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과거 옛 소련(현 러시아)제를 모방·역설계해 전차 등 재래식 전력을 개발하던 북한이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집권 이후엔 미국 등 서방세계 무기를 기술적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는 평가가 국책연구기관으로부터 나왔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지난달 31일 펴낸 '북한 신형 재래식 전력 개발의 특징과 함의: 신형 전차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 2020년 10월 조선노동당 창건 제75주년 열병식 때 처음 선보인 '신형 전차'를 예로 들어 "북한의 기존 '선군호' '천마호' 전차는 옛 소련의 T-55·62 등 T-계열을 기반으로 개발했지만 '신형 전차'는 외형부터 기존 전차들과 구별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차는 작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때 중앙 무대 바로 옆에 전시됐다.
신 위원에 따르면 북한의 이 신형 전차는 주조형 포탑 외형에 활성 반응 장갑(폭발형)을 부착한 기존 전차들과 달리, 포탑 외형이 경사 구조의 용접형(장갑 내부에 비활성 반응 장갑을 장착한 것으로 추정)으로 돼 있다.
또 북한의 신형 전차는 보기륜(무한궤도 위를 회전하며 전차가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 7개로서 '선군호'보다 1개 더 많아 "미국의 M1 '에이브럼스'·영국 '챌린저2' 등 3세대급 이상 전차와 외형 면에서 상당히 유사해졌다"는 게 신 위원의 지적이다.
신 위원은 "이런 신형 전차의 외형적 변화는 '방어력 증대'와 가장 큰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의 신형 전차엔 러시아제 T-14 '아르마타' 전차와 유사한 형태의 능동방어체계(APS)가 탑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러시아의 관련 기술도 다방면으로 입수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신 위원은 북한의 이 같은 신형 전차 개발은 "우수한 장갑 관통력을 보유한 우리 군 K2·K1A1 계열 전차의 120㎜ 전차포와 '현궁' 등 신형 대전차미사일 등에 대한 방어력 제고 차원에서 추진됐을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북한 전차에 대한 우리 군, 특히 보병의 취약성이 다소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북한의 신형 전차가 기존 전차에 비해 장갑 중량 증가에 따라 무게가 크게 늘어났을 것(50톤 전후)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할 때 "신형 전차에 탑재된 엔진·변속기(파워팩)가 신속한 기동력을 보장할진 의문"이라고 전했다. "기존에 800마력 이하 엔진을 운용하던 북한이 김정은 집권 이후 단기간 내에 1200마력 이상 고출력 엔진을 개발해 신형 전차에 탑재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판단에서다.
그 외 북한의 신형 전차엔 대전차미사일 '불새3'(2발)이 탑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신 위원이 전했다.
그는 "북한 신형 전차의 공격력은 K2 등 우리 군 주력 전차의 전차포 유효사거리 밖에선 우린 군 전차 대비 상대적으로 우세할 가능성이 있으나, 유효사거리 내에선 열세일 것"으로 추정했다.
신 위원은 "북한의 기동 전력 관련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그 범위와 다양성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면밀히 분석해 우리 군의 대응 방안을 재검토하고, 부족한 부분을 선제적·지속적으로 보완·발전·강화해나가는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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