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뉴스1) 강준식 기자 = 재개발 지역인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사직2구역의 지역주택조합 횡령 의혹이 점차 실체화하는 모양새다.
청주지검은 최근 사직2구역 조합장 A씨와 업무대행사 운영자 B씨를 업무상 횡령과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을 대출이 아닌 자납금으로 지급하도록 유도해 68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재개발 사업을 지역주택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인수 용역비 9억6000만원, 지주작업 용역비 10억원 등을 부풀려 조합원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도 있다.
◇청주 호령했던 원도심 사직동의 몰락
과거 시외버스터미널이 인접해 청주의 상권을 이끌었던 서원구 사직동은 터미널이 흥덕구 가경동으로 이전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원도심 사직동은 '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사모(사직동·모충동)1·2구역, 사직1·2·3·4구역 등 6개의 구역으로 분리됐다.
사모구역은 그나마 재개발 추진이 수월했지만, 순수 사직동으로만 이뤄진 사직구역은 구획마다 조합원 비리가 잇따르며 순탄치 않았다. 사직2구역도 그중 하나다.
사직2구역은 2007년 3월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구성돼 도시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듬해 12월 정비계획을 수립했다.
2010년 12월 청주시로부터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으나 건설경기 불황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장기간 답보상태를 거듭하다가 2016년 도시정비구역 지정이 해제됐다.
청주의료원 인근에 있는 사직2구역은 그동안 공·폐가가 늘어나면서 낙후지역은 물론 우범지역으로 전락했다.
◇조합 설립 추진이 불러온 비극
사직2구역의 비극은 2015년부터 시작됐다.
재개발 사업의 동력을 잃은 사직2구역 주민들은 당시 주민동의를 통해 지역주택개발사업으로의 전환을 꾀했다. 2016년 조합원 모집을 시작한 뒤 2018년 조합설립이 인가됐다.
이 과정에서 현재 구속된 조합장 A씨와 업무대행사가 등장했다.
사업은 수년간 이어졌지만, 토지매입·철거 등 실질적인 개발 행위는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주민으로 구성된 조합원들은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사직2구역은 애초 재개발 정비구역이었으나 현 업무대행사와 당시 조합 측과 합의를 통해 조합을 해산했다"며 "조합 운영비와 임원들의 밀린 급여를 업무대행사가 변제한다는 조건이었는데, 협약 금액은 17억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후 지역주택조합으로 전환한 사직2구역지역주택조합은 업무대행사가 변제하기로 한 재개발 매몰비를 조합에 떠안게 하는 안건을 가결하게 했다"며 "조합원들은 조합 사업이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업무대행사는 재개발 매몰비를 38억원으로 '뻥튀기' 책정해 2016년부터 20018년까지 19억원이 넘는 금액을 조합에서 받았다"며 "그럼에도 업무대행사는 전 조합에 변제금을 전달하지 않았다. 이는 업무상 배임으로 이 돈을 다른 곳에 사용했다면 횡령"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사직2구역지역주택조합은 2018년 12월 임시총회를 열어 조합원 개인의 신용대출과 브릿지 대출로 충당하기로 하는 안건을 가결했다"며 "대출 이자가 부담된다는 조합원들에게 일부 이자를 보전해주겠다는 등 설득과 불이익 협박을 통해 토지 계약금 5000만원 추가납부를 독촉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사업의 빠른 진행을 위해 조합을 믿었던 조합원들은 대출을 받아 5000만원을 냈으나 조합은 몇 달 후 이자 지원을 중단했다"며 "조합원들이 추가 납부한 액수는 70억원 상당으로 이는 사업부지 내 모든 토지의 계약금을 내기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조합장 A씨는 조합 계좌에 있던 분담금을 모두 업무대행사에 지급했다"며 "조합에 속은 조합원들은 대출금을 고스란히 가계 빚으로 떠안았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은 '청주사직2구역 지역주택조합 정상화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올해 3월 조합장 A씨 등 조합 관계자와 업무대행사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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