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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글로벌 대전환 시대의 통상정책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28 18:27

수정 2021.12.28 18:27

[서초포럼] 글로벌 대전환 시대의 통상정책
최근 들어 패러다임의 전환과 '뉴노멀'이라는 단어를 자주 듣는다. 글로벌 대전환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중에서도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과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이 대표적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글로벌 대전환이 가속화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과학 사학자이자 철학자인 토머스 쿤은 1962년 발간된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과학의 발전은 이미 수용된 사실과 이론의 축적을 통해 점진적으로 이뤄진다는 기존의 관념을 깨는 주장을 편다. 점진적 발전이 이뤄지는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노멀'의 시기가 있는 반면 기존의 이론과 규칙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할 때 틀을 새롭게 바꾸는'혁명적' 시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설명을 위해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요즘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에 패러다임 전환과 뉴노멀이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서 2021년 세계경제는 5.9%, 2022년에는 4.9%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충격에 비해 세계경제는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백신 보급률 차이와 각국 정부의 재정상태 등의 이유로 인한 경제회복의 불균등과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이 또 다른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에 따른 국가 간 갈등도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국제통상 환경에도 변화를 촉발할 것이다.

국제통상 환경 변화의 대표적 사례인 미·중 간 기술패권경쟁의 중심에 안보와 국익이 있다. 트럼프 정부 이후 미국은 자국의 이익과 안보를 위해 중국과 벌이는 경쟁에서 통상정책을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자 간 협상의 맹점과 양자 협상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지나친 자신감은 실제 협상의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바이든 정부는 협상에 기초한 기존 통상정책으로 회귀하기보다는 새로운 방식, 즉 동맹과의 협력에 방점을 두는 통상정책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무역촉진권한(TPA) 만료, 트럼프 대통령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서명 철회로 미국이 빠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대한 유보적인 입장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당분간 미국이 국제통상 협상 무대에 본격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무역협정, 기후변화 대응과 같이 대전환의 시대에 시급한 의제에 대해서는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각국이 미국과 유사한 방식으로 협력과 경쟁의 공존을 정책 카드로 활용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이미 우리의 일상은 변하고 사고의 전환은 시작됐다. 비대면 서비스 급증과 국가 안보의 범위 확대, 인간 안보 개념에 대한 새로운 정의,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 등으로 국제통상에서도 다양한 도전적 과제가 부상했다.
노멀한 '정상'의 시기를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이 펼쳐지는 국제통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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