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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농촌다움을 살리는 농촌공간계획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02 18:43

수정 2022.01.02 18:43

[차관칼럼] 농촌다움을 살리는 농촌공간계획
우리 국토의 89%에 달하는 농촌은 자연이 살아 숨쉬는 터전으로, 국민의 식량창고이자 도시의 사회적·경제적 충격을 흡수해주는 완충지대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귀농·귀촌 인구가 큰 폭으로 증가했던 것처럼,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은 2020년에도 귀농·귀촌 인구는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비대면·저밀도의 농촌 공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농촌에서 새로운 경제활동의 기회와 삶의 대안을 모색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그러나 1000만명의 인구가 삶과 일, 쉼의 공간으로 살고있는 농촌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값싼 지가(地價)와 느슨한 규제가 맞물려 공장·축사·재생에너지 시설 등이 모두 허용되는 농촌지역, 특히 계획관리지역의 난개발이 심각하다. 또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농촌의 배후마을이 공동화되면서 경제·사회서비스 부족으로 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어린이집이 없는 읍·면이 457곳,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이 23개 군에 달해 매년 아이의 울음소리는 줄고 젊은이들은 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고 있다.

이제 농촌도 도시처럼 공간에 대한 세밀한 '계획'이 필요한 때다. 난개발과 저개발로 인한 지역소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정책적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농촌이 도시 확장을 위한 유보공간이라는 개발 중심의 사고가 계속된다면 아무리 많은 재정이 투입되더라도 농촌의 당면한 문제들을 풀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촌 여건에 맞추어 농촌다움을 살리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공간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농촌을 지역주민과 도시민,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가 공존하는 '쾌적하고 살기 좋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지속가능성에 기반한 농촌 공간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농촌의 특성을 고려해 토지를 용도에 맞게 세분화하고 공간을 구획화함으로써 축사는 축사끼리, 공장은 공장끼리 모아 사람 사는 곳과 분리하고 거주지역은 살기 좋게 만드는 게 핵심이다. 예를 들어 주거지역은 농촌마을보호지구로 지정해 유해시설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정주여건을 개선하려는 취지이다. 산업지역의 경우 농촌산업지구와 같은 농촌 특화지구로 조성해 관련 시설을 이전·재배치·집적화하는 방향이다.

이런 농촌의 재구조화를 바탕으로 기능을 재생하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지난해 5개에서 올해는 40개 지자체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농촌 공간이 정비되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 공간뿐만 아니라 교육·복지·문화·돌봄 등 주민수요에 맞는 사회서비스도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농촌공간계획은 농촌 기능을 재생하는 정책의 기반이자 지역 및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플랫폼이다. 이는 개별 부처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농촌공간계획을 바탕으로 부처별로 개별적·분산적으로 추진되던 사업과 정책을 하나로 묶어 계획적·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농촌주민과 지자체가 자율성과 책임성을 가지고 농촌을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으로 소중하게 가꿔 나가도록 앞장서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농촌이 저마다의 특성을 살려 생명력 넘치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농촌주민, 도시민을 포함한 모두의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 농촌은 영원한 마음의 고향으로 우리 정서의 뿌리이다.
푸릇한 풀내음을 담은 곳, 엄마 품처럼 포근함을 느끼는 곳, 매년 새해가 되면 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고향, 농촌은 그런 곳이어야 한다.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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