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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시행 코앞 중대재해법, 보완 호소 안 들리나

경영자 감옥행은 과잉처벌
과징금등 행정제재로 가야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희망 온(ON) 참여기업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 최태원 SK주식회사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희망 온(ON) 참여기업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 최태원 SK주식회사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내년 1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내 의도와 상관없이 감옥에 가야 할 확률이 생겼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에 봉착한 것"이라고 비감해했다. 재계 서열 3위 SK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최 회장은 지난 22일 출입기자단과의 송년 인터뷰에서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경제 문제는 형사적 접근보다 경제적 접근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은 과징금 등 행정제재로 다루거나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 취지엔 동의하지만 형사처벌은 너무 과도한 조치라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지금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준비는 물론 사후 대처방안에 대해 혼란에 빠졌다. 이 법이 시행돼 하청 근로자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청 대표이사가 질 책임이 초미의 관심사이다. 법 제정 당시부터 죄형법정주의 위반 논란을 일으켰던 바로 그 문제다. 최고안전책임자(CSO)를 두고 안전보건에 관한 전권을 위임해도 대표이사가 징역 1년 이상의 처벌을 받는지 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이뿐 아니라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과로로 인해 심혈관계 질환이 악화돼 사망했을 때도 대표이사가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고용노동부의 해석도 경영계를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원용한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와 산재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 개념을 혼동, 처벌범위를 확대한 해석이라는 지적이 많다.

기업들의 중대재해처벌법 스트레스가 심각하다. 법률 컨설팅을 받으려는 기업 관계자들로 법무법인이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라고 한다. 당초 노동계에서 기업이 경영책임자의 책임 회피방안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으나 정작 기업들은 법률의 불명확성과 법을 다룰 정부 조직 및 인력 미비로 말미암아 더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무엇보다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 등'의 의미와 범위의 확정이 시급하다. 기업이 사고예방에 초점을 맞춘 중대재해법의 취지와 달리 사고 후 대책 마련에 매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기능과 다른 문제가 발생해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최 회장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 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