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표 본보기 처벌’ 걱정하는 기업들 "면책조항 만들어야" [법조 인사이트]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02 18:22

수정 2022.01.02 18:22

중대재해법 오해와 진실
고용부는 "안전의무 다하면 면책"
기업 'CEO 보호용’ CSO 신설
고용부 "대표 의무 면제는 안돼"
‘대표 본보기 처벌’ 걱정하는 기업들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 첫 시행되는 가운데 정부 당국은 기업 현장의 과도한 우려에 대해 "일부 오해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기업들이 주장해온 '면책조항' 신설이다.

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경영 책임 처벌에 대한 면책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당국자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기업들이 안전 의무를 다 했을 경우 '과실 책임'이 없기 때문에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당연히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며 "면책조항이 없을 경우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무조건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처벌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면책조항 없으면 대표 처벌? "아니다"

2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 현장에서는 이달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자칫 '산재 사고 예방'보다 '사고 후 처벌'에만 집중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안전사고 예방 의무를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있는 상황에서 올해부터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며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까지 추가됐다"며 "여기에 더해 현재 여당이 추진 중인 건설안전특별법까지 도입될 경우 건설업계는 2중, 3중 규제에 시달리게 된다"고 토로했다.


건설안전특별법은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매출액의 3%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이 관계자는 "더불어 현재 산재 사망사고의 경우 80% 이상이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50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3년 유예되면서 법의 실효성 자체도 의심이 든다"며 "일부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안전의무를 다 했음에도 '본보기'로 처벌될까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0년 산재 사고 사망자는 882명으로 이 중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비중이 81%에 달했다. 산재 사망 사고 80% 이상이 50인 미만 영세한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법적용은 3년 뒤로 유예(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되면서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경영 책임 처벌에 대한 면책 규정 마련'이 74.2%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강검윤 고용노동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장은 "면책 조항에 대한 보완 입법이 없어도 고의나 과실이 없는 사망 사고에 대해서는 당연히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며 "안전 조치 의무 위반 사항이 없을 경우 사망사고가 났다는 이유로 경영자를 처벌한다는 것은 오해이며, 여러차례 설명도 했으나 오해가 지속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첫 외부 특채로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을 역임한 박영만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노동자의 과실로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기업들이 안전조치 의무를 다 했고, 사고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 처벌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CSO 신설로 대표 면피? "안 된다"

기업들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신설에 대비해 최고안전책임자(CSO) 직을 연이어 신설하고 있는 분위기다. 최악의 경우 회사 대표나 최고경영자(CEO)의 '감옥행'을 막기 위해 보험을 들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취지가 최고경영자, 대표에 대한 처벌을 명문화해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임을 감안했을 때 CSO 신설로 CEO나 대표의 처벌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박영만 변호사는 "CSO직이 별도로 있어도 대표이사나 경영책임자 역시 안전의무와 조치에 대해 보고 받고 책임이 있는 만큼 면책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지난해 11월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를 배포하며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CSO 등)이 선임되어 있다는 사실 만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의 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조항에 따라 하청 업체나 관계사들에 '책임을 떠미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중대재해센터장은 "고용노동부, 검찰 등이 수사 과정에서 예산과 인력 등 실질적인 책임선을 따라가다보면 이를 회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잉 처벌 우려가 있긴 하지만 처벌 강화가 실질적으로 산재 사고 사망자 감소에 일부 효과가 있었다는 시각도 있다.


박찬근 화우 인사노동 담당 변호사는 "현재까지 1년 중에 산재사고가 100명 이상 줄어든 경우가 몇번 있었는데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에 대한 관심이 늘었을 때와 2019년도 개정 산업법 시행으로 처벌이 강화됐을 당시가 그렇다"며 "산재사고나 교통사고의 경우에도 '윤창호 법', '민식이 법' 등 처벌 강화가 됐을 때 사고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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