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癌과의 전쟁 100년… "암정복, 꿈은 이뤄진다" [Weekend 헬스]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31 04:00

수정 2021.12.31 04:00

국립암센터 김수열 박사 ‘암과의…' 출간
인류가 암치료 위해 달려온 100여년 정리
"암은 심오한 현상 아닌, 비정상 생리현상
치료 패러다임 전환이 암정복 앞당길 것"
癌과의 전쟁 100년… "암정복, 꿈은 이뤄진다" [Weekend 헬스]
癌과의 전쟁 100년… "암정복, 꿈은 이뤄진다" [Weekend 헬스]
인류에 암이 처음으로 기록된 것은 4000년전이다. 하지만 인류 지성의 관점에서 암과의 전쟁이 시작된 것은 약 100년이다. 또 의학과 과학이 개입, 본격적이고 치열한 싸움이 전개된 것은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국가암법이 선포된 1971년부터로 이제 막 50년이다.

인류가 암치료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설정하고 이것이 먹혀들 때마다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었고, 환자의 생존 수명이 늘어났으며 이를 기반으로 암치료에 대한 획기적 과학적 진보가 이뤄졌다.

30일 김수열 국립암센터 암분자생물학연구과 최고연구원은 인류가 암과 전쟁을 벌인 10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암은 생명의 본질이 아닌 비정상적인 생리현상으로 반드시 정복되고, 암치료의 역사를 통해 암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통해 완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최고연구원은 지난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암과의 전쟁 100년'을 출간했다.


■중세에도 많았던 암 유병률

김수열 박사는 한국에서 암은 지난 2018년 기준 유병자가 20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고, 이는 한국인 100명 중에 4명은 암환자인 상황이며 매년 8만명의 인명이 암과의 전쟁에서 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은 신체의 일부 세포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해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 퍼지는 질병으로, 수조개의 세포로 구성된 인체의 모든 곳에서 자라날 수 있다. 암은 세포 형성을 비정상적으로 이끌어 종양을 만들고 전이해 다른 종양을 형성하며, 면역체계를 속여 면역세포의 공격을 막아 암세포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

암이 비교적 최근 더 많이 발병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통념과는 달리 김 박사는 암 유병률은 중세시대에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진이 6세기에서 16세기 사이 만들어진 묘지에서 143명의 인골을 발굴해 분석한 결과 중세 영국 성인의 9~14%가 암환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박사는 "영국에서의 연구결과에서처럼 암은 현대에 발생한 것이 아니고 오래 전부터 존재한 질병이고, 생물학적 불완전성에 근거해 발병을 피할 수 없다면 새로운 치료 접근법을 찾는 것만이 암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과학과 이성의 시대 이전 암은 죄나 저주, 미신적 재앙의 결과물이었고, 과학혁명 이후 치료법들이 전환되며 조금씩 출현했다.

1900년대 초 파울 에를리히 박사는 매독치료제인 아르스.페나민이라는 화합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가스 공격에 쓰였던 '겨자가스'는 백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후 질소 겨자는 1949년 세계 최초의 화합물 항암제로 미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았다. 암 치료에는 주로 화학치료가 이용됐고 비교적 최근인 1970년대에 들어와서야 암은 DNA 돌연변이를 원인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김 박사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암의 원인을 바이러스에서 찾았다고 설명했다.

■치료 패러다임 전환 통해 '암정복' 가능

김 박사는 "지난 100년 동안 암과의 싸움에서 인류가 알게된 것은 암의 발생 원인은 단일 원인에 의한 귀납적 성질이 없고, 암은 발생하면 살아남기 위해 어떤 제재에도 새로운 환경으로 변형된다는 것"이라면서 "그동안 화학치료, 외과수술, 방사선치료 등으로 암과 싸워 유병자의 평균 생존률이 70%가 넘는 세상이 된 만큼 암은 언젠가 정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은 심오한 생명현상이 아닌 비정상적인 생리현상일 뿐이고 인류는 이 문제를 충분히 정복할 능력이 있다"면서 과거 인류가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전환하면서 암 치료의 지평을 넓히고 치료 효용을 높인 것처럼 앞으로 인류가 암을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박사는 암 정복의 날은 갑작스럽게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학의 발전은 점진적으로 이뤄지기보다 갑자기 격변해 이뤄졌다"면서 과거 불치의 병으로 알려졌던 HIV감염에 따른 AIDS질병이 완치된 것도 유사한 사례라고 말했다. HIV는 이 질병에 대한 저항성을 갖는 사람들이 '왜 감염 저항력이 높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패러다임을 전환, CCR5 수용체를 코딩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것을 찾아냈다. 결국 CCR5가 HIV의 수용체고 CCR5 없이는 HIV가 면역세포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을 발견, 줄기세포 치료법으로 HIV를 완치시키는데 성공했다.

김 박사는 암의 경우도 HIV의 완치 사례처럼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정복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최근 암 치료에 도입되는 면역치료법이나 암의 대사 작용을 연구하는 방법은 기존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라는 점에서 이미 패러다임의 전환은 시작되고 있다.


김 박사는 암을 정복하는 기본 원칙으로 △기존 치료법이 아닌 혁신적 신약의 개발 △다양한 암 돌연변이를 막기 위한 조합 치료법이어야 한다는 점 △약물의 적응증을 잘 찾아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앞으로 암 정복을 위해서는 종양연구의 변칙 이론자들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의료계와 과학계의 협업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와 과학계가 연구비 확보라는 목표로 경쟁을 지속한다면 암 정복은 요원하지만 과학계가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연구를 하고, 의료계가 이 패러다임을 이용한 치료법에 반응할 암을 찾아 임상을 진행한다면 인류의 적인 암을 꼼짝하지 못하게 잡아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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