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신통기획 재개발 후보지 '5일 공백' 노린 투기수요 몰렸다 [현장르포]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02 18:15

수정 2022.01.02 18:15

거래허가 공고 5일뒤 효력 '맹점'
공덕·청파·마천 등 매물문의 급증
'공고 후 즉시' 법안 통과 늦어져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민간재개발 1차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마포구 공덕동 A구역은 노후주택들이 밀집해 차량통행이 어렵고 보행자 위험도 높은 실정이다. 사진=이승연 인턴기자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민간재개발 1차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마포구 공덕동 A구역은 노후주택들이 밀집해 차량통행이 어렵고 보행자 위험도 높은 실정이다. 사진=이승연 인턴기자
"가장 저렴한 매물이 4억원짜리 빌라였는데 대기자만 10명이 넘습니다. 집주인에게 연락을 하면 팔지 않겠다며 매물을 다들 거둬들였어요." (서울 마포구 공덕동 A공인중개사)

지난 1일 찾은 서울 마포구 공덕동 일대 공인중개업소에는 매물을 찾는 손님들로 붐볐다. 중개업소마다 3~4팀의 손님들이 대기 중이었다. 혼자 업무를 보는 중개업소는 방문객과 문의 전화를 응대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한동안 잠잠하던 이 일대는 지난해 12월 28일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재개발 1차 후보지에 포함되자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효 전에 매물을 사려는 매수자들이 몰린 것이다.

■후보지마다 매물 찾는 발길 북적

공덕동 A공인중개사 대표는 "(신통기획) 후보지로 선정됐다는 기사가 나온 뒤 문의전화가 매일같이 이어졌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따른 실거주를 피할 수 있는 기한이 1일까지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후보지로 선정된 다른 지역들도 마찬가지였다.

용산구 청파동의 C공인중개사는 "청파2구역은 재개발 가능성이 1구역보다 낮았던 곳이라 지난해 8월에는 실투자금 2억원만 있으면 신축 2룸 빌라를 매입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후보지 발표 뒤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며 대지지분 30㎡(9평)짜리 3룸 구축 빌라 호가가 13억원에서 발표 하루 만에 프리미엄 1억원이 더 올랐다"고 말했다.

강남에서 유일하게 후보지에 포함된 송파구 마천5구역도 재개발 매물을 구하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마천5구역의 D공인중개소 대표는 "발표 전날 나온 9억5000만원짜리 빌라 매물을 고객에게 소개시켜주려고 다시 확인해보니 하루 만에 12억원으로 호가를 올렸다"고 전했다.

■토지거래허가제 보완없인 투기 반복

서울시가 신통기획 후보지 발표와 동시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건축허가제한 등 강력한 투기방지책을 마련했는데도 투자 수요가 몰린 건 제도적 맹점때문이다. 현행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지정되면 다음 날 공고하고, 그로부터 5일 뒤 효력이 발생한다고 명시돼 있다. 신통기획 재개발 후보지 발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일이 지난해 12월 28일이다보니 지난 1일까지는 실거주와 관계없이 매수가 가능한 것이다. 반면, 2일부터는 토지거래허가 규제가 발효돼 개발 후보지 매물을 살 경우 실거주 2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향후 입주권을 받을 수 없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발효까지 공백 문제는 지난해 1월 후보지를 선정한 1차 공공재개발 후보지와 지난해 4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4월 29일 국토교통부에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 발효시점을 '공고 후 즉시'로 수정해줄 것을 건의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도 이를 보완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조차 상정되지 못했다.

법안통과가 늦어질 경우 지난해 말 공모를 시작한 2차 공공재개발을 비롯해 향후 개발 후보지나 규제지역마다 '5일의 공백'을 노린 막판 투기 수요 집중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거래신고법의 보완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만큼, 조속히 논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이승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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