하기 위해 바짝 긴장모드에 돌입했다.

법 시행을 한 달 앞두고 뒤늦게 부랴부랴 법무법인에 컨설팅을 받으려는 기업들로 문전성시다. 문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춘 법인데 기업들은 '사고 후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대재해 예방·감독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키를 쥔 산업안전보건본부는 아직 출범 6개월차 신생 조직으로 주요 자리가 다 채워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신입 근로감독관을 대거 채용했지만 인력 면에서도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기업들, 예방보다 회피에 급급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불과 한 달 앞두고 뒤늦게 컨설팅을 요청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CEO)가 형사 처벌을 받는다. 기업들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무엇보다 현장안전 강화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기업들은 엉뚱하게 현장보다 줄줄이 로펌으로 향하고 있다.

한 전직 관료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잘 알고 있는 정부 출신들도 현장보다는 법무법인에 훨씬 많이 가 있다"며 "여기 컨설팅은 안전 확보가 아닌 '어떻게 피해 갈까'하는 회피전략인데, 사고 예방책을 찾기보다는 사고 발생 이후 처벌을 면할 궁리만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게다가 현장에선 핵심 인력들이 안전보건체계를 마련한다고 본사로 대거 들어가 있다고 한다"며 "오히려 현장 관리감독이 안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본사 차원의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도 단속한다.

이 같은 행태에 한 산업안전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안전에 관해 압축적으로 진행됐다"며 "외국에선 10~20년 진행한 걸 1~2년 만에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의 기업 살인법 같은 경우 2003년도에 얘기가 시작돼 2007년까지 수많은 논쟁을 거치고 국회 논의로 다듬어져 나온 법"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은 불과 두 달 만에 통과가 돼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혼란…"법 안착에 최소 3년"

이 전문가는 또한 "산업안전보건본부가 6개월 된 신생 조직이라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 쪽 혼선도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중대 산업재해에 대한 수사권을 전담한다. 고용부 소속 특별사법경찰인 근로감독관에게 중대 산업재해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근로감독관의 역할이 더욱 강화된 것이다. 하지만 3000여명 규모인 근로감독관은 현장 근로감독 업무가 이미 과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는 최근 신규 근로감독관 300여명을 임용했다. 5년 중 최대 규모다. 고용부는 혼선을 막기 위해 근로감독관 교육기간과 교과목 등 교육과정을 대폭 강화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안착에 최소 3년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안전이라는 게 '자판기'가 아니다. 한번에 될 수 없는 대표적인 후행지표"라며 "산업안전보건본부를 출범한 만큼 최소 3~4년 뒤에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태환 법무법인 화우 인사노동 그룹장도 "재해라는 건 아무리 회사가 준비를 잘 해도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법이 자리 잡는 데까지 몇 년 걸릴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권준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