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인력 못 구해 농민이 '을' 됐다" 울상 짓는 농가..."중장기적 일손 정책 필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28 14:57

수정 2021.12.28 14:57

하늘 길 막혀 2년째 인력 부족 시달리는 농가
고용허가제·계절근로제 있어도 활용 안해
정부 '계절근로제 활성화 방안' 내년 1월부터 시행
"급한 불은 껐지만 장기적 대책 필요"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장기화로 하늘길이 2년 가까이 막히면서 외국인 근로자로 일손 문제를 해결해왔던 농민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계절근로제 확대 방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기대감 보다 장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농가에 외면 당하는 정부 제도 "80%는 미등록 외국인 고용"
28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에 따르면 대다수 농가는 여전히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경남 함안군에서 부추 시설재배 농가를 운영하는 김성만씨(59)는 일손을 구하지 못해 고민이 크다.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부추를 수확하는 김씨는 5년 전부터 수확철 때마다 외국인 일손 7~8명을 동원해 농사를 지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탓에 외국인 노동자 수급이 어려워지자 현재는 4명만 고용한 채 농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마저도 모두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다.

정부는 국가 간 협정을 통해 1년 이상 근무하는 상용근로자 대상 제도인 '고용허가제'와 지자체가 농업 부문 3~5개월 임시근로자를 모집하는 '계절근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큰 효력이 없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주변 농가 80~90%가 미등록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다"며 "고용허가제는 1년 이상 근무를 조건으로 하지만 파프리카나 토마토 등 일부 작물을 빼면 대부분의 농가가 농번기가 아닌 때는 일손을 그만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절근로제는 지자체가 권한을 갖는 특성상 지자체가 안 나서면 인력을 못 구한다. 우리처럼 겨울에 작물을 수확하는 농가가 많지 않다 보니 지자체에서도 소극적이라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농업 고용환경 변화에 따른 외국인 근로자 활용 정책 방안'에 따르면 작물재배 농민들이 고용허가제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1년 고용이 필요 없다'는 답이 42.9%를 차지했다. 또 계절근로제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인력을 3개월보다 짧게 고용하고 싶어서'(24.1%), '거주하는 지역에서 시행되지 않고 있어서'(11.7%)등이 꼽혔다.

농가가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자제를 활용하지 않는 이유
고용허가제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 1년 고용이 필요 없음 신청해도 인력 배정 확률 낮음 신청 절차 복잡
42.9% 17.5% 15.6%
계절근로자제 이용하지 않는 이유 인력을 3개월보다 짧게 고용하고 싶음 임금 부담 커서 고용 포기 거주하는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지 않음
24.1% 17.6% 11.7%
(한국농촌경제연구원(2020))


■정부 대책 내놨지만.. 장기적 관점 필요하단 지적
이 같은 농촌 인력 부족 현상 장기화에 법무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계절근로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내년 3월로 종료 예정이었던 한시적 계절근로제가 상시화 되고 참여 가능 외국인의 범위도 특별체류 허가조치 받은 아프가니스탄인, 유학생, 비취업서약 방문취업(H-2), 문화예술(D-1), 구직(D-10) 자격 외국인까지 확대된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3월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시적 계절근로제도를 도입했다.

또 농가당 고용 가능 인원이 기존 9명에서 12명으로 확대되고, 소규모 농가의 경우 국내체류 외국인 계절근로제에 한해 일주일 단위의 단기 고용을 허용키로 했다.

현장에서는 당장 급한 불은 껐다고 안도하면서도 장기적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농업협회 관계자는 "정부 제도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도 농업은 일이 고되고 돈을 덜 받는다는 인식이 있어 굳이 농촌에서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은 좋으나 외국인 인력이 농업계에서 일할 수 있도록 추가적 유인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엄진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현 농촌 인력 부족 관련 제도는 현장의 의견을 수렴한 뒤 사후적으로 개선돼 왔다"며 "과거 이러한 접근에서 벗어나 현재의 제도가 포괄하지 못하고 있는 한계를 면밀히 분석한 뒤 전문가 논의를 거쳐 중장기적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