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방

2022년 한국의 국내정치를 둘러싼 북한의 도발 전망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28 17:56

수정 2021.12.28 17:56

다양한 도발 개입 가능성에 따른 원칙에 입각한 대응 전략 마련 필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 소식을 1~11면에 걸쳐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열병식에서 여러 가지 신형 무기들을 대거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신형 ICBM은 화성-15형이 실렸던 9축(18바퀴) 이동식발사차량(TEL)보다 길어진 11축(바퀴 22개)에 실려 마지막 순서로 공개됐다. 자료=평양 노동신문 캡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 소식을 1~11면에 걸쳐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열병식에서 여러 가지 신형 무기들을 대거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신형 ICBM은 화성-15형이 실렸던 9축(18바퀴) 이동식발사차량(TEL)보다 길어진 11축(바퀴 22개)에 실려 마지막 순서로 공개됐다.
자료=평양 노동신문 캡쳐
북한은 10일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열병식에서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초대형방사포, 대구경조종방사포 등 여러 종류의 무기가 공개됐다.자료=평양 노동신문 캡쳐
북한은 10일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열병식에서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초대형방사포, 대구경조종방사포 등 여러 종류의 무기가 공개됐다.자료=평양 노동신문 캡쳐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5연장 초대형 방사포를 보도했다. 자료=평양 노동신문 캡쳐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5연장 초대형 방사포를 보도했다. 자료=평양 노동신문 캡쳐
[파이낸셜뉴스] 한국의 국내정치에서는 선거철마다 ‘북풍’ 변수가 도마에 오른다. 차기 대선에서 북풍의 근원이 한국이 아니라 할지라도 북한이 직·간접적으로 한국의 국내정치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한국정치는 북한에 영향을 받을 개연성은 적지 않다.

북한이 한국정치에 영향을 주는 방식은 △중국과 밀착행보 △수사적 협박 △사이버 해킹 △군사적 도발 등 다양할 수 있지만 대선국면이 가까워질수록 특히 '사이버 해킹'과 '군사적 도발'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9월 20~24일 제65차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기간 중 그로시 사무총장은 다소 강한 표현을 사용하며 북한의 핵 활동이 다시 시작된 사실을 확인했다.

올해 IAEA가 공개한 북한의 구체적인 핵 관련 활동은 △지난 2월부터 7월 초까지 5MW 원자로 인근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연구소가 가동된 정황, 영변 핵 시설에서의 플루토늄 재처리 흔적 △7월 영변 핵 시설 내 5MW(메가와트) 원자로에서 냉각수 방출을 포함한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 움직임 등이다.

특히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사이 촬영된 영상을 통해 영변 핵 시설 내에서 핵과 관련된 실험의 흔적이 포착되고 △올해 5월 경수로 옆 터빈용 발전기 인근에서 열 활동이 감지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처럼 2021년은 북한의 핵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재개된 해로, 이는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명백히 반하는 행위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외교부 산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도 올해 발표한 국제 군비.군축.국제안보 관련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 수를 40~50개로 추정했다.

올리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북한이 지난 2006년 첫 핵실험을 이후 (지금까지) 소형화를 추진할 시간이 15년이나 있었고, 가장 최근인 6차 핵실험은 수소폭탄 혹은 증폭핵분열탄에 대한 것이었다"며 "이 정도로 긴 시간엔 규모나 정밀도에서 핵무기 소형화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총 8차례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2019년의 14차례에는 못 미치지만, 전년도인 2020년의 6차례에 비해선 횟수가 더 늘어난 것이다.

북한이 시험발사한 미사일들은 대부분 단거리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맺은 ‘장거리 미사일과 핵 실험 유예 조치’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무기는 실전배치를 위해 적절한 실험이 이뤄져야 한다, 언제까지 북한의 ‘(핵)실험 유예 조치’가 이어지겠느냐"고 반문했다.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현재 북한에겐 단거리 미사일 발사체를 실험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한국정부의 일관된 대북 저자세로 인해 북한은 지난 수년간 자신의 전략적, 군사적 옵션을 다변화하며 그 정치적 지위를 향상시켜왔다"며 "국제무대의 초강대국 미국과 정상회담을 하며 김정은은 북한 지도자로서 국제무대에 당당히 서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한국정부는 적지 않은 역할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정부는 북한의 인권문제, ‘도발’ 용어 사용 자제 등 북한정권이 불편해하는 것들은 배려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결과 북한은 한국의 대북 저자세에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북한의 상대적 레버리지 상승으로 이제 한국이 조금이라도 북한에 불편한 언행을 하게 되면 북한이 격하게 반발하는 환경적 구도가 만들어지고 말았다는 해석이다.

북한은 내년에도 이런 구도가 지속되기를 바랄 것이 자명하므로 한국의 차기권력도 북한이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여지는 정권이 등장하길 바랄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반 교수는 "우선 북한은 대선판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논쟁, 공약, 정책 등을 선제적으로 확인하고자 할 것"이라며 "북한은 사이버 해킹은 지금도 심각한 문제지만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양질의 대선 관련 정보 파악하기 위해 2022년에 접어들면 해킹시도를 극대화할 것"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사이버 해킹으로 한국 대선이 북한의 개입이 허용되는 상황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한국 대선 관련 북한의 사이버 해킹 차단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이버 해킹은 한국의 대선판을 사전에 읽어내 한국의 주요 대선후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간파하는 핵심적 도구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편으로 대선정국에 북한은 ‘이중기준’ 철폐요구 관철을 위해 '군사적 도발'을 통해 한국의 대선판을 흔들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반 센터장은 이어 "2022년에 들어서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을 시도함으로써 여야 대선 진영이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확인하려 할 수 있다"며 "각 대선진영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입장을 낸 후 북한이 이에 대한 후속조치를 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자신이 한국정치에 개입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 센터장은 그러면서 "한국의 대선결과와 무관하게 핵보유국 기정사실화를 위해 핵·미사일능력 고도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경우는 "북한의 입장을 최대한 헤아려준 정부가 물러나도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당당하게 지속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차원이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분석과 다각적인 예측과 같이 북한은 자신의 전략적 목표를 위해 이미 다양한 도발옵션을 준비해놓았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0월 미니 SLBM을 8·24영웅함에서 발사했고 12월엔 신포급 잠수함이 드라이독에 위치해있는 모습이 38노스가 제공한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이는 SLBM 능력 고도화를 지속한다는 의미로 2022년에는 미니 SLBM이 아닌 북극성-4/5형 등 정규 SLBM 발사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또 MDL, NLL 등 접경지대에서 재래식 군사도발을 함으로써 ‘9·19 군사합의’ 무력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높다.

이는 한국국민에게 한반도 불안을 없애려면 대선에서 잘 선택해야 한다는 분위기 조성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또 대선 이후에는 차기정권의 대북정책 수위를 보고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차기정부가 대북정책의 단호함을 조금이라도 높이면 이를 명분으로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함으로써 그간 잠시 중단한 무기체계 개발 시험에 나설 수 있다는 예측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미리 간파해 북한의 회색지대전략에 말려들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반 센터장은 "북한의 다양한 노림수를 상쇄하기 위해선 ‘원칙’에 입각한 일관성 있는 대응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특히 북한 비핵화 원칙 견지, 한미동맹 공조, 국제사회와의 적극적 협조 및 공조가 가장 기본적이고 유의미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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