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유럽 가스가격 800% 폭등…러와 군사적 긴장 외 다른 상승 요인은

뉴스1

입력 2021.12.27 14:49

수정 2021.12.27 14:49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겨울철 난방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Δ재고 부족 Δ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의 군사적 긴장 Δ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의 천연가스값 급등의 이면에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다며 이를 둘러싼 아홉 개의 문답을 정리했다.

1. 무엇이 문제인가?

12월 말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가스 비축량이 평상시보다 적었다.

가스업계단체 GIE에 따르면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율은 지난 19일 기준 59%대로 지난 10년 평균보다 16%포인트(p) 가량 낮았다. 지난 21일 유럽 벤치마크 천연가스 가격인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은 ㎿h(메가와트시)당 180유로(약 24만 원)를 웃돌았다. 올초 20달러 수준에서 폭등한 가격이다. 이후, 가격은 하락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연초 대비 400% 이상 높다.

전력값도 급등했다. 특히 독일에서는 2022년 1분기 공급분 전기 선물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다른 에너지의 공급도 줄었다. 일부 석탄 발전소가 폐쇄됐으며 기상이변으로 풍력 발전량이 감소했다.

2. 가스값이 전기와 무슨 상관인가?

유럽은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2019년 기준 유럽연합(EU) 내 전력 중 23%는 천연가스에서 나왔다. 원자력발전소(26%) 바로 다음이다. 전기는 저장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연료의 값에 따라 가격이 빠르게 변화한다. 천연가스값이 오르면 바로 전기 값이 급등한다는 것이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풍부한 전력을 가진 다른 국가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

3. 왜 공급이 부족한가?

유럽의 12월 가스 재고량은 연중 최저치였다. 2021년 노르웨이의 가스 흐름은 거대 유전과 가공 시설이 정비 작업에 들어감에 따라 평균보다 적었고, 자체 재고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러시아로부터의 공급이 제한됐다. 러시아는 EU 가스 수요의 40% 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0월까지만 해도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가스를 유럽에 수출할 수 있다며 가스 시장을 진정시켰지만, 연말 들어 러시아와 관련해 지정학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4. 어떤 지정학적인 문제인가?

러시아와 독일 사이에 발트해 해저로 통하는 노르트스트림2 천연가스관이 개설됐다. 하지만 독일 법에 따른 회사 지위 문제로 가스관의 운영자를 인증하는 절차가 중단됐다.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려면 몇 달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이 내년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의혹을 부인했다. 앞서 블룸버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경우 독일이 노르트스트림2 사업 승인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러시아가 서유럽으로 이어지는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엿새째 중단하고 있다. 독일 측 운영사인 가스케이드에 따르면 러시아 가스 국영업체 가스프롬은 야말~유럽 가스관의 수송을 27일까지 예약하지 않았다.

5. 유럽은 전력 요금을 어떻게 책정하나?

전력회사들과 대기업들은 수 년 후의 전력을 미리 사고판다. 가격은 경제 전망과 장기적인 연료비에 의존한다. 유럽 대륙의 전력 시장은 익일 공급분의 전기 가격을 경매를 통해 책정한다. 거래자들은 수요와 공급의 계산에 근거해 매 시간마다 입찰가를 제안하고, 그 후 시장에서의 교환에 의해 평균 가격이 계산된다. 소비자가격은 각국 당국에 의해 결정된다. 도매 전력 가격과 송전 투자 비용, 전력망 유지 보수를 위한 비용 등에 따라 요율이 바뀔 수 있다.

6. 요즘 전력공급 체제의 변화는?

재생에너지 발전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나 핵연료보다 생산이 불규칙하다. 날씨 패턴이 가격 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 이로 인해 당일시장 등 더 짧은 기간의 전력값이 책정되는 시장도 중요해졌다.

독일은 장기 정책의 일환으로 올해 안에 원자력 발전 용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발전소를 폐쇄해야 한다. 이는 이미 역사상 최악의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고 있는 유럽의 전력망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다.

7. 유럽은 풍력에 얼마나 의존하나?

영국과 독일, 그리고 스칸디나비아 등 북해안 국가들은 풍력발전 기술의 선두주자다. 스페인 또한 풍력 및 태양광발전소의 성장으로 2020년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사상 최대인 44%에 이르렀다. 프랑스는 풍력으로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력은 원자력발전소에 의존하고 있다.

8. 전력 고갈 위험이 가장 높은 나라는 어디인가?

이웃나라와의 전력망 연결이 제한된 나라들이 그렇다. 위기에 처했을 때 유럽 시장으로부터 혜택을 받기가 힘들다. 아일랜드의 송전망 운영사는 지난 9월 바람이 부족해 정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의 많은 발전소들은 노후화 때문에 고장이 나기도 한다. 만약 바람이나 햇빛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일어난다면, 이 나라들은 전기가 점점 바닥나게 된다.

9. 이는 유럽의 기후 목표에 무슨 의미가 되는가?

재생에너지는 변동성이 있다.
유럽이 재생에너지 목표에 도달하는 데는 아주 많은 비용이 들 것이다. 프란스 팀머만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가격 인상이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확대하려는 EU의 결의를 저해해서는 안 된다면서, 대신 값싼 친환경 에너지를 더 많이 공급하기 위해 산업계가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월 카드리 심슨 EU 에너지담당 집행위원은 EU가 취약 계층에 대한 보상과 세금 감면, 기업들에 대한 국가적 지원 등 EU 규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회원국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